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 대한 애정… 좋은 의사의 조건”
“환자에 대한 애정… 좋은 의사의 조건”
  • 노진호
  • 승인 2020.12.31 1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열린푸른 연합의원 조성욱 원장
2006년 열린의원 개원… 2015년 이호석·박종고 원장과 합심
치매 어르신 찾아 뺑뺑… “할아버지 찾은 후 할머니와 눈물”
의사이자 경영인… “의대서 배운 진료 기본원칙은 안 잊는다”

2020년이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다. 올 한 해는 사회의 모든 부문과 우리의 일상이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있었다. 코로나의 시대, 새삼 그 중요성을 확인한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의료 분야이다. 하지만 어쩌면 의료인들은 코로나의 시대를 맞아 특별한 활약을 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저 그들이 하던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 그 일 말이다.

의사는 참 다양하다. 대학병원 같은 대형 의료기관 종사자도 있고, 코로나 백신 같은 것을 만드는 연구원도 있으며, 기자도 있고, 공무원도 있다. 내포뉴스는 홍성에서 태어나 홍성 사람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는 ‘동네의사’ 한 분을 만나봤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열린푸른 연합의원 조성욱 원장(46)이다.

열린푸른 연합의원 조성욱 원장. 그가 고향의 동네의사로 일한지도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사진= 노진호 기자
열린푸른 연합의원 조성욱 원장. 그가 고향의 동네의사로 일한지도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사진= 노진호 기자

오관지구대 옆에 자리한 ‘열린푸른 연합의원(홍성읍 내포로 18·이하 연합의원)’은 2015년 문을 열었다. 현재 연합의원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 2명을 포함한 18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진료과목은 가정의학과·내과·정형외과·마취통증의학과·이비인후과 등이다.

조성욱 원장은 “가정의학과는 어떤 특정 질병보다는 전체적으로 신체의 불편한 부분을 파악하는 ‘포괄적 진료’”라고 설명했다.

홍성군 결성면 출신인 조 원장은 용호초~갈산중~홍성고~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의대 졸업 후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련의 생활을, 천안단국대학교병원에서 전공의 생활을 했다고 한다.

조 원장은 “천안단대병원에서 4년간의 전공의를 마친 후 2006년 홍성전통시장 앞에 ‘열린의원’을 개원했다”며 “그러다 푸른정형외과 이호석 원장과 ‘여러 질병을 볼 수 있는 병원을 같이 해보자’고 의기투합 했고, 박종고 원장까지 합류해 열린푸른 연합의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이호석 원장님은 홍성고·충남대 선배님이다. 평소에도 선배로서 참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재작년(2018년 8월)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고향의 동네의사로 일한 지 어느덧 15년이 흘렀다. 그 간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열린의원 시기의 ‘사건’ 하나를 들려줬다.

조 원장은 “치매에 걸린 남편을 모시고 오던 할머니 한 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할아버지가 사라지셨다고 해 할머니와 함께 시장을 뺑뺑 돌며 할아버지를 찾아 다녔다”며 “결국 못 찾고 낙담해 있는데 서산행 버스를 타고 갔다가 오신 게 발견됐다. 할머니와 손잡고 울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무래도 노인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쇠약해지고, 결국 세상을 떠나시는 것도 보게 된다”며 “그러면서 세월이 흐른다는 것을 느낀다. 인생의 허무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연합의원도 어느덧 개원 6년 차가 지났다. 그 기간 중 올해만큼 힘든 시기도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19에 관한 이야기다. 조 원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한 30% 정도 감소한 것 같다”면서도 “우리 병원뿐 아니라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니 허리띠 졸라매고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담담히 말했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존경의 대상이었다. 코로나19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은 ‘부유한 이익집단’으로 비난 받기도 한다. 지난 8월 정부의 ‘의대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과 관련한 집단휴진 때도 일부 그런 시각이 존재했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전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좋은 의료제도를 갖고 있다. 그 좋은 제도 하에서 값싸게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좋은 의료제도를 떠받치는 것이 값싼 질료(저수가)이고, 그걸 만드는 건 공급자의 희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 60~70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진료시간이 짧아지고, 의사들은 돈만 생각한다는 인식이 생기기도 한다”며 “의사인 동시에 중소기업인이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만 해도 직원 17명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병원이 망하면 진료도 할 수 없다. 경영과 진료를 모두 잘 하는 게 많은 의사들의 고민”이라고 부연했다.

조 원장은 또 “의사들이 데모하면 ‘밥그릇 싸움’이라고 폄하하는데, 세상에 ‘밥그릇 싸움’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면서도 “경영인으로서의 입장에 설 때도 의대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기반으로 배운 진료의 기본원칙을 잊지는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에게 ‘좋은 의사’에 대해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조 원장은 “환자에 대한 공감, 나를 찾아온 사람의 사정을 이해하려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에 대한 애정이 최우선”이라며 “의사라면 평생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한다”고 답했다.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면 꾸준한 운동, 적당한 식사, 금주·금연 등 마치 주기도문처럼 정해진 충고를 듣곤 한다. 조 원장에게 건강관리를 위해 가장 필요한 한 가지를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조성욱 원장은 “나도 사실 여러 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사실 금주·금연·운동 같은 것은 다 기본이고, 모두 중요한 것”이라며 “굳이 한 가지를 꼽는다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겁게 살라는 것이다. 스트레스만큼 몸에 나쁜 건 없다”고 전했다.

‘하얀 소의 해’라는 신축년(辛丑年) 새해가 눈앞이다. 2021년, 내포뉴스 독자들 모두가 즐겁게 살길 바란다. 그리고 제발, 코로나 없는 세상이 오길 기원한다.

지난 6월 4일 ‘부케 챌린지’에 동참한 조성욱 원장(오른쪽) 등 연합의원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내포뉴스는 2020년 4~6월 홍성·예산지역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부케 챌린지’를 펼친 바 있다. 내포뉴스DB
지난 6월 4일 ‘부케 챌린지’에 동참한 조성욱 원장(오른쪽) 등 연합의원 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내포뉴스는 2020년 4~6월 홍성·예산지역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부케 챌린지’를 펼친 바 있다. 내포뉴스DB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