모두를 위해… 당신은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으십니까?
모두를 위해… 당신은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돼 있으십니까?
  • 노진호
  • 승인 2020.06.24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YMCA,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3차 강의
정창권 박사, 다양한 게임 통해 메시지 전달
23일 오후 홍성YMCA 회관에서 정창권 박사가 시스템 사고 3차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23일 오후 홍성YMCA 회관에서 정창권 박사가 시스템 사고 3차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놀이(게임·game)’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즐겁게 노는 일이나 그런 활동을 뜻한다. 이번 주 ‘시스템 사고’ 강의는 ‘놀이처럼’ 진행됐지만, 마냥 즐겁기만 한 시간은 아니었다.

홍성YMCA(이사장 유재중·사무총장 정재영)는 23일 오후 7~9시 회관(홍성읍 조양로 137 3층)에서 ‘구도심 공동화 극복을 위한 홍성포럼’의 일환인 시스템 사고 3차 강의를 진행했다.

(사)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 정창권 학회장(경영학 박사)은 시스템 사고의 주요 언어 중 하나인 ‘인과관계’에 대한 복습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정 박사는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결혼이 늘면 출산도 증가한다고 여겼지만 요즘에는 이견이 있다”며 “그렇기에 장님 코끼리 만지듯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인과관계를 논할 때는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와 최소한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게 바로 공론화의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본 수업은 ‘빠른 해결책’과 ‘근본적 해결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됐다. 정 박사는 “빠른 해결책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문제가 줄면 근본적 해결책에 대한 고민도 줄어든다는 것이 문제다. 또 문제가 재발하면 다시 빠른 해결책을 쓰고 그에 대한 의존도 역시 커져 ‘고착화’된다”고 경고했다.

이날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지속가능한 해양생물다양성 게임’이었다. 이 게임은 공기와 물, 땅, 바다, 어장, 에너지 등 제한된 ‘공유자원’의 이용을 극대화하려는 행동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게임의 목표는 ▲해양생물자원을 많이 확보한다 ▲모두 지속가능하도록 한다 등 두 가지이다. 규칙은 ▲최대 해양생물은 50마리 ▲시작할 때는 25~50마리 ▲게임이 끝나는 시기는 7~10년 ▲바다 속 해양생물 수는 정확히 모름 ▲각 팀별 채집량은 1년에 0~8마리 ▲남은 해양생물이 원하는 것보다 적으면 한 마리도 못 잡음 등이다.

이날 수업 참가자들은 스위스, 미국, 베트남, 노르웨이, 중국, 투발루 등으로 팀을 나눴다. 각 국가마다 각기 ‘다른 입장’이 주어진 것이 게임의 포인트 중 하나다.

간략히 설명하면 스위스는 해양생물에 대한 소비는 적고, 환경의식은 높다. 미국은 의약품 개발을 위해 다양하고 많은 해양생물 확보를 원한다. 개발도상국 베트남은 해양생물을 선진국이 되기 위한 중요 소스 중 하나로 여긴다. 노르웨이는 환경보전을 주장하지만 관련 산업 발전에 대한 욕망이 있다. 중국은 해양생물이 14억 인구의 먹을거리이며, 경제성장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끝으로 인구 1만명의 섬나라 투발루에게 해양생물자원은 농사를 지을 수 없고 과학기술도 부족해 반드시 필요한 식량자원이다.

정창권 박사 제공
정창권 박사 제공

게임은 각 국가마다 0~8마리를 써내면 추첨해서 나온 순서대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게임은 2년차 만에 해양생물자원이 고갈됐다. 이어진 두 번째 게임은 9년차까지 이어지며 해양생물자원을 지켜냈다.

정 박사는 “이 게임의 성공을 본 것은 처음이다. 아마도 첫 판의 충격(?)이 컸던 것 같다”며 “각자의 입장에 충실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익을 위해 더 잡을 수 있었는데 현명하지 못 했던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유자원의 특징’에 대해 전했다. 그 내용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할수록 ‘당장’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은 크다 ▲이런 식으로 사용하면 ‘언젠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 ▲자원을 사용해도 공유자원의 파국은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등이다.

정 박사는 “이 게임은 ‘구조가 형태(변화)를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안 좋은 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탓하기 전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봐야 하는 것이고, 그러고 나서 사람이 어떻게 그 구조를 바꿀지 논의해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어 정 박사는 조선소 폐업 등으로 인한 지역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공유임야 개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통영시 조례 개정 사례를 소개한 후 ‘국민들은 불편을 감수할 준비가 되었을까?’라는 화두를 던졌다.

그러면서 시간에 대한 태도인 ‘무지(無知)’와 ‘무시(無視’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오랫동안 좋아지려면 잠시 불편해진다. 좋아지기 전에 잠시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Worse-Before-Better)”고 전한 후 “망하기 전에는 좋아진 것처럼 보인다(Better-Before-Worse)”고 덧붙였다.

이후 강의는 15초 동안의 손가락 씨름으로 이어졌다. 정 박사는 게임에 앞서 “이번만큼은 이기적으로 되는 것을 허용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참가자들은 승리를 위해 격한(?) 경쟁을 벌였다. 15초 후 정 박사는 “가장 점수를 많이 따는 방법을 아느냐”며 “그것은 바로 서로 협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사실 손가락 씨름은 우리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 박사는 게임이 끝난 후 그 의미를 화면에 띄웠다. 그것은 ▲눈앞의 작은 목표에 집착(Small goals) ▲시간 압박(Time pressures) ▲비협조적인 파트너(Uncooperative partner) ▲원활하지 못한 소통(Poor vocabulary) ▲부적절한 예시(Inadequate examples) ▲제 기능을 못하는 규범(Dysfunctional norms) 등으로 영문 앞 글자를 따면 ‘S-T-U-P-I-D’이다.

이날 수업은 1-2-3 시작게임으로 마무리 됐다. 정 박사는 “제가 1~3을 센 후 박수하고 말하면 손뼉을 치면 된다”고 설명한 후 1~2~3을 센 후 손뼉을 쳤다. 그러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짝’하는 소리를 냈다. 박수라고 말하지 않았음에도 그냥 그 행동을 따라한 것이다.

정 박사는 “주위 사람은 말이 아닌 여러분의 행동을 보고 따라한다”며 “먼저 보여줘야 바꿀 수 있다”고 이날 강의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23일 오후 홍성YMCA 회관에서 진행된 시스템 사고 3차 강의 참가자들이 손가락 씨름을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23일 오후 홍성YMCA 회관에서 진행된 시스템 사고 3차 강의 참가자들이 손가락 씨름을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