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사랑에 응하다’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사랑에 응하다’
  • 노진호
  • 승인 2020.07.07 18: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7월 땡감전… 민택기 작가 “이번 전시는 결과물이 아닌 과정 그리고 시작”
7월 땡감전이 열린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에서 민택기 작가(오른쪽)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7월 땡감전이 열린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에서 민택기 작가(오른쪽)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아직도 인정(accept)하지 않고 있습니다. 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7일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이하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에서 ‘7월 땡감전’이 열렸다. ‘땡처리 영감 전시’의 줄임말인 땡감전은 제4기 입주작가 중 민택기 작가의 게릴라 전시 프로젝트로, 작가가 여러 장르의 사진작업을 하고 모아온 이미지들을 전시의 방법으로 새롭게 아카이빙하기 위한 취지로 기획됐다.

7월 7일 열린 땡감전(땡감전은 매월 월과 일의 숫자가 같은 날 하루만 열린다)의 제목은 ‘사랑에 응하다; accept love’이었다. 위 글은 전시장 입구에 걸린 ‘작가의 변(辯)’의 앞머리이다.

민 작가는 1997~2000년 만30개월 동안 케냐와 동아프리카 4개국(에티오피아·수단·에리트레아·탄자니아)을 여행했다고 한다. 이날 전시된 것은 그 당시 찍었던 필름과 밀착(contact sheet)들이다.

민 작가는 “얼마 전 지인과 ‘팬데믹 시대에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 하다 ‘사랑(love)과 인정(accept)’이란 테마가 나왔다”며 “가족 등 다른 사람이 사랑을 주는 대도 내 방식대로 해석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이 있었다.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버지에 대한 혹은 내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직은 어색하다”며 “판화 작업을 하면서 내 속에 있던 상처와 슬픔 같은 게 보였고 그것이 창고에 쌓여있던 ‘아프리카 필름’을 꺼내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전시실에는 20여년 전 아프리카 내전의 흔적이 있었고, 이제는 어른이 됐을 아이들도 있었다. 또 조금은 낯선 아프리카의 사람들과 그 삶이 보이기도 했다.

민 작가는 “이번 땡감전은 그저 아프리카 사진 전시가 아니라 그 당시 내가 영향을 받은 것 어쩌면 내 스스로를 내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한창 설명을 듣던 중 민 작가에게 질문했다. 아프리카 필름을 꺼낸 이유가 내 마음을 더 열기 위해 힘들었던 그 시절의 나와 마주하는 것인지 아니면 아버지와의 화해(?)를 위해 그 시절의 모습을 내보이는 것인지….

민 작가는 두 문항 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이번 전시는 ‘사랑을 응하다’라는 제목을 달긴 했지만 어떤 의미가 정해졌거나 결과물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라며 “그저 내 안에 쌓여있던 것들을 꺼내어 보는 것 자체가 필요했고, 앞으로의 창작에 대한 준비이자 과정이고 새로운 시작”이라고 답했다.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7월 땡감전 전시장 입구에 걸린 ‘작가의 변’ 사진= 노진호 기자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7월 땡감전 전시장 입구에 걸린 ‘작가의 변’ 사진= 노진호 기자

민 작가의 생각을 조금 더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작가의 변’ 일부를 붙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아버지에게서 도망치려 했던 것만 빼고, 가족에게서 버려지길 바라면서 나는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곳에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중략) 나는 이 길고 힘든 이야기를 이제야 꺼내놓습니다. 그러면 미친 듯이 사진을 찍고 다녔던 이 때 무슨 생각들을 했는지 기억을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전시를 펼쳐놓았습니다. 이것들을 보면서 저는 오늘 작업을 계속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