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천할머니와 제헌국회의원 김용재 가족사 소설
면천할머니와 제헌국회의원 김용재 가족사 소설
  • 허성수 기자
  • 승인 2020.09.0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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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먼동이 틀 때’, 1894년 이후 당진과 내포지방 근대사 이야기로 재현
먼동이 틀 때-할머니 우리 할머니 면천할머니/청운토탈컴/2만5000원
먼동이 틀 때/김현석 저/청운토탈컴/2만5000원

‘먼동이 틀 때’는 충남 당진을 배경으로 쓴 가족사 소설이다. 1894년 갑오년 유인월이라는 한 여성의 탄생으로 시작해 결혼 후 슬하에 얻은 자녀들을 모두 나라를 위한 일꾼으로 키우고 195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소설로 구성했다.

전체 1부 면천편과 2부 당진편으로 나눠져 있는데, 즉 인월의 결혼 전과 후로 나눈 것이다. 1914년 일제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당진군과 통합하기 전만 해도 면천은 군이었다. 인월은 면천댁이라는 택호로 불리기도 하는데 바로 김현석 작가의 할머니다. 그래서 부제가 ‘할머니 우리 할머니 면천할머니’이다.

장손인 저자는 3인칭 객관적 시점으로 면천할머니가 태어나던 해 동학농민군 봉기, 청일전쟁, 갑오경장 등의 시대 상황과 함께 면천을 중심으로 인근 예산과 덕산지역 민초들의 모습을 등장시켜 생생하게 역사를 재현해 낸다.

당시 탐관오리들의 부패가 극심한 가운데 동학은 급진적인 혁명세력으로 부상해 면천에서도 많은 지지를 받는다. 뿐만 아니라 기독교도 면천에 전파된다. 서울에서 미국 선교사를 만나 기독교로 개종한 미곡상 유제가 면천에 내려와 배고픈 주민들에게 쌀을 마구 퍼주다가 인심을 얻어 면천군수가 되는데 그 후 교회를 세운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당진지역 기독교계에서 10여 년 전부터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발굴했고, 지금은 지역 최초의 교회가 면천감리교회로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이 책은 당진지역 근대사와 관련해 상당히 신빙성 있는 자료를 근거로 저자가 가족사와 잘 교차시켜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는 이야기여서 소설로서의 극적 긴장감을 맛보기는 힘들지만 당진과 면천을 중심으로, 내포지역의 근대사를 파악하는 데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할 만 하다.

2편은 아들 김용재가 당진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예산농전 시절 비밀결사조직인 ‘예농독서회’를 만들어 거사를 계획하기도 하는데 경찰의 포위와 감시 때문에 무위로 돌아간다. 그러나 예농 졸업 후 상해에서 예산출신 청년 윤봉길이 의거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고무돼 회원들을 다시 규합하여 예산장에서 친일극단이 하는 연극을 방해한다. 이 사건으로 그는 구속됐다가 3개월간 감옥생활을 하고 풀려난다.

해방 후 용재는 당진에 독립촉성회를 조직하고 회장을 맡아 신탁통치 반대운동에 앞장선다. 또 부인 임수자는 애국부인회 부회장으로 추대되어 활동한다. 김용재는 제헌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되는데, 지주가 소작인들에게 소작료를 수확량의 3분의1 이하로 받도록 농지개혁법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제헌국회의원의 임기는 아쉽게도 임기가 2년이었다. 그 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회에 도전했으나 한독당 소속이었던 김용재는 불운했다. 재선에 실패했지만 대신 충남곡물협회 회장, 대한증권거래소 상임감사 등을 지내다가 1958년 1월 31일 47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큰아들을 먼저 보낸 면천할머니는 그 다음해 1959년 음력 11월 28일 돌아가셨다. 저자는 후기에서 “외아들 용재 양육에 힘써 애국자로 키우셨고, 손자 5형제를 보시고 기뻐하고 자랑하셨다”며 “교육 받은 것 없으나 불교, 유교, 기독교의 모든 사상을 초월한 우리 할머니만의 사상을 몸소 실천하신 분이었다”고 추모했다.

김현석 작가는 1933년 당진에서 김용재와 임수자 슬하에서 태어나 경북고,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한강종합설비(주) 사장, 국제외교안보포럼 이사, 예농독서회항일운동사건 기념사업회 부회장, 백제부흥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고려대학교 3.3동지회 회장을 지냈다. 문예춘추 신인문학상(수필부문)을 수상하면서 문단에도 데뷔했다.

저서로 ‘세월은 강물처럼’이 있으며, ‘백제부흥전쟁사’, ‘안암골 호랑이’(고려대학교), ‘애국자 인촌 김성수 선생’(고려대학교)에 편저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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