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포도, 와이너리는 유럽… 확신하십니까?
와인은 포도, 와이너리는 유럽… 확신하십니까?
  • 노진호
  • 승인 2020.08.0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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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관광 클린사업장②]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은성농원)
10년 전 와이너리 시작… ‘추사’ 이름 붙인 술, 우수성 입증
와이너리 투어, 각종 체험도… “지역 술, 지역 문화상품 돼야”

올여름 휴가, ‘농촌관광 클린사업장’을 추천한다. 농촌관광 클린사업장은 농촌체험·관광 사업장 중 코로나19 예방수칙을 준수한 안전·위생관리 실천 사업장을 말하며, 농촌진흥청은 전국의 200여곳을 선정했다. 농촌관광 클린사업장에 대한 세부 여행 정보는 ‘농사로(www.nongsaro.go.kr)’나 ‘웰촌(www.welchon.com)’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충남 도내에서는 체험농장 22곳과 농가맛집 4곳이 포함됐다. 내포뉴스는 이 가운데 내포신도시에서 가까운 4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26곳 전부를 담지 못하는 점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편집자 주

예산사과와인㈜의 와인 메이커 정제민 부사장이 지하 숙성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예산사과와인㈜의 와인 메이커 정제민 부사장이 지하 숙성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내포뉴스가 두 번째로 소개할 농촌관광 클린사업장은 예산의 멋과 맛이 담긴 농업회사법인 예산사과와인㈜(은성농원·이하 예산사과와인㈜)이다. 예산군 고덕면(대몽로 107-25)에 있는 예산사과와인㈜는 내포신도시에서 자동차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예산사과와인㈜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드넓은 사과밭이었다. 예산사과와인㈜는 총 1만 5000평(4만 9586㎡) 규모이며, 이 중 사과밭은 7000평(2만 3140㎡) 정도라고 한다. 현재 이곳에는 홍로와 후지, 아리수 등 다양한 품종의 사과 5000여 그루가 자라고 있으며, 연간 생산량은 40t 정도다.

지난 40여년 동안 이곳을 가꿔온 것은 서정학 대표지만, 와이너리(Winery)로 재탄생 시킨 것은 서 대표의 사위인 정제민 부사장이다. 그는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갔다가 20년 전쯤 귀국했으며, 15년 전 예산에 터를 잡았다.

정제민 부사장은 “귀국 후 5년 정도는 서울에서 일을 했다. 그 시절에도 와인 공부는 쉬지 않았다”며 “이곳에서 와이너리를 시작한 건 10년쯤 전의 일”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캐나다에 가보니 그곳 농업은 관광·가공업과 결합돼 있었다”며 “우리나라 술은 그저 공산품으로만 치부돼 지역의 원료나 문화가 빠져있었다. 그 지역의 술이 그 지역의 문화상품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예산사과와인㈜의 ‘와인 메이커(Wine Maker)’ 역할도 맡고 있다. 말 그대로 와인을 발효·숙성시켜 병에 담을 때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포도가 아닌 사과’로 와인을 만든다는 게 아직은 좀 낯설 수도 있지만, 그 이유는 충분했다.

정 부사장은 “우리나라는 기후 등의 재배 조건이 잘 안 맞아 양조용 포도가 드물다”며 “외국에도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의 ‘시드르’처럼 유명한 사과와인이 있다. 또 그것을 증류해서 만든 ‘칼바도스’도 들어보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 사과밭이 사과만 팔기에는 너무 아쉬울 정도로 훌륭했다. 유럽의 와이너리처럼 관광·체험이 결합된 명소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정 부사장의 도전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점차 자리를 잡아갔다. 그렇게 탄생한 술이 추사40, 추사40- 소서노의 꿈, 추사 애플와인, 추사 블루 스위트, 추사 로제 스위트 등이며, 와인은 연간 3만병, 증류주는 연간 1만병 정도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와인 이름에 ‘추사(秋史)’를 붙인 것은 어설프게 외국이름을 쓰지 않겠다는 원칙과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예산의 지역적 특생 등을 살리겠다는 의도가 담겼다고 한다.

예산사과와인㈜의 우수성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이들은 지난해 대한민국 주류대상 우리술 리큐르 부문 대상을 비롯해 ▲2018 대한민국 주류대상 소주부문 대상 ▲2018 충남 술 톱10 선정 ▲2017 대한민국 주류대상 우루 술 한국와인 대상 ▲2017년 백제명주 소서노의 꿈 선정 ▲2016 대한민국 신지식농업인상 ▲2014 샌프란시스코 술 품평회·벨기에 몽드 셀렉션 동상 등 화려한 수상 이력을 갖고 있다.

예산사과와인㈜ 홈페이지 캡처
예산사과와인㈜ 홈페이지 캡처

예산사과와인㈜는 ‘술로 유명한 곳’이지만, 단순한 양조장은 아니다. 이곳 와이너리는 판매장과 생산시설, 레스토랑, 세미나실, 체험장에 게스트하우스(4인실·8인실)까지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는 와이너리 투어와 시음, 병입 체험(숙성된 와인·브랜디를 직접 병에 담아 1병씩 가져가는 체험), 사과파이·잼 만들기 등을 할 수 있으며, 가을철에는 사과따기 체험도 가능하다.

정 부사장은 “우리 와이너리는 외국인도 많이 찾는데 연간 7000명 정도 된다”며 “특별한 프로모션은 없었다. 평택 미군기지에 사는 분들이 이곳을 찾았고, 그 후 입소문이 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마다 11월에는 축제도 열고 있다. 제대로 즐기고 가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사장의 설명과 함께 와이너리를 돌아보며, 이곳이 남다를 수 있는 이유를 알게 됐다. 그것이 한 가지는 아니겠지만, 그 중 하나는 그의 신념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와이너리 지하, 비밀의 문 안쪽에 있는 숙성실에서 정 부사장은 “술은 그리고 와이너리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래야 뿌리를 내릴 수 있다”며 “처음 시작할 때도 단기적 성공보다는 뿌리를 내리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그 가치를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세계적인 술이나 음식은 거의 다 지역(원료) 중심인 반면 우리는 기업이 중심에 있다. 그리고 여행이나 관광도 너무 당연한 곳만 찾는 경향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점차 그것에 담긴 스토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젊은이들의 우리 술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것 같다. 또 여행도 먹을거리가 중요 테마가 되고 있어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이른바 ‘소확행’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점점 더 주목받게 될 것이다. 우리 와이너리가 바로 그런 곳”이라며 “나의 가장 큰 숙제는 이곳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아들이 양조학 관련 유학 중인데 잘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예산사과와인㈜의 와이너리 투어·시음과 간단한 차나 커피를 마시는 것은 그냥 방문해도 되지만, 주말 방문과 식사(15인 이상), 사과파이 만들기 등은 예약이 필수라고 한다. 예약 등 기타 문의= ☎041-337-9584/ 홈페이지= www.chusawine.com

①취재 당일 비가 내려 운치가 더해진 7000여평에 달하는 예산사과와인㈜의 사과밭 ②와이너리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관람객들의 추억이 열려 있었다 ③허영만 화백이 친필 사인을 남긴 오크통. 오크통에는 ‘3년 후에는 이 술통은 내꺼~’라고 적혀 있다 ④한 오크통의 백종원 대표 친필 사인 ⑤와이너리 1층 판매장 ⑥와이너리 1층 레스토랑 ⑦지하에 전시된 제품들. 사진= 노진호 기자/ 그래픽= 조지은
①취재 당일 비가 내려 운치가 더해진 7000여평에 달하는 예산사과와인㈜의 사과밭 ②와이너리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는 관람객들의 추억이 열려 있었다 ③허영만 화백이 친필 사인을 남긴 오크통. 오크통에는 ‘3년 후에는 이 술통은 내꺼~’라고 적혀 있다 ④한 오크통의 백종원 대표 친필 사인 ⑤와이너리 1층 판매장 ⑥와이너리 1층 레스토랑 ⑦지하에 전시된 제품들. 사진= 노진호 기자/ 그래픽= 조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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