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과 희망이 공존하는 강화 피드백”… 당신의 선택은?
“위험과 희망이 공존하는 강화 피드백”… 당신의 선택은?
  • 노진호
  • 승인 2020.07.08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YMCA,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5차 강의
정창권 박사, 수련 이야기로 강화 피드백 설명
7일 홍성YMCA 회관에서 열린 ‘시스템 사고’ 5차 강의에서 정창권 박사가 강화 피드백 구조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7일 홍성YMCA 회관에서 열린 ‘시스템 사고’ 5차 강의에서 정창권 박사가 강화 피드백 구조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시스템 사고와 시스템적 사고는 다르다. 시스템적 사고가 체계적 사고를 뜻하는 것이라면 시스템 사고는 ‘구조’에 대한 사고, 종합적 사고를 말한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 말은 지난 6월 9일 ‘시스템 사고’ 1차 강의 때 정창권 박사가 전한 것이다. 시스템 사고와의 다섯 번째 만남은 어쩌면 흘려들었을지도 이 말을 다시 한 번 되뇌게 된 자리였다.

홍성YMCA(이사장 유재중·사무총장 정재영)는 7일 오후 7~9시 회관(홍성읍 조양로 137 3층)에서 ‘구도심 공동화 극복을 위한 홍성포럼’의 일환인 시스템 사고 5차 강의를 진행했다.

(사)한국시스템다이내믹스학회 정창권 학회장(경영학 박사)은 지금까지의 루틴(routine)처럼 시스템 사고의 키워드인 ▲인과관계 ▲피드백 ▲지연에 대해 되짚은 후 ‘사람을 탓하기 전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봐야 한다’는 강의의 결론을 재확인했다.

본격적인 강의는 참가자들이 정원 관리사 역할을 부여 받으며 시작됐다. 그 역할은 ‘강화 피드백’이란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수련 연못 이야기’의 장치였다.

정창권 박사 제공
정창권 박사 제공

이야기의 구조는 이렇다. 이 연못의 수련은 매일 2배씩 증가하고, 30일이면 포화상태에 달해 연못이 죽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정원 관리사는 적절한 타이밍에 반드시 수련을 솎아내야 한다.

이 같은 경우 30일이 됐을 때 연못 안 수련의 수는 5억 3600만개가 넘는다. 말 그대로 ‘억’소리 나는 수치지만, 우린 그것을 짐작하기 어렵다.

정 박사는 “30일째 수련의 수가 100%라면 15일째는 0.003%에 불과하고, 27일째가 돼도 12.5% 정도”라며 “정원사는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29일째에 50%가 되지만 아마도 정원사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은 꼭 해야지…’하고 다짐했을 것”이라고 전하자 대다수 참가자들은 긍정의 신호를 보냈다.

정 박사는 또 “기준을 30일 아닌 15일이나 7일로 바꾸면 그 변화가 더 커 보일 것”이라면서도 “이 경우에도 수련의 수를 3만여개 정도로 예측할 뿐, 5억 3600만개라는 수치를 전망하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수련의 증가가 눈에 띄지 않는 상황 속에서 정원 관리사의 판단이 바로 ‘선형 사고’라고 설명했다. 선형 사고란 어떤 현상을 단일관점의 직선구조로 보는 기계적 인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고는 단순하면서 흑백이 분명해 사람들이 쉽게 빠져들게 된다.

정 박사는 “수련 연못 이야기에서 중요한 점은 그 기준이 30일이냐 15일이냐가 아니다”라며 “어차피 그것은 모두 동일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선형 사고가 아닌 비선형 사고(Non-linear thinking)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비선형 사고는 변화와 시간에 대한 사고인 시스템 사고와 맥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차 강의(6월 9일) 당시 시스템 사고의 주요 단어로 ‘비선형관계(Nonlinearity)’를 제시한 바 있다.

정 박사는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산호 멸종 등의 예를 들며 “증가든 감소든 어떤 한 방향을 가속화 하는 게 강화 피드백의 특징이며 위험성이지만, 구조는 자기 속도대로 움직일 뿐 죄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금은 비극적인 결론(?)에 참가자들은 숙연해졌지만, 곧 분위기는 바뀌었다.

정 박사는 “강화 피드백은 희망도 함께 갖고 있다”며 “강화 피드백이 유지되면 목표(비전)는 달성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목표달성을 위한 강화 피드백 구조를 만들고 그것이 방해받지 않게(훼손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쌓이면 쌓일수록 더 많이 흘러들어오는 강화 피드백 구조의 예로 ‘이자-잔고’, ‘출생-총인구’ 등을 보여준 후 “가장 명확한 강화 피드백 구조 중 하나가 바로 ‘학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지난 시간(4차 강의) 나왔던 ‘성장의 한계’에서 본 것처럼 물질적 성장은 방해를 받지만 무형의 것은 쉽게 방해받지 않는다”며 “성장이 눈에 띄지 않거나 정체된 것처럼 보일 때 견딜 수 있으려면 그 노력이 즐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그것이 바로 강화 피드백이 던지는 희망적 메시지”라고 덧붙였다.

강의는 홍성 지역사회 문제 분석을 위한 모둠별 토의로 이어졌다. 정 박사는 ‘민관거버넌스 무시하는 충남도’라는 제목의 홍성신문 사설을 시스템 사고를 통해 분석해보라고 했다.

강의 참가자들은 충남도의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비 차액지원 예산 삭감에 얽힌 인과관계와 피드백을 찾으려 20분이 넘게 열띤 토론을 벌였지만, 결과 도출에는 난항을 겪었다.

정창권 박사 제공
정창권 박사 제공

이에 정 박사는 “장님 코끼리 만지 듯, 그냥 그 과정을 즐겼으면 좋겠다”며 ‘목표와의 타협(Eroding Goals)’이라는 모델을 활용한 결과물의 예를 제시했다.

그는 “시스템 사고로 분석을 할 때는 어떤 특정 단어보다는 되도록 일반명사화해야 일반적 특징을 알 수 있다”며 “구조를 생각했다면 해결책도 그 구조 속에서 나와야 한다”는 노하우를 전한 후, ‘성장의 한계(2012년作)’, ‘학습하는 조직(2014년作)’, ‘시스템 사고(2004년作)’, ‘시스템 사고와 함께하는 기후변화 플레이북(2019년作)’, ‘학습하는 학교(2020년作)’, ‘미래 대한민국의 저출산과 일자리에 숨겨진 피드백 루프와 시나리오(2019년 발표)’ 등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책과 보고서를 추천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홍성YMCA의 ‘시스템 사고’ 마지막 강의는 오는 14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7일 열린 ‘시스템 사고’ 5차 강의 중 홍성 지역사회 문제 분석을 위한 모둠별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7일 열린 ‘시스템 사고’ 5차 강의 중 홍성 지역사회 문제 분석을 위한 모둠별 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