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동문학예술의 메카로… 또 ‘한걸음’
세계 노동문학예술의 메카로… 또 ‘한걸음’
  • 노진호
  • 승인 2020.11.24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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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노동문학관 만든 정세훈 이사장
동북亞 문화허브센터 충남지회 창립 추진
“더 공적인 장소 돼야”… 지자체 역할 강조
23일 노동문학관에서 만난 정세훈 시인. 사진= 노진호 기자
23일 노동문학관에서 만난 정세훈 시인. 사진= 노진호 기자

“이곳을 세계 노동문학예술의 메카로 만들겠습니다.”

노동문학관 정세훈 이사장(시인·65)이 지난 9월 내포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 약속이다. 그리고 그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정세훈 이사장을 23일 노동문학관에서 만났다. 지난 8월 15일 문을 연 노동문학관은 9월 28일 충남도에 공식 등록됐다. 그는 현재 ‘(사)동북아시아 문화허브센터 충남지회’ 창립을 추진 중이다.

정 이사장은 “동북아시아 문화허브센터 지회 창립은 이곳을 세계 노동문학예술의 메카로 만들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닌 예정된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문학예술은 남북 교류도 다른 분야보다 수월할 것”이라며 “민예총 활동 등을 통해 쌓은 내 인적 인프라와 노하우를 쏟아 부을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오는 12월 중 충남지회를 창립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그는 “지역 인사들의 관심과 참여가 우선이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단체가 될 수 있다”며 “노동문학관이 있는 이 지역에서 먼저 자리를 잡아야 전국으로 국외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동북아시아 문화허브센터 충남지회 창립에 참여를 원하는 사람은 이 인터넷 주소(https://c11.kr/jjgd)로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노동문학관 내에 걸려 있는 노동문학관과 노동문학에 관한 소개 글. 사진= 노진호 기자
노동문학관 내에 걸려 있는 노동문학관과 노동문학에 관한 소개 글. 사진= 노진호 기자

이날 정 이사장에게 노동문학관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건축허가 신청 전에 전시자료에 대한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한다”며 “당시 105개의 자료를 제출했고, 그것이 먼저 전시돼 있다. 이것은 계속 유지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이후 전시자료는 연대순으로 돼 있다. 정 이사장은 1970년대 자료인 ‘어느 돌멩이의 외침’이란 책을 가리키며 “이 책을 쓴 유동우 선생은 남영동 대공분소 자리에 새롭게 탄생한 민주인권기념관의 보안관리소장으로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자료 중 ‘노동법 해설’, ‘노동운동 기초’ 등을 보여준 후 “노동운동이 많이 변질됐다. 대기업 노조는 자기들 살 궁리만 하는 것 같다”며 “현대는 물론 후대까지 진정한 노동운동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전시한 자료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노동운동은 진정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근로자’란 표현을 아직도 많이 쓰는데 이것은 일제의 억압된 표현”이라며 “근로는 시켜서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면 노동은 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이사장은 2019년 3월 출간한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도 보여줬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토 곳곳에 공단이 있다. 당연히 그곳 아이들의 정서를 담은 책도 필요한 것”이라며 “두 권을 기획했다. 첫째는 화자가 내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하나는 친구와 이웃 등 그 주변의 이야기다. 내년쯤 출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단 마을 아이들’에는 슬픈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임길택 시인이 쓴 ‘탄광 마을 아이들’에서 볼 수 있듯 문인들도 역사와 사회의식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정세훈 이사장이 쓴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네이버 책 소개 참조
정세훈 이사장이 쓴 동시집 ‘공단 마을 아이들’. 네이버 책 소개 참조

정 이사장은 이곳 노동문학관 부지를 찾는 데만 1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것은 지금이 아닌 미래를 내다봤기 때문이다. 지난 내포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건립자금을 사비로 충당하게 됐다. 자금이 형편없어 문체부의 관련 법령과 시행규칙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공간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향후 지자체 등과 협의해 문학관 인근에 시비동산과 조각공원 등을 조성해 전국적 예술명소로 만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이사장은 노동문학관이 더 공적인 장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남도든 홍성군이든 지자체 차원에서 맡아야 한다. 그래야 클 수 있다. 난 언제든 이곳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며 “동북아시아 문화허브센터의 경우도 본부가 있는 강원도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충남도도 그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19일 고향인 홍성으로 주소를 옮겼다고 한다. 그는 “노동문학관은 건립위원, 건립후원위원 등 이곳을 위해 힘을 모아준 이들의 것”이라며 “내 여생은 노동문학과 고향을 위해 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동문학관 홈페이지(http://ndmhg.co.kr)에 가면 이곳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다. 그리고 홍성군청에서 자동차로 15분 정도(홍성군 광천읍 월림리 162-2)면 직접 노동문학과 마주할 수 있다.

정세훈 이사장이 23일 노동문학관을 찾은 한 지역 원로 문인에게 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정세훈 이사장이 23일 노동문학관을 찾은 한 지역 원로 문인에게 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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