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내 친구, 어쩌면 이곳에…
그 옛날 내 친구, 어쩌면 이곳에…
  • 노진호
  • 승인 2020.07.06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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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세계인형박물관, 2500여점 전시·2500여점 보유
지상 1~3층 다채롭게 구성, 지하 벽화동굴 곧 오픈
홍태윤 대표 “인형을 통해 사람 사이 벽도 사라지길”
덕산세계인형박물관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꿈꿀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은 전시작품들과 아직 공개 전인 지하 벽화 중 일부(우측 하단). 사진= 노진호 기자/ 그래픽= 조지은
덕산세계인형박물관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꿈꿀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은 전시작품들과 아직 공개 전인 지하 벽화 중 일부(우측 하단). 사진= 노진호 기자/ 그래픽= 조지은

시장이나 마트에 가면 ‘인형’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간혹 의지가 강한 아이들은 바닥에 드러눕는 행위까지도 불사한다. 그런 현장의 목격자 중 일부는 그런 행동의 경험자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인형은 그 옛날 어느 시절 우리가 애착하던 존재였고,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장난감의 가장 소중한 사명은 끝까지 아이 곁을 지켜주는 거야!”

인형들 역시 우리가 그랬던 것만큼 그 인연이 소중했음을 말해주는 영화 ‘토이 스토리’의 대사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고 그 사이 이사를 하기도 하고 삶이 바빠지면서 그렇게나 소중했던 인형들은 버려지고 잊혀졌다.

내포뉴스는 안부가 궁금했던 추억 속 친구들을 다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그곳은 바로 ‘덕산세계인형박물관(충남 예산군 덕산면 신평1길 14-7)’이다.

내포신도시 충남도청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덕산세계인형박물관은 올해 2월 16일 문을 열었다. 개관은 올해 2월이었지만, 그 준비는 한참 전부터 시작됐다.

홍태윤 대표는 “낡은 숙박업소를 박물관으로 바꾼다는 게 쉽지 않았다”며 “2년 정도 내부수리를 하며 하나하나 준비해갔다”고 말했다.

홍 대표와 인형과의 인연은 꽤나 깊었다. 그와 조영희 관장은 2002년부터 인형 관련 일을 했으며, 2005년쯤에는 서울 명동의 아바타몰에서 ‘블롬돌’이라는 아카데미를 열기도 했다. 2012년까지 서울에서 인형 개발과 후배 양성을 하던 그는 이후 개인적인 사정으로 덕산에 내려와 잠시 다른 일을 했다고 한다.

홍 대표는 “상황이 그렇게 돼서 이곳에 오긴 했지만, 인형에 대한 꿈을 접은 것은 아니었다”며 “작품 컬렉션도 계속하고 틈틈이 준비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의 준비는 그저 말뿐은 아닌 것 같았다. 현재 덕산세계인형박물관에서는 총 2500여점 정도가 전시 중이며, 공간상의 이유 등으로 수장고에 보관 중인 작품도 2500여점에 달한다.

3층에 있는 150년 된 비스크 인형. 사진= 노진호 기자
3층에 있는 150년 된 비스크 인형. 사진= 노진호 기자

지상 3층·지하 1층의 덕산세계인형박물관을 홍 대표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봤다. 우선 3층에 가니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꽤 역사가 깊어 보이는 비스크(도자기) 인형이었다.

홍 대표는 “이 비스크 인형은 150년 전에 제작된 것”이라며 “이 중 하나는 15년쯤 전에 미국의 한 박물관에서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때 당시 몸값이 1000만원이나 됐다”고 살짝 귀띔했다.

3층에는 플라스틱이 나오기 전 인형의 주재료였던 셀룰로이드로 만든 작품들, 1951년 제작된 스누피 시리즈, 세계적으로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큐피 인형의 여러 모델들도 있었다. 또 방탄소년단(BTS) 인형을 만들어 화제가 됐던 마텔 사의 1970~80년대 작품들과 세계 최초의 바비 인형도 볼 수 있었다.

3층 한쪽에는 홍 대표가 어릴 적부터 직접 모은 인형과 프라모델도 전시하고 있었다. 그는 “하나하나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것들”이라며 “어릴 적 갖고 놓던 인형이나 장난감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것들을 잘 모으면 그게 바로 내 역사가 되는 것이고, 스스로를 리프레쉬(refresh) 할 수 있게 한다”고 조언했다.

3층에는 작가들을 위한 기획전시 공간도 있었다. 이 장소에서는 지난 5월 5일부터 6월 28일까지 ‘힘내라 우리 가족’이란 제목의 전시가 진행됐으며, 이달 말부터는 ‘걸리버 여행기’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열 계획이다.

2층은 아프리카·아시아·에스키모·남미·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인형들을 위한 공간이다. 아시아의 인형 중에는 김좌진·윤봉길·김정희 선생도 있었다. 인형은 시대마다 출현했고, 나라마다 존재했다. 이것은 종교적·주술적 의미를 갖기도 했지만, 장난감으로서도 만들어졌다. 이 같이 다양하고 흥미로운 시대별·나라별 인형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곳이 덕산세계인형박물관 2층이다.

홍 대표는 “대륙마다의 특성이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러시아의 마트료시카(Matryoshka)만 해도 지역마다 그 모습이 다 다르다”고 설명한 후 “특히 서유럽 작품은 인형의 정수(精髓)라고 볼 수 있다. 조금 더 눈여겨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1층에는 지역 작가들을 위한 5개의 소전시실과 함께 자체 제작한 비스크 인형들도 선보이고 있다. 이 비스크 인형 제작은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고 하며 기획부터 완성까지 반 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지하는 ‘벽화와 인형’이란 테마로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동화 속 벽화와 인형을 전시할 예정이지만, 아직은 그 베일이 벗겨지지 않았다. 이곳은 현재 80% 정도 완성된 상태이며, 올가을쯤 일반 관객들에게 오픈될 예정이다.

홍 대표는 “별주부전·오즈의 마법사 등 공간별 테마에 맞춰 음악과 영상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이곳은 정말 재미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권했다.

그가 만든 ‘인형의 세계’를 둘러본 후 그에게 ‘인형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홍태윤 대표가 어릴 적부터 직접 모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홍태윤 대표가 어릴 적부터 직접 모은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홍 대표는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새로운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박물관의 철학이 ‘위대한 만남’”이라며 “여기 오면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 그런 것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인형을 활용해 어른·아이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소통·대화 프로그램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캐릭터(인형) 시장은 매우 크다. 덕산이 인형의 메카가 돼 지역에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곳의 전시물은 매우 다양해 인형작가들은 물론 캐릭터 개발이나 디자인을 하는 분들에게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덕산세계인형박물관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5000~1만원이다(문의 ☎041-337-5688~9).

덕산세계인형박물관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꿈꿀 수 있는 공간이다. 잠깐 시간을 내어 인형들과 함께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To infinity and beyond)’ 여행을 한 번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덕산세계인형박물관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덕산세계인형박물관 홈페이지 메인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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