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어르신들, 지금 만나러 갑니다~
  • 노진호
  • 승인 2020.07.13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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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생활지원사 이은주·안진아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소속 생활지원사인 이은주(왼쪽), 안진아 씨. 사진= 노진호 기자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소속 생활지원사인 이은주(왼쪽), 안진아 씨. 사진= 노진호 기자

“전 노래도 불러드렸어요”, “아직도 방에 걸려있더라고요…”

이미 두 달이나 넘게 지난 그날의 일이 여전히 그들에겐 감동이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들에 관한 이야기다.

홍성군의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홍성읍·홍북읍·홍동면)과 올리브재가노인종합지원센터(광천읍·금마면·장곡면),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갈산면·결성면·서부면·구항면·은하면) 등 3개 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3개 수행기관에는 총 96명(센터별 32명)의 생활지원사가 있으며, 이들은 1159명(7월 7일 기준)의 어르신을 케어하고 있다. 홍성의 생활지원사 중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 소속의 안진아(46), 이은주(56) 씨를 지난 6일 센터에서 만났다.

안진아 씨는 새내기 생활지원사다. 그는 올해 1월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 갈산지역 어르신 15명을 담당하고 있다.

안 씨는 “지난해까지 1365 말끄미 봉사를 했었는데, 현장에 가면 위생상태 등이 심각한 집이 많았다”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어르신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복지 관련 공부를 하다 보니 관심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안 씨가 새내기라면, 이은주 씨는 베테랑이다. 이 씨는 지난해까지 9년간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노인돌봄기본서비스에 참여했다. 그는 “결혼 후 전업주부로만 살다 애들이 크고 나니 내 일이 하고 싶었다”며 “서부면에 산다는 게 인연이 돼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현재 서부면 어르신 13명을 담당하고 있다.

같은 생활지원사지만 업무 패턴은 조금 달랐다. 안 씨는 오전 9시쯤, 이 씨는 오후 1시쯤 면 행정복지센터로 출근한다. 디테일은 조금 달라도 매일같이 어르신들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은 같았다.

이 씨는 “어르신 1명당 방문시간 기준은 30분이지만, 실제로는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나가기가 힘드셔서 대화가 더 길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 씨는 “요즘은 농번기라 종종 농사일도 같이 한다”고 더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는 차량 보유가 필수라고 한다. 이 씨는 “보건소나 시장, 은행 등에 갈 일이 있으면 우리를 기다렸다 부탁하곤 하신다”고 설명했다.

옆에서 듣던 안 씨는 “어르신들을 모시고 다니다 사고가 나면 책임은 생활지원사 몫”이라며 “아무래도 조심스럽고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들에게 어르신들과의 시간에 대해 물었다.

안 씨는 “어느 날 방문을 했더니 그 전까지 정정하시던 분이 기운이 너무 없어보였다. 계속 괜찮다고는 하시는데 도저히 발이 안 떨어졌다”며 “자녀분들과 센터에 연락을 해놓고 돌아왔다. 우리 일은 하루 갔다 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 신경이 쓰인다. 정을 많이 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씨는 “뭐 특별한 일은 잘 모르겠다. 그저 반찬 가져다 드리고, 화투도 배우고, 대화도 하고 그런 작은 기쁨을 나누고 있다”며 “어르신들과 웃으면서 헤어지고 집에 올 때 보람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어 “시골에는 낮에도 무서운 길이 있다. 한 번은 밤에 한 어르신이 전화를 안 받아서 신랑을 대동해 찾아가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올해 어버이날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청로노인종합복지센터는 과자 꾸러미 등 선물과 함께 생활지원사들이 카드를 써 어르신들에게 선물했다.

안 씨는 “난 노래도 직접 불러드렸다. 또 어떤 곳은 자녀분들이 있어 합창을 하기도 했다”며 밝게 웃었다. 이 씨는 “아직도 벽에 제가 준 카드를 걸어놓으신 분이 있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인터뷰 말미 실례를 무릎 쓰고 생활지원사 월급을 슬쩍 물어봤다. 구체적인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예상에는 못 미쳤다. 하지만 이들의 표정을 어둡게 한 것은 돈보다는 코로나19 이야기였다.

이은주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르신들이 더 외롭다”며 “경로당에서 함께 식사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엔 그렇게 못하니 아예 굶으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안진아 씨는 “어르신들이 ‘이 몹쓸 병 언제 끝나느냐’고 자주 물어보신다”며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들을 비롯한 모든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들이 더 가까이 어르신들과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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