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키우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
사랑을 나누고 행복을 키우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
  • 노진호
  • 승인 2020.12.07 2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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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유창기 회장
내년 1월 말까지 회비 집중모금… “만원의 기적 만들어 주시길”
코로나19·집중호우… “충남 사람들 어려울 때일수록 더 강해진다”
고교 RCY로 적십자 인연… “‘봉사’는 평생 해야 하는 하는 일”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를 찾아 유창기 회장을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내포신도시에 위치한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를 찾아 유창기 회장을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적십자회비, 가장 어려운 이웃에게 가장 투명하게 사용됩니다.’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가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펼치는 2021년도 적십자회비 집중모금의 슬로건이다. 적십자회비는 갑작스러운 재난·재해를 당한 이재민과 4대 취약계층 지원 등에 쓰인다. 물론 이 돈이 북(北)으로 송금되거나 하는 일은 없다.

적십자사에 있어 이 시기는 내년에 이어가야 할 다양한 인도주의 활동의 밑거름을 마련하는 중요한 시기다. 충남지사 유창기 회장(70)도 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쉽지 않은 줄 알면서도 잠깐의 시간을 청했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잘 모르는 적십자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의 2021년도 적십자회비 모금은 국민성금과 특별회비 20억원, 정기후원회비 12억 1300만원, 기부금품 4억 5900만원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창기 회장은 “세대당 1만원이라는 액수는 어떻게 보면 그리 크지 않지만, 그 참여비율을 높이는 게 문제다. 직원들에게도 ‘도민들이 기쁜 마음으로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며 “적십자회비를 내는 사람이 늘면 그 만큼 대한민국은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으로 간다는 등 적십자회비 사용처에 대한 오해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며 “도민이 내는 성금은 모두 충남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쓰인다. ‘만원의 기적’을 함께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현재 전 세계는 코로나19로 시름하고 있다. 그건 대한민국도 마찬가지고, 적십자사 역시 그렇다. 유 회장은 “요즘 김장 봉사를 다녀보면 마음은 그대로지만 거리를 둬야하는 달라진 상황을 느낀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는 봉사도 방역이 최우선”이라며 “우리도 꼭 필요한 행사만 방역수칙 하에 진행하고 있다. 실제 올해 연차대회(11월 12일)는 100명 정도 규모로 치렀는데 예년의 10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간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유 회장은 “충남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을수록 강해진다. 코로나19, 수해 등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해였지만 성금은 증가했다”며 “매달 10만원 이상 내는 ‘바른기업’ 성장률도 충남이 1위로, 현재 224개나 된다. 그런 게 관심이고 사랑이다. 그렇기에 바른기업 명패 전달식 등이 있으면 꼭 직접 현장에 나간다”고 전했다.

실제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의 2020년도 코로나19와 집중호우 관련 기부금품은 기부금이 8억 1062만여원, 기부물품이 6억 5430만여원에 달했다.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는 2016년 10월 1일 대전·세종지사로부터 분리됐다.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내포시대의 첫 수장이 바로 유 회장이다. 그는 2016년 11월 1일 초대 회장에 취임해 2019년 11월 1일 연임했다. 임기는 2022년 10월 31일까지다.

유 회장은 “대전·세종·충남지사로 있을 때는 아무래도 대전 위주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 내포로 왔을 때는 적십자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며 “충남도와 양승조 지사 등 행정기관과 단체장들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라고 전했다.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회장으로서의 시간은 만4년이 조금 넘었지만, 그와 적십자의 인연은 훨씬 오래됐다. 유 회장은 교사 시설 RCY(청소년적십자) 천안지구 책임 지도교사를 하기도 했으며, 대전·세종·충남지사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고교(충남고) 때 우연히 RCY 단원이 됐다. 친구들과 고아원, 양로원 봉사도 가고 캠프에도 참여했는데 그게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며 “교사생활을 하며 RCY를 맡게 됐고 제자들과 열심히 했다. 정말 보람이 컸다”고 회고했다. 이어 “예전에 비해 RCY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것 같다”며 “스승의 날의 유래가 강경여고일 정도로 충남은 RCY의 역사가 깊은 곳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고 덧붙였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 적십자와 함께한 유 회장에게 ‘봉사’에 대해 물었다. 그는 “화재, 수해 등 다양한 현장을 경험했다. 그런 곳에 가면 연세가 많은 봉사원들이 몸을 아끼지 않고 애쓰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분들의 밝은 표정을 보면 봉사는 그분들에게 살아가는 원천이고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며 “적십자사는 우수 봉사원들에게 표창을 하고 있다. ‘적십자 휘장’은 행동으로 몸소 보여준 ‘실천적 가훈’이다. 그 어떤 말보다 훌륭한 가르침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 회장은 “봉사원들을 대상으로 특강 같은 걸 할 기회가 생기면 형식화된 봉사를 경계하고 처음의 순수함을 잊지 말라고 강조한다. 또 자칫 마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기에 늘 도움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가서라고도 한다. 배려와 겸손은 늘 필요한 것”이라며 “이 일(봉사)은 평생 해야 하는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하나하나 해나가야 한다”고 보탰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도 물었다. 유 회장은 “요즘 젊은 봉사원이 드물다. 봉사의 스타일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 또 단위 봉사회를 늘리는 것도 숙제”라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은 일을 너무 몰래하는 것 같다. 더 뻔뻔하게 선행을 베풀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도 홍보를 더 열심히 할 생각이다. 좋은 일도 알아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내포신도시에 있는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가 더 많이 알려지면 어려운 이들에게 더 큰 꿈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인터뷰 중 유창기 회장은 얼마 전 공주에서의 일을 전해줬다. 그는 “결혼이주여성이었는데 남편은 하늘로 떠나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자식들을 키우며 어렵게 살고 있었다. 그래서 집을 새로 고쳐주고 위문품도 보내게 됐다”며 “준공식 때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적십자사를 통해 한국의 정(情)을 전한 것 같아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보람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우리 직원들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을 가진 것”이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누구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의 주인공이 될 수는 없고, 누구나 재난의 현장에 뛰어들어 남을 도울 수는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우리에게는 훨씬 더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 입장료도 만원이면 충분하다.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유창기 회장은 고교 때부터 적십자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연탄 봉사 모습.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제공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유창기 회장은 고교 때부터 적십자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사진은 연탄 봉사 모습.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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