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들의 멋 가득한 곳… 한국의 맛을 배우다
조상들의 멋 가득한 곳… 한국의 맛을 배우다
  • 노진호
  • 승인 2020.09.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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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인문도시사업단 수당고택 활용사업 ‘여섯 번째’
농식품부 이재식 과장·청운대 조춘봉 교수, 한식·전통주 강의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식 과장이 지난 18일 수당고택에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한식, 한식 세계화 정책을 말하다’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식 과장이 지난 18일 수당고택에서 ‘세계인이 사랑하는 한식, 한식 세계화 정책을 말하다’란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서늘한 바람이 무더위와 태풍의 기억을 실어 가던 9월의 세 번째 금요일(18일) ‘예산 수당고택(修堂古宅·국가중요민속문화재 제281호)에 깃든 이남규 선생의 정신·문화이해’ 여섯 번째 장이 열렸다. 이번 장은 올해 수당고택 내에서 진행되는 마지막 장이기도 했다.

청운대학교 인문도시사업단(단장 박현옥·사회서비스대학장·디자인학부 공간디자인전공 교수)이 운영하고 있는 이 사업은 문화재청 선정 2020년 지역문화재 활용사업 ‘유유자적’ 중 하나이며, 충남도(지사 양승조)와 예산군(군수 황선봉), 청운대(총장 이우종) 등이 함께하고 있다.

이날 수당고택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식 지식산업진흥과장과 청운대학교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조춘봉 교수(한국전통주진흥학회 회장)가 강사로 나섰다. 또 홍주제과기술학원 채선병 원장은 ‘아홉 칸 목기에 담긴 우주’라고 불리는 구절판(九折板)을 만들어 참가자들에게 대접했다.

강의에 앞서 박현옥 단장은 “코로나19 여파로 예정보다 늦게 시작된 수당고택 활용사업이 오늘로써 고택 내부 프로그램은 끝이 난다”며 “찾아가는 수당고택(외부 행사)과 코레일과 함께하는 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등이 다음 달 진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택 인근 아계 선생 묘소와 연당 등은 들를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프로그램은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주최 측 포함 10명으로 인원을 제한해 진행됐다.

첫 번째 강사로 나선 농림축산식품부 이재식 지식산업진흥과장은 ‘세계인이 사랑하는 한식, 한식 세계화 정책을 말하다’란 주제로 강의를 펼쳤다.

올해 8월 28일 시행된 한식진흥법은 한식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사용되어 온 식재료 또는 그와 유사한 식재료를 사용해 우리나라 고유의 조리방법 또는 그와 유사한 조리방법을 이용해 만들어진 음식과 그 음식과 관련된 유·무형의 자원·활동 및 음식문화’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과장은 “법으로 규정돼 있지만 한식을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음식 이름은 같아도 세월이 흐르며 완전히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면은 1928년 함흥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전까지 ‘잡채’는 어려 채소를 섞은 음식으로 지금과는 매우 달랐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미군 부대 앞에서 시작됐다는 부대찌개나 양념치킨이 한식인지 아닌지 묻는다면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면에서 한식에 대한 규정은 전통음식이나 궁중음식과는 구별해서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농식품부 이재식 과장 강의안 중 캡처
농식품부 이재식 과장 강의자료 중 캡처

이 과장은 한식의 특성으로 ▲밥과 반찬의 상호보완으로 이뤄진 조화로운 상차림 ▲발효식품으로 건강과 영양을 동시에 섭취 ▲자연에서 얻어낸 제철 재료를 골고루 이용 ▲양념과 고명을 통해 맛과 멋과 영양을 모두 챙김 ▲식사예법이 엄격하고 식기문화가 발달 등을 제시했다.

그는 “한식 밥상을 말할 때 3·5·7·9·12첩 반상이란 표현을 쓰는데 여기서 ‘첩’은 밥·국·탕·김치·간장 등은 빼고 헤아려야 한다”며 “12첩 반상은 궁중에서 임금만 드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식품부는 감염병 예방 등의 이유로 반상(개인상) 문화를 되살리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찌개 등을 한 그릇에 같이 먹는 것은 일제 때부터 시작됐는데, 무차별한 자원 수탈로 식기마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더했다.

이 과장은 또 “장류는 한식 맛의 바탕”이라며 “조선의 최장수 왕 영조는 평소에는 소식을 했지만 고추장이 올라오면 밥을 남기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스 때에 이어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김치의 효능이 주목받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SNS 등을 통한 ‘김치말이국수 챌린지’가 유행할 정도”라고 부연했다.

‘고명’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고명은 음양오행 사상을 기초로 하며, 오방색을 띈다”며 “입맛을 살리는 황색, 만물이 생성하는 젊음의 청색, 몸을 깨끗하게 해주는 순수의 백색, 신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열정의 적색, 면역력을 높이는 흑색 등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음식문화 강국으로서 국격을 높이기 위한 것이 한식진흥정책”이라며 그 주요 전략으로 ▲한식진흥 기반 강화 ▲음식관광 활성화 ▲한식 전문인력 양성 ▲한식 해외 확산 등을 소개했다.

그는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 등 여러 곳에서 한식 쿠킹클래스가 진행되는데 특히나 효과적”이라며 “1~2시간을 함께하며 한국에 대한 설명을 하고 음식을 먹으면 한국의 맛과 멋이 더 각인될 수밖에 없다. 참가자들은 한국문화 전파의 첨병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식진흥정책의 주요 성과로 한식 인지도·선호도 증가와 식재료 수출 증가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재식 과장은 “수당고택 활용사업도 이 지역 종가 음식을 재조명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며 “잘하면 외국인들이 여기까지 찾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강사로 나선 청운대 조춘봉 교수는 ‘전통발효주(가양주)와 전통음식문화’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지난 8월 초부터 직접 빚은 전통주를 가져와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조 교수는 “술이 언제 시작됐는지에 대해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인류의 시작과 함께했을 것이라고 보여진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에도 주조기술이 있었고 고려 때는 중국에서 증류법이 도입되며 한층 발전했다. 또 조선시대는 양조기술의 절정기로, 찹쌀로 빚는 술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제강점기는 술 역시 침체기였는데, 그것은 일제가 집에서 빚는 술을 밀주 취급했기 때문이며, 식량(쌀) 부족으로 전통주가 단절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국어사전에서는 전통주를 ‘한 나라·지역 등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양조법으로 만든 술, 민속주라고도 불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며 “문화재보호법, 식품산업진흥법,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기본법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양조주(발효주) 등 전통주의 분류에 대해 설명한 후 “발효주는 단양주와 중양주로 나누는데 이 중 단양주는 술 빚기를 한 번으로 그친 술을 뜻한다”며 “단양주는 중양주와 비교해 도수가 낮고 저장기간이 짧다. 쉽게 말해 빨리 마시는 게 목적인 술”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양주 이상은 단양주보다 아무래도 맛이 더 좋다. 오양주부터는 보통 막걸리로는 잘 안 빚고 청주용으로 봐야 한다”며 “전통주에는 약재를 원재료의 5% 이상 넣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 구기자 막걸리는 구기자 5%와 쌀 95%의 비율”이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도내 지역별 전통주와 한식의 궁합과 술의 유래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에 따르면 계룡백일주와 어울리는 안주는 갈비와 불고기, 생선회, 파전 등이며, 금산인삼주는 불고기, 닭백숙, 팔보채 등과 함께하면 좋다.

조 교수는 또 주세법에 따른 주류의 정의와 소규모 주류 제조자의 정의, 종류별 규격, 제조면허 취득 절차 등도 알려줬다.

그는 “술의 알코올 도수는 섭씨 15℃에서 전체용량 100분(分) 중에 포함돼 있는 알코올분의 용량을 가리킨다”며 “전통기법으로 술을 담그면 최고 20도까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알코올 도수는 한자식 표현이며, 단위를 %로 사용해야 더 정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규모 주류 제조에 이어 사회적 사명감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조춘봉 교수는 “꼭 주류 제조업자가 아니라도 사회적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며 “여기 오신 분들도 구체적이고 정확한 자신만의 사명선언문을 한 번 써보길 바란다”는 말로 강의를 끝냈다.

한편 2020 예산 수당고택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네이버 블로그(https://blog.naver.com/cwuhumanitas)를 참조하거나 청운대 인문도시사업단(☎010-9461-4147)으로 문의하면 된다.

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조춘봉 교수가 지난 18일 수당고택에서 전통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청운대 호텔조리식당경영학과 조춘봉 교수가 지난 18일 수당고택에서 전통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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