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돌아본 2020년… 함께 나아가야할 2021년
우리를 돌아본 2020년… 함께 나아가야할 2021년
  • 노진호
  • 승인 2020.12.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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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성성당 임기선 요셉 주임 신부
설립 70주년… “성경 필사·생명 나눔, 홍성 순교자 공부도”
전국서 두 번째로 순교자 많은 곳… “꼭 해설가와 함께하길”
“군종신부 시절 병사들 기억에… 내적으로 행복한 사목하고파”

‘일어나가자. 믿음으로 주님께, 사랑으로 세상에.’

홍성성당이 2019년 7월 7일 본당 설립 70주년 개막 미사를 봉헌하며 선정한 표어다.

2020년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참 어려운 시기였다. 코로나19로 1년 내내 하늘빛이 회색빛으로 보인 한 해였다. 막막하기만 했던 한 해였지만, 시간은 가고 계절은 바뀌어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1주일도 남지 않았다. 그렇다. 코로나19,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어려웠던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 홍성성당 임기선 요셉 주임 신부를 만나 이야기를 청했다.

홍성성당은 본당 설립 70주년을 넘어 100주년 향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본당 사제관에서 만난 임기선 요셉 신부. 사진= 노진호 기자
홍성성당은 본당 설립 70주년을 넘어 100주년 향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본당 사제관에서 만난 임기선 요셉 신부. 사진= 노진호 기자

홍성성당은 지난 11월 15일 본당 설립 70주년 감사 미사를 봉헌했다. 이 자리에는 천주교 대전교구 유흥식 라자로 주교도 함께했다.

임기선 신부는 “홍성성당은 1950년 2월 17일 예산 본당에서 분리돼 대교리에 둥지를 틀었지만, 강만수 요셉 초대 주임 신부의 순교로 5년 동안 목자 잃은 아픔을 겪기도 했다”며 “1956년 새 목자를 맞아 대교리에 성전을 세우고 곳곳에 공소를 설립했다. 그런 과정을 겪어내며 맞은 70주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교회 안에서 ‘70’이란 숫자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7’과 ‘10’ 모두 ‘충만’을 상징한다”며 “지난해 3월부터 70주년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며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쇄신의 계기로 삼자고 여겼다”고 덧붙였다.

임 신부와의 이야기가 깊어지기 전에 홍성성당의 역사를 짚어보고 가야할 것 같다. 1956년 대교리에 성전을 세운 홍성성당은 1968년 광천 본당을 분리했으며, 이듬해인 1969년 현재 자리(홍성군 조양로 208번길 7)에 옛 성당과 사제관을 건립했다. 홍성성당은 2011년 새 성전을 봉헌했으며, 2014년에는 홍주성지 담당 신부가 부임했다. 2017년에는 홍북 본당이 분리된 바 있다.

홍성성당은 현재 제19대 주임 신부인 임기선 요셉 신부와 이영일 약보 보좌 신부, 예수수도회 수녀 2명이 있으며, 신자는 2600여명에 달한다.

홍성성당사를 말하며 故 강만수 요셉 신부를 빼놓을 순 없다. 1924년 2월 18일 아산 공세리에서 태어난 그는 1948년 12월 사제 서품을 받았다. 대전 대흥동성당 보좌 역할을 하던 강만수 신부는 1950년 4월 15일 홍성성당 초대 주임 신부로 왔다. 그러다 6·25전쟁이 발발해 대책을 논의하러 대전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1950년 8월 공주에서 체포돼 대전형무소로 이송됐고, 같은 해 9월 대전 목동 수도원에서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시신도 찾지 못했다.

임 신부는 “국가 차원의 무신론을 추구하는 북한 공산당은 이쪽 지역 신부님들을 다 잡아간 것으로 안다”며 “강만수 신부님은 피난 기회가 있었음에도 신자들을 돌보다 체포된 것”이라고 전했다.

설립 70주년을 맞은 홍성성당은 ‘믿음으로 주님께, 사랑으로 세상에’ 나아가기 위한 다양한 일을 계획했다. 이들은 개막 미사 시점부터 2020년 10월까지 ‘성경 필사’ 운동을 전개했으며, 2019년 8~9월에는 소공동체 봉사자 교육을 진행해 134명이 수료했다. 2019년 대림절(예수 성탄 대축일을 준비하고 기다리는 성탄 전 4주간)을 시작하며 70일 혹은 140일 ‘평일 미사 참석 운동’을 펼쳐 70일 이상은 42명, 140일은 14명이 완주했다. 더불어 헌혈·생명나눔 캠페인을 추진해 헌혈 43명, 헌혈증서 기증 61명, 장기기증 신청 71명,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 11명 등의 결실을 맺었다.

임 신부는 “성경 필사의 경우 신자들이 각자의 범위를 선택해 진행했다. 헌혈·생명나눔 캠페인은 코로나19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를 접하고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우리 공동체 기구가 참 잘했다. ‘예수님의 사랑을 헌혈로 잇자’는 뜻이 공유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올 3월부터 노인대학도 열려고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아쉽게 됐다”고 덧붙였다.

홍성성당의 70주년 사업에서 중 ‘세미나와 토론회‘는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이다.

임 신부는 “홍성 순교복자 4위와 하느님의 종 4위 등 여덟 분에 대한 약전을 배포해 교우들의 소감문을 받았고, 그 중 9명의 발표자를 선발했다”며 “선발된 9명이 더 공부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 후 11월 5일 ‘홍성 순교자 세미나’를 열었고, 유튜브로 생중계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세미나 1주일 후(11월 12일)에는 ‘홍성 순교자와 본당 역사 학술 토론회’라는 제목의 심포지엄도 가졌는데, 이 심포지엄은 김성태 신부님 등 대전교구 내포교회사연구소 연구원들이 참여했고, 역시나 유튜브로 공유했다”며 “토론회라고 하면 어렵고 재미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이날 행사는 내가 지금까지 본 심포지엄 중 가장 열기가 뜨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홍성성당 신자들이 강만수 신부님을 비롯한 홍성 순교자들에 대해 더 알게 됐다. 학술적·내면적 의미가 큰 자리였다”며 “홍성 순교자와 본당 70년사를 정리·공유하는 책도 펴낼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홍성은 공식기록만 212명, 무명의 인물들까지 합하면 1000여명이 넘게 순교한 곳으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순교자가 많다. 홍성에는 목사와 동헌, 교수형터, 생매장터 등의 성지가 있다.

임 신부에게 홍성을 찾는 순례자들이 어떤 것을 얻고 돌아갔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그는 “성지 담당신부님이 훨씬 더 잘 답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임 신부는 “한국 교회 초기부터 병인박해 마지막까지 순교는 이어졌고, 그런 부분을 볼 수 있는 곳이 홍성”이라며 “홍성군이 관심을 가져준 덕분에 어느 정도의 체험 여건은 조성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홍성은 대전교구 중 유일하게 신자 해설사가 있다. 훨씬 깊이 있는 성지순례를 할 수 있으니 꼭 이야기를 듣고 가시길 바란다”고 더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20년 11월 29일부터 2021년 11월 27일까지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선포했으며, 솔뫼성지와 대전교구에서 기념 미사(8월 21일)와 국제 심포지엄(8월 17~19일) 등도 예정했다. ‘희년(禧年)’은 구약성경 시대로부터 유래된 가톨릭의 전통으로, 교회 역사의 중요 사건을 100주년 또는 50주년 단위로 기념하며 거행된다.

임 신부는 “희년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에 신앙적 은총을 베푸는 시기로 생각하면 된다”며 “한국 교회 전체가 평등과 인간 존엄성 등 김대건 신부님의 사상을 계승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희년의 주제 표어는 ‘당신이 천주교인이오?’인데 진정한 천주교인의 정체성을 찾자는 의미”라고 보탰다.

임 신부는 1989년 2월 사제 서품을 받았으며, 군종신부 4년 6개월(부천·포천)과 미국 유학(석사)을 마친 후 솔뫼성지~대전 괴정동본당~대전교구청 사목국장~호주 시드니 한인성당 등을 거쳐 2019년 1월 16일 홍성성당에 부임했다.

그에게 옛 추억 한 컷을 청했다. 그는 “군종신부 시절 젊은 병사들이 기억난다. 군종신부는 병사들을 정신적·정서적으로 돕는 역할”이라며 “당시 MBTI(성격유형검사) 교육을 받고 병사들과 공유했다. ‘우린 서로 다르다’라는 것을 알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면서 문제사병은 문제가 안 되게, 일반사병은 더 평안하게 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려움을 겪는 병사들을 데리고 1박2일 가평꽃동네 봉사를 하기도 했다. 시큰둥했던 병사들도 하루를 겪고 나면 소감을 공유하며 눈물을 보이곤 했다”며 “함께하는 공동체를 보여줬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특히나 힘든 시기, 종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물었다. 임 신부는 “이럴 때일수록 종교는 정신적으로 힘을 줘야 한다. 가정 안에서의 신앙생활을 돕는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졌다. 반찬·김장봉사 등 교회가 소외된 이들에게 더 다가서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순교신앙도 그렇고, 동학도 독립운동도 다 평등하게 함께 살아가자는 생각이 담긴 것이다. 소외된 이들과 건강하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교회가 어떻게 해야 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 혹은 꿈에 대해 물었다. 그는 “젊은 세대의 신앙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고, 물질적인 것을 우선시하는 사회문화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내적으로 더 기쁘고 행복하게 하는 사목(司牧)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임기선 요셉 신부는 “모든 인간이 존엄하다는 사상에 기초해 함께 살아가려면 신앙공동체가 먼저 보여줘야 한다. 그런 건 이례적 행사가 아닌 삶에서 배어나야 할 것”이라며 “70주년을 넘어 100주년을 향해 성숙한 신앙공동체로 나아가고자 진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1월 15일 봉헌된 홍성성당 70주년 감사 미사 당시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와 임기선 요셉 신부가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제공
지난 11월 15일 봉헌된 홍성성당 70주년 감사 미사 당시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주교와 임기선 요셉 신부가 신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천주교 대전교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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