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빌려온 아름다움… 잠시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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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진호
  • 승인 2020.10.14 1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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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응노마을 별의별 공방 임민숙 작가
10월 14~31일 ‘갤러리 짙은’서 천연염색 작품 전시
14~31일 ‘갤러리 짙은’에서 천연염색 작품을 선보이는 임민숙 작가를 이응노마을 별의별 공방에서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14~31일 ‘갤러리 짙은’에서 천연염색 작품을 선보이는 임민숙 작가를 이응노마을 별의별 공방에서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자연이 주는 고운 색… 그저 그게 좋은 거죠.”

1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천수만 한울마루 속동전망대에 있는 ‘갤러리 짙은(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689)’에서 천연염색 작품을 선보이는 임민숙 작가(55)의 말이다. 그는 이응노마을 별의별 공방에서 활동 중이다.

임 작가가 ‘갤러리 짙은’에서 전시를 하는 것은 올해로 4년째다. 그곳 김정숙 사무장이 별의별 공방에 함께 있던 작가였고, 그 인연으로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보령 출신인 임민숙 작가는 20대 때는 서울에서 생활하다 21년쯤 전에 홍성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전업주부였던 그가 예술과 만난 것은 20년쯤의 일이지만, 그 시작이 천연염색은 아니었다.

임 작가는 “한글(붓글씨)과 문인화를 취미로 하다 문인화로 작가 데뷔를 하게 됐다. 데뷔는 했지만 제대로 활동은 못했다. 그냥 개인 작업과 연습을 했던 것 같다”며 “그러다 11년쯤 전에 천연염색을 알게 됐다. 그리고선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천연염색으로 방향을 바꾼 게 뭐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다”라며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댕댕이 전통공예를 배운 적이 있는데 그게 끝날 때쯤 천연염색 강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임 작가와 천연염색의 만남은 운명과도 같았다. 그는 “그냥 그 ‘색’ 자체가 정말 예뻤다. 양파에서 그런 노란색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며 “5년 정도 꾸준히 하며 작가협회 그룹전에도 참여하고, 전국의 작가들과 교류도 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만큼의 투자도 필요했다. 임 작가는 “처음 3년 정도는 단색 염색만 했다. 하지만 점점 더 다양한 기법에 관심이 생겼다”며 “학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난 경기도 일산까지 가서 바느질 홀치기를 배우고, 대구와 부산에 있는 강사들을 찾아 다녔다”고 전했다. 이어 “아마 대학 학비보다 천연염색을 배우려고 더 많은 돈을 썼을 것”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그렇게 전국 각지로 발품을 팔고, 시간을 투자할수록 천연염색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고 한다. 그는 6~7년쯤 전에 보령농기센터에서 처음으로 천연염색 정식 수업을 시작했으며, 이후로 다양한 곳에서 천연염색을 전파하고 있다.

“참 다양한 곳을 다녔다”는 임 작가는 “용봉초등학교 마을학교 수업은 올해로 3년째다. 또 올해 은하초와 금마초, 홍남초, 홍성중 등에서 일일체험도 진행했다”며 “별의별 공방 프로그램도 하고 있고, 이응노의 집에서 주민 대상 특강도 했다. 또 올해는 적십자 봉사회 회원들을 대상으로도 10회 정도 수업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에 교육을 하러 갈 때면 재료만 한 보따리다. 그런데도 늘 아쉬움이 있다”며 “시간적 여유 때문에도 그렇고 학교 수업은 단계를 끌어올리지를 못한다. 그냥 단발성 체험이 아닌 진짜 교육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천연염색은 자연에서 빌려오는 아름다움이다. 임 작가는 천연염색의 그 매력으로 인한 고민도 하고 있었다. 그는 “진짜 힘들게 염색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그 색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막는 여러 방법을 찾았지만, 아직 완벽한 해법은 어디에도 없다”며 “어쩔 수 없어도 숙제는 숙제”라고 말했다.

천연염색은 그 기법이 다양한 만큼 작업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침염의 경우는 3시간 정도면 되지만, 바느질 홀치기 등은 한 달 넘게 걸리기도 한다. 또 같은 식물이라도 재료와 물의 비율, 직물의 양 같은 것에 따라 색이 다 달라진다고 한다.

임 작가는 취미로 천연염색을 시작하는 분들에게 ‘인내심’을 강조했다. 그는 “보기에 좋아서 천연염색을 시작해도 하다보면 착색은 잘 안 되고 탈색은 잘 되고 하는 ‘시련의 과정’을 겪게 된다”며 “나도 처음에는 힘들게 작품을 만든 후 색이 빠지는 것을 보며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임 작가는 조심스럽게 또 하나의 아쉬움도 전했다. 그는 “난 천연염색을 배우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런데 요즘 보면 그냥 잠깐 배워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분들도 있다”며 “무료 수업도 너무 많다. 재료비도 비싸고 강사료도 생각해야 하는데 무료라는 게 너무 당연해지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투자를 해야 진짜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 그래야 오래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임민숙 작가가 바느질 홀치기 기법으로 만든 ‘만남’. 임민숙 개인전 리플릿中
임민숙 작가가 바느질 홀치기 기법으로 만든 ‘만남’. 임민숙 개인전 리플릿中

임 작가의 계획은 천연염색을 계속 하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한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좋은 것”이라며 “기분이 안 좋다가도 작업을 다 해놓고 그 고운 색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고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그 ‘고운 마음’을 더 많은 이에게 전하고 싶은 듯 했다. 그는 “예전에 어느 워크숍에 갔다가 한 심리학 교수님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 분은 ‘크레파스나 물감보다 천연염색의 색이 심리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며 “그 말이 계기가 돼 장수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어르신들이 염색 과정에서 예전의 아름다운 기억들을 떠올리시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임 작가는 “염색을 배우러 오는 사람 중에는 연세가 좀 드신 분들이 많은 편이다. 그 분들에게 ‘예쁘다, 곱다’는 표현을 많이 하라고 말씀 드린다”며 “천연염색의 고운 색이 그런 표현을 더 자연스럽게 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민숙 작가는 오는 31일까지 ‘갤러리 짙은’에서 20작품 정도를 전시한다고 한다. 잠깐 짬을 내, 여러분의 시간을 곱게 물들여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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