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은 '민'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문화예술은 '민'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0.12.11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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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환동 충남문화원연합회 회장(홍성문화원 원장)
전통·생활문화 사업 등… “지방문화원 역할 막중”
충남 혁신도시 지정… 홍성문화원 내포분원 필요”
문화원-역재방죽공원 연계, “군민 문화센터 될것”
충남문화원연합회회장을 겸하고 있는 유환동 홍성문화원 원장. 사진=황동환 기자
충남문화원연합회회장을 겸하고 있는 유환동 홍성문화원 원장. 사진= 황동환 기자

2012년 제18대 원장에 선출된 이래 재선을 거치며 8년간 홍성문화원을 이끌었던 유환동 원장(66)은 지난 11월 20일 제20대 문화원장에 단독 입후보해 3선에 성공했다. 동시에 그는 충남의 15개 시·군 지방문화원장들이 회원으로 참여하는 ‘충남문화원연합회’ 회장(2020년 2월 선출)도 겸하고 있다. 충남도-문화원, 한국문화원연합회-지방문화원간 소통, 예산 확보, 도 문화예술 정책 수행 등을 통해 충남의 각 문화원들을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유 회장은 충남문화원연합회장 취임과 동시에 양승조 지사와 문화원장들 간의 대화 자리를 주선했다. 유 회장은 도내 각 문화원들이 도의 중요 문화예술 정책을 홍보하고, 도가 문화예술의 중요성과 문화원의 존재가치를 인식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에 양 지사는 '점진적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그는 “전통문화만 붙잡고서는 문화원이 존재하기 어렵다. 전통문화는 문화원이 그동안 해왔던 대로 하되 한편에서는 생활문화 활성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다른 부서에서 진행하던 생활문화 사업들도 결국엔 문화원이 이어받아야 할 사업"이라고 말했다. 유 회장이 말하는 생활문화사업이란 퇴직 후 노후 생활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미술, 서예, 악기 등을 배우는 ‘생활문화동아리’ 활성화 관련 사업이다.

유 회장은 또 “다문화가족들을 챙기는 일도 문화원이 해야한다. 전통문화를 다문화가족들한테 어떻게 전파시키고 그분들이 우리의 전통 문화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가는 일 역시 문화원이 해야 한다"며 "앞으로 지방문화원들이 해야 할 일이 막중하다. 연합회장으로서 지방문화원들이 그런 일들을 추진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지원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충남 혁신도시 지정으로 유 회장에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내포신도시에 홍성문화원 분원을 설치하는 일이다. 비록 그가 속한 홍성문화원과 관련된 일이나, 향후 기업과 기관 유치로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내포신도시 일원 주민들에게 넉넉한 문화예술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충남 전체로 봐서도 필요한 일일 것이다.

“내포가 혁신도시로 지정됐다고 해서 지역 문화원들의 문화기반이 하루아침에 변화할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 점차 만들어 갈 일이다. 다만 홍성문화원의 역할이 커졌다고 볼 순 있다. 예산군과 협의를 해야겠지만 내포분원 설립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내포신도시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홍성문화원이 진행하는 문화활동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 최대한 빠른시일 내에 내포분원을 설립해야 한다.”

그는 지방문화원이 그 지역의 문화중심지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이것이 문화원 존재의 이유라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가 요즘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 있다. 여러 지자체에서 설립했거나 설립을 추진 중인 문화재단에 관한 일이다. 문화재단과 문화원간 갈등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홍성군의 ‘홍주문화관광재단’ 설립을 보는 유 회장의 마음은 가볍지만은 않다. 물론 기우에 그쳐야겠지만 타 지자체에서 벌어진 갈등이 홍성에서 재연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시설과 인력을 갖춘 문화원에 약간만 보강해도 문화재단이 하려고 하는 일들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런데 자꾸 기구와 조직만 만들어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문화재단이 그 지역에 반드시 필요한 지에 대해 지자체가 잘 판단했으면 좋겠다. 지금 예술단체들 사이에 문화재단 설립을 놓고 상당한 갈등을 겪고 있다. 충남에선 천안, 아산, 당진에 재단이 있다. 서산, 공주는 올해 설립했다. 내년엔 홍성, 서천 등이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문화예술단체들의 현황을 한 번 들여다보자. 기존 문화원과 한국예총이 있다. 그리고 민예총이 설립됐다. 민예총은 최근 시·군 조직까지 거의 갖췄다. 그러면 각 지자체가 한국예총에 지원하는 만큼 민예총에도 지원해줘야할 거 아닌가? 그렇다면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홍성군에서 이런 예술단체들을 어떻게 다 감당할 거냐 하는 것이다.”

홍성문화원 전경. 사진=황동환 기자
홍성문화원 전경. 사진= 황동환 기자

홍성문화원은 1965년 사단법인으로 설립된 이래 56년간 홍성 지역의 문화예술 증진과 향토문화의 계승을 위해 노력해 온 문화관광부 산하 비영리 단체다. 그리고 문화원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홍성읍 남산동에서 시작한 홍성문화원의 역사는 2005년 역재방죽과 접해 있는 현위치로 이전하면서 지금까지 보낸 15년의 시간 중 절반을 유 회장과 함께하고 있다. 유 회장은 현재 완공을 앞두고 있는 별관과 더불어 홍성문화원이 장래에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야 좋을지 구상 중이다. 그는 원장 당선 소감에서 “앞으로 4년간 문화원 본관 시설 개선, 주차장 확충, 문화원 주변정비, 야외공연장 설치 등 문화원에서 필요한 모든 시설을 마무리해 명실공히 문화원이 군민 문화의 전당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문화원이 지역의 문화 메카로 거듭나는 꿈을 꾸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문학관 내지는 무형문화재들의 작품 전시관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1, 2층은 작품 전시관으로 3층에 문학관을 만든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문학관은 준비 되는대로 만해, 백야 등의 관련 자료들을 모아나가면 앞으로 10년 후 꽤 귀중한 자료들이 모아질 것이고 이는 또 하나의 볼거리,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홍성군이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역재방죽 공원화 사업도 호재다. 역재방죽과 인접해 있는 문화원의 실내 공연장과 별관을 공원 내 야외공연장과 연계하면 기존 문화원 프로그램들의 운영의 폭을 넓힐 수 있고 다양화할 수 있다.

문화원과 문화예술에 대한 유 회장의 애정이 각별한 이유가 있다. 그는 문화원장 이전부터 이미 문화원과 직·간접적인 인연을 맺고 있었다.

“우리 세대는 문화원에 대한 어릴적 추억이 많다. 문화원이 남산동에 있던 시절 초··고를 다녔는데 당시 문화원에서 진행했던 글짓기 대회, 공짜 영화관람, 미술대회 같은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이런 추억이 문화원에 대한 남다른 애착으로 이어져 원장까지 맡은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는 문화원장 이전에 공무원과 언론인 경력이 있다. 유 회장이 공무원으로 재직할 때 하던 업무는 홍보다. 그때는 문화공보실이라고 했는데 지금의 홍보전산과가 하는 일이다. 그가 하던 업무와도 연관이 있었겠지만 그는 당시 언론의 영향력을 피부로 느꼈다고 한다.

“그냥 공무원으로 정년했으면 지금 편하게 연금받으며 살 수도 있었겠지... 언론의 힘이 크다라는 걸 공무원 생활하면서 많이 체감했고, 결국엔 내가 기자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언론인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중도일보 기자로 25년간 일하는 동안 나름대로 사명감을 갖고 어려운 사람들 편에서 지역과 정책의 문제들을 개선시키고자 노력했다.”

유 회장은 관에서 하던 문화예술은 민으로 다 넘겨한다고 주장한다. 홍성문화원 원장으로서, 그 이전엔 문화원 이사로서 오랜시간 문화예술관련 사업에 천착해온 그의 문제제기이기에 결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K-POP으로 대표되는 한류, 전세계적인 인기를 몰고 있는 BTS의 그레미상 수상,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등 한국의 문화예술의 눈부신 발전을 거두게 된 것을 두고 유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문화예술정책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분의 문화예술정책은 한마디로 ‘계획이 뚜렷하고 성과를 낼 수 있다면 무한 지원을 해줘라, 관여하지도 말고 참견하지 마라’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정치적 호불호는 있겠지만 나를 포함해 문화예술인들로서는 존경할 수밖에 없다. 그런 문화정책을 폄으로써 오늘날 케이팝 같은 문화예술이 융성할 수 있는 디딤돌을 놓았다고 생각한다.”

2019년에 홍성문화원 2층 전시실에서 개최됐던 제1회 유형문화재 전시회에서 유환동 홍성문화원장이 홍문표 국회의원과 김헌수 의원(당시 의장)에게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2019년에 홍성문화원 2층 전시실에서 개최됐던 제1회 유형문화재 전시회에서 유환동 홍성문화원장이 홍문표 국회의원과 김헌수 의원(당시 의장)에게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유 회장이 말하는 문화예술 역시 ‘민’에 방점이 찍혀있다.

“문화예술은 민이 만들어가는 거다. 기타를 치는 것도 노래를 하는 것도 그림을 그리고 서예를 하는 것도 전문 문화예술인들이 해야하는 것이지 공무원들이 권력이 있고 돈이 있다고 자기들이 만들 수 있나? 지자체는 다만 문화예술인들이 편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면 된다. 예전 김대중 대통령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거듭말하지만 관이 직접 하려고 하면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지방분권, 주민자치처럼 문화예술분야 역시 ‘자치’가 관건인 듯 하다. 유 회장은 자치의 주인공인 도민들의 관심을 청했다.

“아무리 좋은 시책들을 열심히 한다 해도 도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가 없다. 각 지역 시·군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시에 문화원들은 지역민들의 문화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에 대해 부단히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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