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계란은… ‘순수함’입니다”
“저에게 계란은… ‘순수함’입니다”
  • 노진호
  • 승인 2020.10.0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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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얘네들 공방 장유진 작가
10월 6~13일 ‘갤러리 짙은’서 전시회
10월 6~13일 홍성 ‘갤러리 짙은’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장유진 작가를 서산 양대동에 있는 공방에서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10월 6~13일 홍성 ‘갤러리 짙은’에서 작품을 전시하는 장유진 작가를 서산 양대동에 있는 공방에서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타인에 의해 그려지는 모습이 아닌 오롯이 ‘나’로 살아가고 싶은 거죠.”

서산에서 ‘얘네들 공방’을 운영하고 있는 도예가 장유진 작가(36)는 본인이 추구하는 작품세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6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천수만 한울마루 속동전망대에 있는 ‘갤러리 짙은(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689)’에서 작품을 선보인다. 장 작가와의 인터뷰는 추석을 며칠 앞두고 서산에 있는 그의 공방에서 이뤄졌다.

‘갤러리 짙은’에서 열리는 이번 장유진 작가 전시회의 타이틀은 꽤나 흥미롭다. 그것은 바로 ‘삶은 계란’이다. 그에게 다짜고짜 ‘왜 계란인지’ 물었다.

장 작가는 “꼭 문화예술 쪽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는 어느 지역이든 어느 분야든 일종의 알력싸움이 심하다고 생각한다. 난 성공이나 생존을 위해 어느 한 쪽을 선택하기 보다는 더 순수하게 살고 싶다”며 “내게 계란은 ‘깨어나지 않은 순수함’이다. 그런 의미를 작품에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향인 서산에서 공방 문을 연 것은 3년쯤 됐지만, 그와 도예와의 만남은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장 작가는 “입시미술을 준비하던 중 홍익대학교 도예과에 다니던 사촌매형의 작업실에 가게 됐고, 그곳에서 도예에 빠졌다”며 “이후 청주대학교에 들어가 공예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저런 사정으로 대학 졸업 후 바로 공방을 차리지는 못 했다. 7년 정도 서울에서 수입자동차 딜러로 일했다”며 “그러다 그 일을 그만두고 충북 청주와 진천 등에서 2년쯤 도예 공부를 더 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서산에서 공방을 시작한 것은 사실 예술적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충분히 아름다운 이유였다. 장 작가는 “공방을 준비하던 때 아기가 태어났다. 아이를 위해서는 이곳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그즈음 태어난 장 작가의 딸은 올해로 세 살이 됐다고 한다.

장 작가는 꾸준히 전시활동을 하면서도 생활자기 판매와 각종 강의도 하고 있다. 그는 “현재 정기적인 수강생은 6명이고, 학교 등에서 요청이 오면 찾아가서 수업을 하기도 한다. 또 가끔은 원데이클레스도 운영한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내년에는 정기적인 클래스를 더 늘릴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장 작가는 또 “내가 만드는 생활자기는 반상기(飯床器) 위주다. 물론 전시 등을 위한 작품 활동과 병행해야겠지만 앞으로는 생활자기 쪽에 조금 더 힘을 쏟고 싶다”며 “사람들이 내 이름을 믿고 작품을 사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도예가로서 목표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계란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과 함께 찍은 장유진 작가의 프로필 사진. 얘네들 공방 제공
계란을 모티브로 한 작품들과 함께 찍은 장유진 작가의 프로필 사진. 얘네들 공방 제공

장 작가는 7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수입자동차 딜러라는 전혀 다른 세계에 머물면서도 도예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런 그가 생각하는 도예의 매력이 궁금했다.

장 작가는 “도자기를 만들며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게 좋았다”며 “그럴 때면 잡념도 사라지고 시간도 더 잘 가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타인에 의해 그려지는 모습이 아닌 오롯이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 이런 생각을 작품에 담고 있다”며 “딜러 시절 사인(sign·서명)을 정말 많이 했다. 그 사인을 도예를 통해 입체로 표현해보려 한다. 그 시절 ‘사인’은 곧 나였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야기했듯 그는 꾸준히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코리아 아트 페스타 추천작가로 선정된 그는 7일부터 1주일간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연다. 또 오는 12월에는 전북장수미술관에서 개최되는 C+ 국제교류전에도 참여한다.

생활자기 작가로 인정받고 싶다는 어쩌면 조금은 현실적인 이유가 담긴 목표를 밝힌 그이지만, 그가 품고 있는 계란 안에 그것만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장 작가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공방도 하고 공모전 같은 데도 참가해야 하는데 그렇지를 못했다”며 “좀 늦었지만 올해 첫 공모전(대한민국청년미술대전)에 도전했고 입상을 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 단위 공모전 중 현대미술공모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대한민국미술대전 등은 도예가들 사이에서 소위 ‘그랜드 슬램’으로 여겨진다”며 “마흔다섯 전에 그랜드 슬램을 달성해보고 싶다. 내가 상상하고 그려왔던 것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난 틀에 박힌 것이 싫다. 전시회도 그렇다. 평소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냥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좋다.”

이런저런 전시 관련 이야기 중 장 작가가 한 말이다. 이런 생각을 키워가던 중 ‘갤러리 짙은’ 김정숙 사무장을 우연히 알게 됐고, 이번에 짧게나마 ‘갤러리 짙은’의 릴레이 전시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우연히 들렀던 사촌매형의 도예작업실, 우연히 알게 된 갤러리 짙은… 이 운명 같은 우연한 만남이 여러분과도 이어진다면 또 어떤 행복이 빚어지게 될지 기대된다.

계란을 모티브로 만든 장유진 작가의 작품. 얘네들 공방 제공
계란을 모티브로 만든 장유진 작가의 작품. 얘네들 공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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