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홍산마늘’ 두고 외래종 찾을 필요 있나요?”
“좋은 ‘홍산마늘’ 두고 외래종 찾을 필요 있나요?”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0.12.15 15: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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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성준 홍성홍산마늘연구회 회장
6년 전 농진청 개발… “수확량 많고 병충해에 강해”
3년 전 고향 복귀… “홍산마늘 아니었음 농사 포기”
국내유통 80%가 외래종… “마늘 종자주권 되찾아야”
홍산마늘연구회 이성준 회장. 자신의 마늘밭에서 지접재배한 홍산마늘을 가리키며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홍산마늘연구회 이성준 회장을 그의 마늘밭에서 만났다. 사진= 황동환 기자

마늘은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 건국 설화에도 등장한다.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이하 농기센터) 이승복 친환경기술과장은 “한민족이 5000년 이상 먹어온 마늘이지만 정작 대한민국 고유 품종은 없었다”고 말한다. 6년 전 농업진흥청(이하 농진청)이 신품종을 개발하기 전까지 말이다.

농진청은 중앙아시아에서 꽃피는 마늘을 가져다 꽃끼리 교잡하는 방식으로 2015년 새로운 마늘 품종을 개발했다. 18년이나 걸린 지난한 연구 끝에 탄생한 품종이다. 국내 기후조건에 맞게 개발해 수량성도 좋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농진청은 새로 개발한 이 마늘에 넓을 ‘홍(弘)’, 뫼 ‘산(山)’자를 붙여 ‘홍산마늘’로 명명했다.

홍산마늘의 진가를 알고 지난해부터 자신이 재배하던 기존 품종 대신 홍산마늘로 대체한 농부가 있다. 홍성군에서 홍산마늘연구회를 이끌고 있는 이성준 회장(51)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재배의 용이성 ▲상대적으로 많은 수확량 ▲추위와 병충해에 강한 점 등과 무엇보다도 대체불가능한 ‘한국의 고유품종’이라는 점을 들며 왜 홍산마늘에 주목했는지를 설명한다.

“그동안 마늘 생산농가들의 애로사항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80% 이상의 마늘 농가들이 수확량 때문에 대서종을 심고 있다. 재래종인 육쪽마늘은 너무 오랫동안 심다보니 퇴화돼 크기가 작아 수확량이 적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마늘도 대서종이다. 중국쪽 가격변동에 따라 국내가격도 요동친다. 그런데 지난해 공급량이 늘면서 가격이 폭락했고 농가들의 피해가 컸다. 나도 그 중 하나다. 이런 상황에서 홍산마늘의 가치를 알게 된 것이다.”

홍산마늘 수확 시기는 6월 하순이고 10월 상순에 파종한다. 수확 후 다음 파종 때까지 약 3개월 동안 보통 마늘밭을 만들기 위한 작업을 한다. 1년 농사다. 마늘 수확 직전인 지난 5월과 내년에 수확할 마늘 파종을 마친 11월, 두 차례 이 회장을 만났다. 6개월여 사이 이 회장은 마늘밭만 만든 게 아니었다.

그 사이 이 회장은 홍성의 홍산마늘 재배농가들과 지자체와 협업해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롯데마트 등 대형매장에 홍산마늘을 입점 시키는데 성공했다. 중간 유통과정을 과감히 생략했다.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었다.

“위탁판매, 경매는 불합리한 유통방식이다. 그날 시장 상황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인데, 내 권리를 정확히 계산 안하는 중매상인에게 넘겨 거기서 결정되는 대로 따라가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유통업체들과 싸우느라 힘들었다. 홍성마늘이 살아야 홍성이 산다. 의성·서산 마늘 사러 의성·서산가면 마늘만 사겠나? 홍성마늘이 부각되면 홍성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처음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농민이 어떻게 대형마트에 들어갈 수 있느냐? 잔뜩 심어놓으라 해놓고선 못 팔면 농가들 힘 빠지게 하는 일 아니냐?’ 등의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

홍산마늘연구회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홍산마늘의 초록색 반점(기능성 성분)을 장점으로 적극 부각시켜 전국에 확대보급하고 안정적 유통시스템을 구축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 결과 올해 농진청이 선정한 ‘2020년 최고품질 농산물생산단지’ 9곳에 포함됐고 국무총리상인 대상까지 거머쥔 것이다.

“중간 유통업체가 처음에 ㎏당 1800원을 불러 부랴부랴 전국의 홍산마늘 생산자들을 모았다. 올해 처음 시중 판매를 시작하는데 시장가격이 이렇게 낮게 책정되면 문제라고 봤다. 우리가 뭉쳐야 한다고 호소했다. 농협하나로클럽에서 8500원, 롯데마트에서 7500원 팔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차츰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전국의 홍산마늘 재배농가들이 힘을 합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2017년 귀농했다. 홍성이 고향이나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천안에서 공부하고 주로 부산에서 개인사업을 하다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경우다. 그런데 그는 농사를 포기할 뻔 했다고 한다.

“홍산마늘은 수확량이 많다는 점에선 대서종에 가깝다. 재래종에 비해 30~50%이상 많다. 일반마늘은 잘 끊어지고 흙도 많이 털어야하는데 비해 홍산마늘은 굵고 쉽게 잘 뽑혀 수확도 쉽다. 인건비가 육쪽마을의 3분의 1이다. 흔히 마늘은 양념이라고도 생각하지만 사실 ‘약’이다. 홍산마늘은 수확량도 많은데다 몸에 좋은 성분도 있다. 홍산마늘이 아니었다면 농사를 포기했을 수도 있다. 나는 홍산마늘이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농기센터 직원들은 농담 섞인 말로 이 회장을 ‘홍산마늘교 교주’라고 부른다. 홍산마늘에 대한 이 회장의 애정과 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 왼쪽이 육쪽마늘이고 중간이 홍산마늘이다. 이 회장이 직접 두 품종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육안으로 봐도 홍산마늘의 알이 크고 단단해보인다. 사진=황동환기자. 그리고 사진 오른쪽은 깐 홍산마늘이다. 마늘끝 부분에 홍산마늘의 특징인 연한 초록색이 보인다. 사진=홍성군 제공
왼쪽 사진이 육쪽마늘이고 중간이 홍산마늘이다. 육안으로 봐도 홍산마늘의 알이 크고 단단해보인다. 사진= 황동환 기자
오른쪽 사진은 깐 홍산마늘이다. 마늘 끝 부분에 홍산마늘의 특징인 연한 초록색이 보인다. 홍성군 제공

이 회장은 홍산마늘이 조만간 홍성을 대표할 특산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홍산마늘연구회와 홍성군은 공동브랜드를 만들었다. 처음엔 ‘홍성홍산마늘’이라고 명명했다가 홍성에서 생산된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홍성마늘’로 정했다. 이 회장은 소고기를 먹을 때 마늘이 빠지지 않는 점에 주목, 홍성한우와 홍성마늘을 함께 알리는 방안을 생각해냈다.

“마늘과 소고기는 환상의 조합이다. 마늘이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지역 브랜드 화로 홍성한우하면 홍성마늘, 홍성마늘하면 홍성한우라고 인식되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다가 흑마늘로 만들 경우 기존마늘은 쓰고 텁텁한데. 홍성마늘은 달고 맛있다. 마늘도 선물이 될 수 있다는 인식도 점차 퍼지고 있다. 홍산마늘의 점유율을 높이고 외래종을 대체해야 한다. 국민들이 좋은 홍성마늘을 두고 굳이 외래종을 먹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농진청이 시범재배 대상지역으로 선정한 곳 중 작황이 가장 좋은 곳이 홍성이다. 현재 국내 홍산마늘 전체 재배면적의 10%를 홍성군이 차지하고 있다. 2017년 농진청의 시범재배 대상 지자체로 홍성군이 선정되면서 홍북읍 1개 농가부터 시작된 홍성군의 홍산마늘 생산농가는 현재 212농가로 늘었고, 재배면적도 47㏊로 전국 최대 규모가 됐다.

이 회장과 함께 홍산마늘을 홍성의 대표브랜드화 하는데 앞장섰던 농기센터 이 과장은 “홍성에 돼지가 그렇게 많다고 해도 전국 대비 5%인데 비해 홍산마늘이 전국 생산량의 10%라는 것은 어마어마한 것”이라며 “그동안 홍성이 내세웠던 한우는 횡성에 밀리고 딸기는 제천에 가려지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홍산마늘을 홍성의 대표 상품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홍산마늘이 세상에 처음 선보였을 때 농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고 한다. 남부지방에선 이미 수확량과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던 대서종이 있었고, 마늘 끝의 연한 초록색이 선택을 기피하게 만든 요인이었다. 그런데 이는 설익은 것이 아니라 좋은 성분이 발현된 것이다. 이 회장은 “마늘 끝 초록색은 클로로필(엽록소) 성분으로 고혈압과 고지혈증 완화, 항알러지에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녹색은 순수 국내산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바이오마크이다.

농진청이 5년 전 홍산마늘을 개발·보급할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불투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 마늘농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홍성군과 함께 홍산마늘의 가치를 일찍 깨닫고 적극적으로 홍보·보급했던 이 회장의 역할도 한 몫을 했다.

홍산마늘의 가격 경쟁력과 시장성을 확인한 이 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있다. 홍산마늘 원종 재배다. 홍성군이 홍산마늘의 단순 대량 재배지를 넘어 주산지의 위상을 확고히 하려면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홍성이라는 좋은 조건에서 생산된 지금의 홍산마늘도 좋지만, 이것도 반복해서 심으면 퇴화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심기 시작한 게 단구다. 단구를 심어 내년에 수확하면 그게 1대 종 즉 원종이 되는 것이다. 이는 전국에 유일하다. 기존마늘과 재배방법은 비슷하다. 마늘 인편만 계속 심다보면 언젠가 퇴화될 거라는 생각에 주아를 심기로 한 것이다. 이걸 심어서는 돈이 안 된다. 홍성에서 생산되는 홍산마늘 즉 홍성마늘이라는 우수한 종자를 지키고 싶어서 한 것이다. 내년에 홍성마늘 1대 종(1세대)이 나온다. 아마 많은 농민들이 찾을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4㏊ 면적의 땅에 주아를 심어 올해 단구 10t을 수확했다. 이 역시 전국 최대 규모다. 우수종자 단지를 만든 셈이다. 이렇게 수확한 단구를 지난 10월 마늘파종시기에 맞춰 다시 심었다. 이 단구가 자라면 1대 종이 되는 것이다. 이 회장은 단구 생산에 1년을 투자한 셈이다.

“대서종은 수확량이 많다는 장점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외래종이 국내마늘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문제다. 세계 마늘생산 1위는 중국이나 소비 1위는 한국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늘의 80%가 대서종인 거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 회장이 홍산마늘에 더욱 애착을 갖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마늘 종자주권을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어렵게 입점에 성공한 대형마트에서 내건 구호도 ‘마늘독립만세 홍성홍산마늘!’이다.

지난 8월 양재동 농협하나로클럽 입점한 ‘홍성마늘’은 이후 롯데마트 110개 지점에 납품되고 있다. 그리고 ‘홍성마켓’이라는 이름의 자체 온라인쇼핑몰도 운영 중이다. 여기에 더해 이 회장은 미국 수출 등 해외 판로 개척에도 나섰다.

‘마늘독립만세’를 외치며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이 회장과 ‘홍산마늘연구회’가 있는 한 전 세계 소비자들이 홍산마늘의 맛을 음미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난 이성준 회장은 홍산마늘이 홍성한우와 함께 홍성군을 대표할 특산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홍성군이 홍산마늘의 주산지 역할을 하려면 씨마늘인 단구를 생산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사진=황동환 기자
홍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난 이성준 회장은 홍산마늘이 홍성한우와 함께 홍성군을 대표할 특산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 황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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