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고른 2020년… “내일을 위한 토대는 마련됐다”
숨 고른 2020년… “내일을 위한 토대는 마련됐다”
  • 노진호
  • 승인 2020.12.16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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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성YMCA 유재중 이사장
코로나19에 이사회조차 못해… “홍성포럼 등 아쉬움 커”
도약의 발판 놓는 시기로… “사무총장이 중심 돼야 한다”
YMCA 역할 축소… “내 역할은 회복, 재도약 가능성 충분”

‘꿈꾸는 젊은이, 함께 가꾸는 지역사회, 평화로운 지구촌’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1903년 창립)를 가진 시민·종교단체 ‘YMCA’의 비전슬로건이다. 한국YMCA는 민족 독립과 조국 근대화를 위해 힘썼고, 해방과 전쟁을 거친 후에는 교육·노동·청년운동을 펼쳤으며,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건설에도 이바지했다. 그 안에는 1969년 10월의 스물네 번째 날, 충남지역 최초 초교파 기독교 시민운동체로 성립된 ‘홍성YMCA’도 있었다.

창립 후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YMCA는 뛰고 있다. 그러나 이제 조국 독립이나 근대화 같은 건 ‘아젠다’로 삼기 힘들어 보인다. 2020년, 홍성YMCA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유재중 이사장(51)을 만났다.

홍성YMCA 유재중 이사장은 2020년에 대해 ‘숨 한 번 고르고, 도약의 발판을 놓는 시기’라고 말했다. 사진= 노진호 기자
홍성YMCA 유재중 이사장은 2020년에 대해 ‘숨 한 번 고르고, 도약의 발판을 놓는 시기’라고 말했다. 사진= 노진호 기자

1945년의 광복, 1980년의 6월 항쟁, 2002년의 월드컵처럼 2020년에 각인된 것은 ‘코로나19’다. 그건 홍성YMCA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재중 이사장은 “사회 전반이 그렇듯 우리도 코로나의 영향 속에 있었다. 사람이 모여선 안 되니 이사회도 제대로 못했다. 사안별 실행이사회만 4명 정도 소수로 운영했다”며 “일이 제대로 진척이 안 됐다. 또 어떤 문제에 대한 공론화 자체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부터 이어진 사업 위주로 할 수밖에 없었고, 구도심 공동화 극복을 위한 홍성포럼 정도를 진행했다”며 “홍성포럼도 주민자치회 등과 연대해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당초 생각에는 못 미쳤다. 거시적으로 뭔가를 하기에는 우리 역량의 한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홍성YMCA는 홍성포럼의 일환으로 지난 6~7월 체계적인 사고와 효과적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 사고’ 강의를 6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당초에는 강의를 바탕으로 한 홍성 공동과 현상 분석과 지역민 대상 발표회 등도 계획했지만, 이뤄지진 못했다.

유 이사장은 또 “계획은 이것저것 있었는데 잘 안 됐다. 사실 내가 운영하는 회사(선우)도 너무 어려웠다. 난 그곳에 있는 직원 14명도 책임져야 한다”며 “물론 YMCA 일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여기에만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보탰다.

그렇다고 2020년 홍성YMCA에 아쉬움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앞으로 나아가진 못했을지 모르나, 그를 위한 준비의 시간이었다.

유 이사장은 “정재영 사무총장과도 ‘올해는 숨 한 번 고르고, 도약의 발판을 놓는 시기’로 삼자고 몇 번이나 말했다”며 “그래도 이전에 안고 있던 빚은 다 갚았다. 사무총장 밀린 월급도 주고… 정 사무총장이 앞으로 일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YMCA는 사무총장이 중심이 돼야 한다. 나를 비롯한 이사단은 서포터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그래도 그 젊은 사람이 와서 사무총장 역할을 해주니 홍성YMCA도 계속되고, 더 나은 내일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과의 대화는 ‘더 나은 내일’에 대한 것으로 이어졌다. 2021년 홍성YMCA에 대해 묻자 “얼마 전 소수가 모여 내년 사업계획에 대해 논의하긴 했지만 아직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라면서도 “사무실 리모델링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홍성YMCA는 이미 ‘공간플랫폼 사업’에 대한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사업은 홍성YMCA 사무실을 공연·전시·카페·동아리 등 ‘문화가 살아 있는 동네 마실방’ 개념으로 재구축해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우리 사무실을 더 쾌적한 공간으로 바꿔 지역민들이 쓸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최대한 빨리·예쁘게 꾸밀 것”이라며 “사람들이 많이 찾으면 자연스럽게 우리 회원도 늘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연맹 소속이 아닌 개별 수익사업 법인체를 만들 수 있는데 아이디어와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미래지향적 중장기 계획을 세워 우리의 일을 계속 이어가는 게 YMCA 회원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부연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홍성YMCA는 올해 구도심 공동화 극복을 위한 홍성포럼을 계획했고, 관련 강의도 진행한 바 있다. 유 이사장에게 군청 신청사 이전 후에 대해 물었다.

그는 “군청 이전이 오히려 해법이 될 수 있다. 지금 군청이 있지만, 그곳의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며 “앞으로 홍주읍성은 충남도청이 있는 홍성의 랜드마크가 돼야 한다. 형태적 복원도 시급하고 내용적인 문화운동도 필요하다. 그저 관광객 유치가 아니라 ‘마음이 젊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중심 역할을 위한 문화운동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홍동·장곡의 공동체가 모델이 될 수 있다. 그곳의 밝맑도서관 등은 역사 속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 게 홍성의 ‘큰 그림’이 돼야 한다. 지역이 갖고 있는 인문학적 배경을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선 우수한 인재와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 구심점이 홍성YMCA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더 나은 내일’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현주소’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유 이사장은 “사실 YMCA의 역할은 많이 축소됐다. 이는 홍성뿐 아닌 전국적·시대적인 상황”이라며 “정부 중간조직이 사회단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또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적극적 관심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자립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홍동·장곡의 공동체 활성화를 벤치마킹해야 하고, 군청 이전 후 청사 활용 방안도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또 “예전과 같은 거대담론 보다는 상생·공동체의 철학이 중요해 보인다. 형식적 거대담론이 아닌 내용의 거대담론 말이다”라며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진짜 거대담론이다. 시대에 맞게 진화한다면 다시 도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홍성 출신의 유 이사장은 홍성초·중·고교와 청주대 한문교육과, 청운대 경영대학원(석사)를 졸업했다. 홍성신문 기자 시절 YMCA와 인연을 맺은 그는 재무이사, 부이사장 등을 거쳐 올해 1월 30일 제11대 이사장이 됐다.

홍성YMCA의 여덟 번째 사무총장과 함께하고 있는 열한 번째 이사장인 그는 “홍성YMCA의 어려움 중 전반적인 인적 인프라의 약화도 있다. 예전의 중심인물들이 세월 속에서 자리를 내어줬는데 제대로 채워지지 않은 것”이라며 “난 민주화운동 세대의 거의 막내 격이다. 이사장 자리도 3년이나 고사하다 맡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사실 홍성YMCA는 직원 월급도 제대로 못주는 ‘사고Y’였다. 그런 상황을 보며, 어떻게든 ‘건사’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역할을 하고자 이사장을 맡게 된 것”이라며 “내 역할은 ‘회복’에 있다. 그래서 이것저것 ‘정리’를 했고, 어느 정도는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유재중 이사장은 “지금부터는 미래를 더 생각해야 한다. 홍성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할 수 있는 YMCA가 되도록 말이다”라고 전했다.

지난 6월 16일 명동상가상인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2차 강의 당시 모습. 사진= 노진호 기자
지난 6월 16일 명동상가상인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홍성포럼’ 시스템 사고 2차 강의 당시 모습.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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