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선 빠르고, 물 밖에선 따뜻한… “저를 기억해주세요!”
물 위에선 빠르고, 물 밖에선 따뜻한… “저를 기억해주세요!”
  • 노진호
  • 승인 2020.09.25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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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혜전대학교 ‘새내기’ 김효빈 학생
부여군청 카누팀 소속… “세계 정상 등극이 꿈”
사회복지과 20학번… “아이들 위해 일하고 싶다”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혜전대학교 새내기 김효빈 학생. 사진= 노진호 기자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혜전대학교 새내기 김효빈 학생. 사진= 노진호 기자

우리는 ‘주경야독(晝耕夜讀·바쁜 틈을 타서 어렵게 공부함을 이르는 말)’이라는 사자성어를 쓰고,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를 표현을 쓰기도 한다. 혜전대학교 새내기 중 이 두 표현이 제격인 학생이 있다. 주인공은 바로 사회복지과 20학번 김효빈 학생(19)이다.

효빈 씨는 올해 혜전대에 입학한 대학생인 동시에 부여군청 카누팀 소속 선수다. 카누 스프린트 K1·K2·K4에 주로 출전한다는 그는 고교시절(부여고등학교) 전국체전 개인(K1) 3연패와 2인승(K2) 2연패를 달성할 정도로 ‘유망주’다. 특히 부여중학교 3학년 때는 전국소년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며 종목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카누명가 부여에서 태어난 효빈 씨는 “초등학교 6학년 겨울방학 때 노를 처음 잡았다. 그냥 물이 좋았다. 그리고 스스로 성장하는 것을 느껴 지금까지 하게 된 것 같다”며 “올해 1월 부여군청에 입단했다. 실업팀에 가보니 확실히 학교 때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약간의 엄살도 있고 실업 1년 차의 겸손도 담긴 말이지만, 그는 올해 7월 열린 제19회 파로호배 전국카누경기대회와 8월 개최된 제16회 백마강배 전국카누경기대회에서 각각 동메달 2개씩을 획득하며 잘 적응해가고 있다.

인터뷰 전 티타임을 함께한 혜전대 이세진 총장과 김효빈 학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인터뷰 전 티타임을 함께한 혜전대 이세진 총장과 김효빈 학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앞서 이야기했듯 효빈 씨는 학창시절부터 주목받던 선수다. 중3 때는 청소년 대표로 선발되기도 했고, 카누협회 영재 육성 사업에 선정돼 카누 강국인 독일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을 다녀오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 꿈에도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올해는 선발 인원이 줄며 아쉽게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고 한다).

승승장구하며 물살을 갈라온 듯 보이지만 위기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부상이었다. 그는 “지난해 어깨 부상을 당했다. 그러다 보니 메달은 따도 기록이 점점 안 좋아졌다”며 “운동을 잠시 접고 치료에만 집중할까 하는 고민도 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재활과 운동을 병행했다”고 말했다.

부여군청 카누팀 소속인 효빈 씨는 오전 8시30분~11시, 오후 3시~5시30분 백마강과 반산저수지 등에서 훈련을 한다고 한다. 그는 “악천후가 아닐 때는 거의 물 위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훈련만으로도 벅찬 일정이지만, 그는 대학 생활도 함께하고 있다. 혜전대 사회복지과 야간반인 그는 오후 6시30분부터 9시까지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카누 선수와 사회복지과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는 않아 과 선택 이유를 물었다.

효빈 씨는 “사실 어머니(사회복지과 최현숙 교수)가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를 보며 자연스럽게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혜전대 입학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힘들지만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 보육교사 쪽을 생각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운동만 하다 공부를 시작하니 너무 어렵다”며 “‘영유아의 발달’이라는 어머니 수업을 들었는데, 호칭부터가 어색했다”고 털어놨다.

효빈 씨의 두 가지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하나는 아동과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사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무대 정상 등극이다. 그는 “대한민국 카누는 아직 세계무대 금메달이 없다. 유럽세가 매우 강한 종목”이라며 “노를 놓기 전까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 금메달리스트로서 혜전대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전했다. 이어 “은퇴 후에는 관련 공부도 하고 싶다”면서도 “뭐 일단은 학교생활부터 착실히 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에게 계획을 물었다. 효빈 씨는 “10월 부여에서 열리는 제38회 전국카누선수권대회와 제37회 회장배 전국카누경기대회 출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금 더 큰 목표는 없느냐고 추가로 묻자 “사실 열심히 해서 돈을 모아 건물주가 되고 싶다”고 살짝 귀띔했다.

올림픽 시상대 제일 위에, 대회가 없을 때는 아이들 곁에, 세월이 더 흐른 뒤에는 건물 펜트하우스에 있는 혜전대학교 새내기 김효빈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부여군청 카누팀 소속 김효빈 학생의 훈련 모습. 본인 제공
부여군청 카누팀 소속 김효빈 학생의 훈련 모습.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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