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 광신초교, 6년 전 모습 그대로 
광천 광신초교, 6년 전 모습 그대로 
  • 허성수 기자
  • 승인 2020.09.08 14:2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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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에게 운동장 개방, 교정 후미진 곳은 무성한 잡초밭
학교 운동장이라도 주민들에게 개방했기 때문에 그나마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지는 않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 빗물에 패여 운동장이 울퉁불퉁 한 상태지만 비교적 깨끗하다.
학교 운동장이라도 주민들에게 개방했기 때문에 그나마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지는 않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고 있어 빗물에 패여 운동장이 울퉁불퉁 한 상태지만 비교적 깨끗하다.

홍성군 광천읍 광천리 원촌마을 안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광신초교는 폐교된지 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옛 교사와 시설물들이 모두 그대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문도 활짝 열려 있어서 마치 지금도 수업을 위해 학생들이 매일 드나들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멀리서 보이는 교사 현관 처마에 ‘미래의 꿈과 사랑이 넘치는 광신교육’이라는 굵은 글씨의 간판이 너무 깨끗하고 선명해 잠시 방학중인 학교의 모습 같다.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이 잡초 속에 숨어 있다. 

그러나 정문 주변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든 기능이 정지된 폐교임을 알 수 있다. 홍성교육지원청에서 “무단침입, 시설파손, 쓰레기 투기, 무단경작 등 폐교 재산을 파손한 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99조의 규정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무시무시한 경고문을 붙여 놓았다. 

마치 학생들이 지금도 공부하고 있는 학교처럼 본관교사 현관 처마에 붙은 슬로건이 너무 선명하고 깨끗하다.
마치 학생들이 지금도 공부하고 있는 학교처럼 본관교사 현관 처마에 붙은 슬로건이 너무 선명하고 깨끗하다.

또 '원촌개발위원 일동'의 이름으로 "이 광신초교는 주민의 생활운동이나 소형 자동차의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기 위하여 원촌개발위원회에서 홍성교육청에 개방을 요청하여 사용을 허락한 곳"이라며 "내 집처럼 깨끗하고 소중하게 사용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는 간판도 붙어 있다. 이 간판을 설치한 시기는 2014년 6월 17일, 폐교된 해다. 그 해 3월 초부터 꼭꼭 닫아버린 학교 교정을 바라보던 주민들로부터 운동장이라도 활용하게 해달라고 건의를 받고 교육청이 흔쾌히 허락한 것은 잘한 일로 보인다. 

본관과 유치원 사이 뒷마당은 잡초로 우거져 있으나 옥내외 시설물들은 깨끗하게 잘 보존된 상태다.
본관과 유치원 사이 뒷마당은 잡초로 우거져 있으나 옥내외 시설물들은 깨끗하게 잘 보존된 상태다.

학교 안은 운동장에 풀이 좀 돋고 빗물에 울퉁불퉁 패여 있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생활체육 공간으로, 혹은 주차장으로 활용하면서 그나마 속살을 보이며 비교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운동장 외에 후미진 공간이나 화단, 본관 교사와 유치원 교사 사이의 뒷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다. 

주민들은 운동장 위주로 주변의 벤치에서 쉬거나 운동, 주차 등의 목적으로 잘 활용하는 것 같았다. 학교 구석구석을 둘러봐도 옥외에 설치된 시설이 파괴된 곳도 하나 없고, 교실 창문이 깨져 있는 곳도 발견할 수 없었다. 사설 경비업체가 설치한 카메라가 곳곳에서 감시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공건물에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돋보였다.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세운 하얀 조각이 마치 화산재를 뒤집어 쓴 것처럼 먼지와 때가 켜켜이 쌓여 흉물이 되었다.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세운 하얀 조각이 마치 화산재를 뒤집어 쓴 것처럼 먼지와 때가 켜켜이 쌓여 흉물이 되었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은 1960~70년대 초등학교의 필수 상징물이었다. 1967년 10월 20일 광동초교 원촌분교로 문을 열고 1970년 3월 1일 개교를 한 광신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한 학급씩 큰 규모가 아니었지만 광천읍 경제가 번성할 때 잘 나갔다. 

1984년 10월 26일 홍성군 지정 음악과 중심학교로 연구발표를 했고, 1988년 3월 2일 병설유치원 설립인가를 받았으며, 1992년 10월 28일 군 지정 진로교육 시범학교였다. 2000년 12월 29일 종합교육실적 장학ㆍ학예분야 최우수학교로 선정됐으며, 2001년 12월 26일 종합교육실적 학예분야 최우수학교 표창, 2005년 12월 27일 교육활동 우수학교 표창을 수상했다. 

첨성대는 사람 키만큼이나 자란 잡초 속에 묻혀 있다.
첨성대는 사람 키만큼이나 자란 잡초 속에 묻혀 있다.

그러나 그 후 광천읍 주변 서해안지역에 교통이 좋아지고 홍북읍에 내포신도시가 생기는 등 홍성군 북부지방이 개발되면서 남부지방의 중심이었던 광천읍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고, 광신초교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2013학년도를 마지막으로 폐교와 함께 다리 건너 도심에 새로 생기는 광천초교로 흡수되고 말았다. 2014년 3월 광신초교를 비롯해 광동초교, 광남초교, 대평초교, 광천읍내 4개 초교가 모두 광천초교로 통폐합됐고, 5년 후 2019년 3월에는 100여년 역사의 덕명초교마저 사라졌다. 

본관과 유치원 사이에 있는 Wee상담실은 내외부가 너무 깨끗했다.
본관과 유치원 사이에 있는 Wee상담실은 내외부가 너무 깨끗했다.

2017년 김승환 광천읍장 시절 가수 장사익이 자랐던 고향이라는 점에 착안해 광신초교를 장사익소리전수관과 전시관을 만들겠다고 구상한 적이 있다. 장사익은 바로 원촌마을 옆 삼봉마을 출신으로 광동초교, 광천중학교를 다니며 15살까지 고향에서 살았다. 삼봉마을 생가 주변을 대구의 김광석거리처럼 만들면 오서산을 찾아오는 외지 등산객들이 반드시 거쳐 가는 관광코스가 될 것이라고 당시 김승환 읍장은 아이디어를 냈지만 그가 2018년 7월 군청 기획감사담당관으로 떠난 후에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학교를 둘러보니 창 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내부 시설은 너무 깨끗하다. 바깥 화단에 조성된 동상들은 때와 먼지가 켜켜이 쌓였지만 그래도 살아 움직일 것만 같이 정겹고 옛날 초교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목을 길게 빼고 숲 속에 서 있는 기린도 외로워 보였다.
목을 길게 빼고 숲 속에 서 있는 기린도 외로워 보였다.

야트막한 초록의 숲이 병풍 역할을 하고 있는 삼봉산 밑에 그림 같은 광신초교가 어서 마땅한 용도를 찾아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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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국회 2022-03-16 22:06:57
글 감사히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