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화하는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바라보며
[기고] 변화하는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바라보며
  • 노진호
  • 승인 2020.12.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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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2팀장)

지난 10월 1일,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주요 추진 과제 중 하나인 아동보호체계의 공공화가 시작됐다. 그동안 민간에서 담당하던 아동학대조사 영역이 공공의 역할로 전환됐고, 민간기관이였던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학대피해아동의 전문적 사례관리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아동학대조사의 영역이 공공으로 전환된 것에 대해서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바라보며 보완해야 하는 점은 없는지 다시 살펴봐야할 필요가 있다.

첫째, 공공의 역할로 전환된 아동학대조사 업무가 수행될 수 있는 인력이 적절한 수준으로 배치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별 차이는 있지만,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배치돼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아동학대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충남서부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할지역인 6개 지방자치단체(보령시·서산시·예산군·청양군·태안군·홍성군)만 보더라도 1명이 배치된 곳이 대다수이며, 3명이 배치된 지방자치단체는 1곳 밖에 없다. 아동학대조사 업무는 2인 1조로 수행하며, 조사 이외에도 여러 행정 업무가 많기 때문에 인력 1명 이상의 인력 배치가 필수적인 상황이며, 지역 내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신속히 추가 인력을 배치해 아동보호에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아동학대조사 업무 공공화 전환 후 원활한 업무수행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아동학대조사 업무는 24시간 아동학대 신고 전화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업무용 핸드폰이 필수로 필요하다. 또 아동학대 현장조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동을 위한 차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아동학대 조사를 위한 인력만 배치됐을 뿐, 조사 수행을 위한 기자재·차량 등이 지원되지 않아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개인 핸드폰으로 신고접수 대기를 하거나 개인 차량을 사용해 조사를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동학대조사에 개인차량 및 핸드폰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는 개인 핸드폰을 통해 아동학대 행위자의 지속적인 폭언에 시달릴 수 있고, 차량을 파손시킨다던지 등의 보복행위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원활한 아동학대조사 업무 수행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안전을 위해 여러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재학대 예방을 위한 사례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인프라를 확장해 가정 내 아동학대가 발생한 가정에 대해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더욱 면밀히 관찰하고 학대행위자에 대해 교육해 재학대가 예방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대한민국의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재학대를 예방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인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지난 11월 말,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학대피해아동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즉시 분리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주된 내용으로는 1년 이내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 대해 학대피해가 강하게 의심되거나 조사 과정에서 보호자가 아동의 답변을 방해하는 등의 경우, 아동을 학대행위의심자로부터 즉시 분리해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대피해아동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의견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학대피해아동을 분리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돼 있는지, 학대피해아동이 분리 보호를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한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비롯한 분리보호 제도를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우리나라 아동학대 대응체계는 주로 심각한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야 보완되고 수정되며 현재 수준으로 발전해왔다. 이제 정부는 학대피해로 인한 아동의 희생이 발생하기 전, 아동학대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보완해 단 한 명이라도 학대로 고통 받는 아동이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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