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청년농부’입니다!
우리들은 ‘청년농부’입니다!
  • 노진호
  • 승인 2020.10.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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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 육성 프로젝트… 매년 50명 정도 선정
“판로 확대 열쇠”… 내달 말까지 주말장터 운영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내포신도시에서 예산 세심천 쪽으로 가다보면 시끌벅적한 장터(예산군 삽교읍 도청대로 835)를 볼 수 있다. 있어야 할 건 다 있고, 없을 건 없는 이곳의 주인공은 ‘청년농부’들이다.

내포뉴스는 그들을 따로 만나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과의 만남은 청년농부 영농조합 홍성법인 회원들의 교육이 있던 지난 14일 예산 가가팜에서 이뤄졌다.

예산 가가팜에 모인 청년농부들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예산 가가팜에 모인 청년농부들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오늘 전하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청년농부’는 충남도의 프로젝트로 탄생했다고 한다. 도는 지속가능한 친환경농업을 구현하고 기업과의 상생협력을 통해 친환경농산물의 판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홍성군, 예산군 등과 함께 ‘친환경 청년농부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 5년간 실시되는 이 프로젝트의 모집 분야는 창업농과 육성농으로 나뉜다. 창업농의 경우 하우스 신축이나 소형농기계 구입 등 친환경농업 생산기반을, 육성농은 기존시설이 노후 되거나 개선사항에 대해 시설 개·보수비를 지원한다.

홍성법인 조한옥 간사는 “해마다 50명 정도를 선정하는 이 프로젝트는 첫해 4개 권역으로 시작해 올해는 8개 권역으로 확대됐다”며 “홍성법인은 홍성과 예산, 청양의 청년농부들로 구성되며 현재 회원은 34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법인은 청년농부들이 모일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하며, 교육과 견학·장터 등을 스스로 기획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각 지역(권역) 법인 외에 통합 법인도 따로 있다”고 부연했다.

내포뉴스와의 만남이 있던 이날도 홍성법인의 청년농부들은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한 종이 트레이포트를 체험했으며, 가가팜에서 육묘 중인 양파모와 수확을 앞둔 콩(백태)도 살펴봤다.

사실 친환경 청년농부 육성 프로젝트는 충남도와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가 함께 추진하던 사업이었지만, 롯데 쪽의 후원은 올해 끊겼다고 한다.

조 간사는 “육성농은 도·시·군비 80% 지원과 자부담 20%, 창업농은 롯데가 100% 지원하는 방식이었는데 갑자기 롯데가 손을 놓아버렸다”며 “지자체에 청년농부의 필요성을 거듭 설명했고 다행히 사업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의 정착은 지역에도 의미가 크다. 우리는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친환경 농업으로 정착해 살아간다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열쇠는 ‘판로’라고 한다. 최근에 운영 중인 ‘주말장터’도 판로 확보에 대한 고민 끝에 나온 자구책이다.

청년농부에 대해 설명해준 조한옥 간사 역시 판로 확보가 절실한 이 중 하나였다. 그는 서울에 살다 결혼을 하며 홍성으로 왔다고 한다. 홍성군 장곡면에 있는 ‘젊은협업농장’에 다니는 남편을 곁에서 지켜보던 조 간사는 5년 후쯤 스스로 청년농부가 됐다.

그는 “난 근대를 키웠고, 100% 학교급식으로 공급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학교가 멈춰버린 것”이라며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장터와 직거래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각자 사연은 다르겠지만, ‘주말장터’는 청년농부들에게 매주 중요한 도전이다. 조 간사는 “이번 주말장터는 오는 11월 말까지 운영한다. 홍성법인 청년농부들의 제품 외에 지역의 멘토 농부와 대표농가 등의 제품도 판매 중”이라며 “올해는 시범운영 중인만큼 장터를 진행하면서 계속 배워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품목도 늘리고 가격 구성도 다양화 하고 있다”며 “‘내포천사’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후기를 부탁드렸는데 장터에서 산 재료를 활용한 요리 레시피와 장터 물건의 잔고 등을 공유하는 것을 보고 한편으론 놀랐고 또 다른 한편으로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조 간사의 말처럼 올해 주말장터는 ‘시범운영’ 중이다. 시범운영중인 만큼 청년농부들은 결실보다 숙제에 주목하고 있었다.

조 간사는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지금 장소에서 장터를 운영 중이지만, 내년에도 이곳에서 계속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며 “지속적으로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우리만의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청년농부들은 고정생산물이 적은 편이라 소비자들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기 힘들다”며 “현재는 다른 농가와 연계해주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지만 풀어야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특히 조 간사는 “장터를 찾는 분들 중 평일에도 운영해 달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며 “주말장터가 조금씩 활성화 되는 것을 보며 ‘청년농부 광역장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또 하나의 숙제인 셈”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조한옥 간사는 후배 청년농부들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그는 “친환경농업을 단순히 사업적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땅을 살리는 친환경농업은 무엇보다 자기 철학과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법인 간사 역할을 맡으며 여러 일을 하다 보니 그런 것을 더 느끼게 됐다”고 조언했다.

‘청년농부 주말장터’는 11월 마지막 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린다. 베테랑 농부들이 하는 유서 깊은 장은 아니지만, 이곳에는 된장, 어묵, 호떡, 고구마, 표고버섯, 양파즙, 참기름, 들기름, 열매마, 늙은 호박, 초당옥수수, 애호박, 페페론치노, 로즈마리화분, 바질모종, 국화화분, 사과즙, 호랑이강낭콩, 오크라, 와일드루꼴라, 장아찌용 양파, 햅쌀, 통마늘, 미니단호박, 감자, 케일, 상추, 노니화분, 파파야화분, 베트남가지, 여주, 구아바, 공심채, 토란, 계란, 미니파프리카, 오이, 흑방울토마토 등 정말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특히 환경을 생각하는 청년농부들인 만큼 홍성YMCA가 추진 중인 ‘종이팩이 숲을 살립니다’ 캠페인에도 동참하고 있다. 주말장터에 우유팩을 가져가면 600g당 휴지롤 1개를 받을 수 있다.

마음 착한 청년농부들의 열정이 담긴 주말장터… 조금 여유 있으실 때, 구경이라도 한 번 가보시길 바란다.

청년농부 주말장터가 오는 11월 말까지 예산군 삽교읍 도청대로 835에서 펼쳐진다. 홍성YMCA 제공
청년농부 주말장터가 오는 11월 말까지 예산군 삽교읍 도청대로 835에서 펼쳐진다. 홍성YMC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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