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이루며 살다보니… 점점 행복해졌습니다”
“하루하루 이루며 살다보니… 점점 행복해졌습니다”
  • 노진호
  • 승인 2020.09.24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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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주제과기술학원 채선병 원장
9월 직업능력의 달…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영예’
2000년 개원… “롤러코스터 같던 20년, 행복한 오르내림”
봉사활동 지속… “지역사회와 함께, 행복을 나누고 싶다”
‘직업능력의 달’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은 홍주제과기술학원 채선병 원장을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직업능력의 달’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은 홍주제과기술학원 채선병 원장을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게 행복이라 믿었고요.”

‘직업능력의 달’을 맞아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받은 홍주제과기술학원 채선병 원장(49)의 말이다. 고용노동부는 1997년부터 해마다 9월을 ‘직업능력의 달’로 지정해 기념행사를 열고 있으며, 직업능력개발 활성화와 사회적 관심 제고를 위해 공헌한 사업주와 노동자 등을 발굴해 포상하고 있다.

‘직업능력개발! 우리의 미래를 밝힙니다’라는 2020년 직업능력의 달 슬로건에 걸맞은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공식 인정받은 채 원장을 홍주제과기술학원에서 만났다.

지난달 말 수상 확정 소식을 들었다는 채 원장은 “고용노동부장관상은 보통 지방의 소규모 훈련기관에서는 받기 힘든 상으로 알고 있다”며 “실적뿐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채 원장이 운영하는 홍주제과기술학원은 2000년 11월 20일 지금 그 자리(홍성군 홍성읍 의사로64번길 9-5)에서 문을 열었다. 이곳은 제과·제빵 기술습득, 국가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이론과 실기를 병행하면서 현장실무에 최적화된 실무형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또 기초부터 고급과정까지 전반적인 제과·제빵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정규과정 이외에도 케이크 전문과정, 기능사 특강반, 홈베이킹반, 초콜릿과정, 마카롱과정, 천연발효빵 등도 운영 중이다(이 부분은 학원 홈페이지를 참고했다).

특히 홍주제과기술학원은 지역민들이 좁아진 취업문을 여는 데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이곳에서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훈련과정을 운영 중이며, 2011년부터는 CJ푸드빌 뚜레쥬르 선일산업과 위탁교육을 체결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뚜레주르 위탁교육도 이곳에서 하지 않았다면 많은 지역민이 대전 등 타 지역으로 원정을 가서 배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나선 것이라고 한다.

채 원장은 “학원을 운영해온 지난 20년은 롤러코스터 같았다”며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진심으로 원생들이 행복하길 원했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이든 취업이든 그에 맞춰서 도움을 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50대 탈북여성이 자격증을 딴 적 있다. 그 분에게 그 자격증은 희망 그 자체였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우리 학원에 와서 행복해졌다면 그 가정이 행복해질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는 것”이라며 “난 정말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채 원장이 지난 20년간 단순히 그 자리를 지켜만 온 것은 아니다. 홍주제과기술학원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2000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이곳에서 배출한 전문 제과·제빵사만 6840명으로, 이는 연간 360명에 달하는 수치다. 학원 규모 또한 개원 당시 38평에서 138평(2019년 기준)으로 넓어졌다. 현재 이곳에는 원생들을 위한 최신 훈련장비가 가득하다.

채 원장을 알게 된 건 청운대학교 인문도시사업단(단장 박현옥·사회서비스대학장)이 운영하는 예산 수당고택 활용 프로그램 현장에서였다. 채 원장은 프로그램 참석자들을 위한 간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강의의 이해를 돕기 위한 ‘총유병’과 ‘구절판’ 등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는 “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할 일이 참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수당고택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박현옥 단장님도 그렇게 알게 됐고, 지역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이 일치해서 돕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를 위해 할 일이 참 많다’는 채 원장의 말 그대로, 그는 학원 운영뿐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채 원장은 홍주제과기술학원의 원훈이기도 한 ‘손으로 만드는 향기로운 행복’이라는 봉사단체를 2013년 결성해 꾸준히 활동 중이다. 정회원 10명과 준회원 30여명 등 연간 봉사자만 480여명에 달하는 이 단체는 올해로 7년째 월1회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손으로 만드는 향기로운 행복’은 자활센터, 충남서부보훈지청, 아동, 다문화가정, 장애인 관련 기관 등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빼놓지 않고 행복을 나눴다.

채 원장은 “나눔은 받는 곳도 주는 사람들도 부담이 되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그런 것을 조율하는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며 “꾸준히 활동하다 보니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채 원장의 나눔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역의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과 방과 후 수업, 자유학기제 수업, 진로교육 등을 하고 있으며, 홍성사회복지협의회 회원으로 치매 방지 및 자살 예방 활동, 홍성의 사회복귀시설인 라온의 집 운영위원, 홍성읍사회복지협의체를 통한 소외계층 빵 나눔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채 원장은 “장애가 있는 아이든 다문화가정에서 왔든 원생을 구분하지는 않는다. 올해는 어린이집 원생 수백명을 대하기도 했는데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힘들 때도 있지만 힘든 만큼 행복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한 곳에서 오래 머물지만, 그것을 기반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확장하고 있다”는 채 원장의 학원 운영도 봉사활동도 ‘사람들과 행복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방식이 다를 뿐 같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서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전달받은 채선병 원장이 권오형 지청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주제과기술학원 제공
지난 18일 고용노동부 보령지청에서 고용노동부장관 표창을 전달받은 채선병 원장이 권오형 지청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홍주제과기술학원 제공

채 원장은 그 행복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 또한 쉬지 않고 있었다. 혜전대학교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한국방송통신대 가정학과, 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과, 공주대 산업과학대학원 식품공학과 등에서 공부를 계속했다. 더불어 보유 중인 자격증만 해도 ▲제과·제빵 명인인증서 ▲영양사 면허증 ▲사회복지사 2급 ▲심리상담사 1급 ▲직업능력개발 훈련교사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며, 각종 위촉증이나 감사패는 열거를 포기했다.

그는 “고용촉진훈련·여성가장훈련부터 요즘의 국민내일배움카드, 취업성공패키지까지 고용노동부나 지자체 인증 등을 위해 쉼 없이 노력했다”며 “난 너무 힘들 때 배운다. 코로나19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한다면 바로 그럴 때 배우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10년, 20년이 너무 막막해 보여 견디기 힘들다면 하루하루를 이루며 살아가면 된다. 나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채선병 원장은 “저와 우리 학원은 지역사회의 일부일 뿐이고 혼자서 다 바꿀 수는 없다”며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치면 홍성이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행복은 공유해야 더 커진다”고 전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채 원장은 고용노동부 ‘스타강사’에도 도전장을 던졌다고 귀띔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인터뷰를 통해 채 원장은 이미 ‘스타강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자리에서 지역사회를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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