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전체 ‘판’을 읽어야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전체 ‘판’을 읽어야 합니다”
  • 노진호
  • 승인 2020.07.01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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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YMCA,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4차 강의
지난달 30일 열린 시스템 사고 4차 강의 중 정창권 박사가 한 모둠의 ‘짐 떠넘기기 아키타입’ 연습을 보완해주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지난달 30일 열린 시스템 사고 4차 강의 중 정창권 박사가 한 모둠의 ‘짐 떠넘기기 아키타입’ 연습을 보완해주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뜻 깊은 성공에 이르는 힘들고 위태로운 계단은 사람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기적 같은 삶을 산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복지사업가 헬렌 켈러의 ‘위대한 스승’ 앤 설리번의 말이다. 이 말은 ‘과거에 그렇게 해서 문제가 해결됐었잖아…’하는 생각(관행)으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닌 빠른 해결책만을 반복해 문제를 되풀이하는 우리들에게도 뜻하는 바가 크다.

홍성YMCA(이사장 유재중·사무총장 정재영)는 지난달 30일 오후 7~9시 회관(홍성읍 조양로 137 3층)에서 ‘구도심 공동화 극복을 위한 홍성포럼’의 일환인 시스템 사고 4차 강의를 진행했다.

(사)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 정창권 학회장(경영학 박사)은 이날도 시스템 사고의 새로운 언어들에 대한 복습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정 박사의 ‘복습’은 기존의 익숙한 사고방식과의 거리두기이며, 시스템 사고라는 새로운 언어에 다가서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는 ‘인과관계’와 ‘피드백’, ‘지연’ 등을 설명하며 “시스템 사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피드백’이고, 가장 무서운 요소는 ‘지연’”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을 통한 태양광 광풍 구조 분석 강의 화면. 정창권 박사 제공
신문을 통한 태양광 광풍 구조 분석 강의 화면. 정창권 박사 제공

정 박사는 이어 시스템 사고를 해석하는 연습 중 하나로 ‘신문을 통한 태양광 광풍 구조 분석’을 제시했다. 이는 2018년 9월 13일자 조선일보에 게재된 ‘한 해 축구장 190개 숲 태양광 광풍에 사라져… 폐패널은 두 달째 방치’라는 제목의 기사를 시스템 사고를 통해 분석한 것이다.

정 박사는 “이 기사가 전하고자 하는 숲을 없애는 태양광 산업의 딜레마를 시스템 사고를 통해 더 쉽게 볼 수 있다”며 “다음 주에는 홍성지역과 관련된 기사로 직접 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입장이 돼서 이 그림을 다시 보라”며 “가까운 인과관계를 무력화(공략)해야 태양광 사업을 위한 행정지원의 정당성이 감소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전체 판을 읽어서 자신이 원하는 인과관계로 끌어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강의 초반 정 박사는 시스템 사고에 있어 무서운 요소로 ‘지연’을 꼽은 바 있다. 그는 지연에 대한 두 가지 태도인 무지(無知)와 무시(無視) 중 무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모둠별 연습을 진행했다.

‘짐 떠넘기기 아키타입(Shifting the Burden Archetype)’이란 이름의 이 연습은 3~4명의 모둠별로 주변의 문제와 그에 대한 빠른 해결책과 근본적 해결책을 찾고, 이후 어떻게 빠른 해결책에 중독돼 가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수업 참가자들은 축산 악취, 적자, 비만 등의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정 박사는 모둠별로 돌아다니며 길잡이 역할을 했다. 짐 떠넘기기 아키타입의 모둠별 발표 후 정 박사는 ‘빙산 모델’이라는 새 과제를 내줬다.

‘빙산 모델’은 종이에 빙산 모양을 그린 후 위에서부터 이벤트(문제)~패턴~구조 등으로 채운 후 빙산의 가장 아래에는 그 구조를 만든 사람들의 멘탈(사고방식)을 상상해 적어보고 빙산의 옆에는 정책 제안을 하는 방식이다.

모둠별 토의를 지켜본 정 박사는 “빙산 모델 연습의 목적은 눈에 보이는 이벤트(문제)보다 그 패턴을, 나아가 그 패턴을 만들 수밖에 없는 구조를, 또 그 구조를 만드는 사람들의 멘탈(사고방식)을 고민해 보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어떤 똑똑한 한 사람이 아닌 다 같이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정창권 박사가 강의 중 보여준 캄보디아 소금과 빛 국제학교 학생들이 만든 ‘빙산 모델’. 사진= 노진호 기자
정창권 박사가 강의 중 보여준 캄보디아 소금과 빛 국제학교 학생들이 만든 ‘빙산 모델’. 사진= 노진호 기자

특히 정 박사는 “앞서 진행한 연습들의 메시지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에 목매지 말라는 것”이라고 강조한 후 “시스템 사고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더 파보는 것이고 그 구조를 파다보면 그 뒤에 숨겨진 사고방식(멘탈)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스템 사고를 하다보면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안 아닌가’하는 구조론적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며 “하지만 거기서 좌절하지 말고 한 발 더 들어가 전체 판을 읽어야 하고, 그러고 나서 그 판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판을 정확히 알아야 정확한 공략점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새로운 테마를 제시하며 이날 강의 마무리에 들어갔다. 그는 “지금까지 구조 분석의 테마가 문제 해결이었다면 앞으로는 ‘성장’에 대해 이야기해 볼 것”이라며 ‘성장의 한계(천당과 지옥)’라는 제목의 모형을 제시했다.

정 박사는 “성장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대부분의 조직은 서로 싸운다. 그것은 각자 최선을 다했기에 ‘누군가는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럴 때 리더들은 과거 이야기를 꺼내며 열정과 헌신을 요구하고 이에 대한 내부저항이 커지면서 조직의 역량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뭔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성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강한 멘탈 모델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성장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템 사고 강의의 새로운 테마인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오는 7일 다섯 번째 강의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구도심 공동화 극복을 위한 홍성포럼’의 일환인 시스템 사고 4차 강의가 지난달 30일 홍성YMCA 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구도심 공동화 극복을 위한 홍성포럼’의 일환인 시스템 사고 4차 강의가 지난달 30일 홍성YMCA 회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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