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 첫 대형마트… “모든 이들에게 도움 되는 곳으로”
내포 첫 대형마트… “모든 이들에게 도움 되는 곳으로”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1.05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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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종래 삽교농협 조합장
유통센터·로컬푸드 2동… “주차 공간 30㎝ 더 넓게”
시작은 농가소득 제고… “중소마트·소상공인 상생 고민”
2009년부터 3선 조합장… “선친처럼 정직하게 살고파”
내포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을 주도한 삽교농협 김종래 조합장. 그는 물이 없는 곳에 우물을 판 느낌으로 개점했다고 말한다. 사진=황동환 기자
내포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건립을 이끈 삽교농협 김종래 조합장. 사진= 황동환 기자

광역자치단체 청사가 위치한 동네에 으레 있을 것이라 여기는 시설은 무엇이 있을까? 지자체 청사뿐 아니라 제법 많은 아파트 단지도 들어서 있다면. 물론 보는 시각과 관점, 필요에 따라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시설 역시 다를 것이다. 많은 주민들이 종합병원이나 대학교를 원한다. 그리고 넓은 주차장을 갖춘 대형마트도 그 중 하나다.

내포신도시 현재 인구는 3만명이 살짝 웃도는 정도이지만 지난해 충남 혁신도시 지정에 따른 공공기관·기업·시설 등의 추가 유치와 함께 인구 증가가 예상된다.

타 지역에서 내포신도시로 이사 온 주민들 중 홈플러스나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가 하나 정도는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가 실망한 이들이 꽤 있다. 적어도 지난해 연말 삽교농협이 ‘내포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이하 유통센터)’를 개점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실 시기의 문제였지 언젠가는 내포신도시에 대형마트가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누가, 언제’의 문제였는데, 삽교농협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이다.

이는 김종래 조합장(63) 안목이 주효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인 김 조합장에게 운도 따랐다.

“내포에 물이 없는데 우물을 팠다고 생각합니다. 내포신도시가 대략 300만평인데 200만평이 홍성 쪽 땅이고 100만평이 예산 쪽입니다, 만일 홍성 쪽에서 준비했다면 우리는 엄두도 못 내죠. 다행히 움직임이 없어 우리가 선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했는데, 그 생각이 맞아 들어갔습니다.”

유통센터는 3년간의 공사 끝에 지난해 12월 22일 개점했다. 328억 4500만원을 들여 대지면적 1만7105㎡, 건물면적 1만964㎡, 지상 3층의 2동(유통센터‧로컬푸드) 규모로 건립됐다. 유통센터동 1층은 편의시설 및 마트, 2층은 삽교농협지점·사무실·회의실, 3층은 기계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로컬푸드동은 1층 로컬푸드직매장, 2층 카페와 요리강습을 위한 쿠킹스튜디오, 3층 회의실 등이 마련됐다.

그리고 김 조합장이 특별히 자랑하는 ‘폭이 30㎝ 더 넓은’ 301면의 주차공간도 갖췄다. 오전 9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150농가가 출하약정을 통해 로컬푸드를 납품하게 된다.

“많은 여성들이 마트에 왔는데 주차공간이 좁으면 ‘문콕’하기 일쑤고 그러다보면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30㎝ 넓은 주차장을 조성했어요. 301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유통센터는 5층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기초부터 5층 건립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앞으로 지자체와 협력해 내포 주민들에게 필요한 곳으로 조성하려고 합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 김 조합장은 대형유통센터 개점과 함께 내포신도시에서 영업 중이던 기존 중소규모 마트들과 소상공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는 “여기서 수익이 발생하면 소상공인들을 보살피는 체제로 가야죠. 유통센터가 나만 살자는 차원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어떻게’이다. 김 조합장은 삽교농협 영업 사례를 들려줬다.

“삽교장날이 2일과 7일이예요. 저는 직원들에게 농협 세일(sale)은 절대 장 전날과 장날 하지 말라고 해요. 가령 너희 어머니가 수박 100개를 샀다고 하자. 여기서 800원씩 사서 1000원에 팔아 200원 이익을 보려고 했는데, 농협에서 800~900원에 팔면 안 된다는 것이죠. 지역민과 더불어 가자는 마음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고, 소상공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점 하루 전날인 2020년 12월 21일에 촬영한내포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전경. 차량 1대의 주차폭을 기존 보타 30cm 넓게 조성한 주차장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사진=황동환 기자
내포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전경. 이곳은 차량 1대의 주차 폭이 30㎝ 더 넓다. 사진= 황동환 기자

예산군 삽교읍이 고향인 김 조합장은 홍성 홍북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예산에서 삽교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졸업 후 서해대학교에 진학해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김 조합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사과농사에 뛰어들었다. 소나무밭을 직접 개간해 6000평 규모의 과수원을 운영하면서 농협과 인연을 맺게 된다. 1997년 그는 전국 최초로 문자사과를 선보였다. 사과에 ‘축 합격’을 새겨 판매했는데 선물용으로 인기를 모았다고 한다.

“농협조합원으로는 어릴 때부터 참여했어요. 1980년대 후반부터 대의원을 했고, 본격적으로 농협활동에 가담하기 시작했어요. 1997년 JC 단체장을 거쳐 2000년 예산군 농업경영인회 회장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2009년 7월 삽교농협 13대 조합장을 시작으로 15대까지 3선 조합장으로 재임 중입니다.”

3선 성공의 비법을 묻자 “주변의 만류가 있어도 경제사업장만큼은 밀고 나갔어요. 첫 사업으로 2010년 평촌에 육묘장을 했고, 2014년 7월 삽교농협 내포지점을 개설했습니다. 제가 3선까지 오게 된 것은 직원과 대의원, 이사들의 도움도 컸습니다. 어떤 이야기에도 OK예요. 나를 곱게 보지 않는 사람들은 ‘어떻게 안을 내면 무조건 통과되느냐’고 의아해하기도 하는데, 통과되지 않을만한 안은 아예 올리지를 않는 거죠”라고 답했다.

김 조합장은 내포신도시 조성 초기 예산군 측 내포신도시 보상 추진위원장을 맡은 적이 있다. 홍성군과도 인연이 있는 그에게 예산·홍성 통합에 대해 물었다.

“당초 내포신도시 목표가 인구 10만이었는데, 지금 30%밖에 안됐죠. 예산과 홍성이 통합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로 많이 안 맞는 상황이 된 것 같아요. 이제는 통합 이야기가 나오면 예산은 홍성이 흡수통합을 하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시작할 때는 홍성 인구도 8만, 예산 인구도 8만이었는데, 지금은 내포 홍북지역 인구가 늘면서 균형이 안 맞는 상황이 됐습니다. 저는 사실 통합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시기적으로 안 맞는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대로 내포신도시는 지난해 초·중반 만해도 이렇다 할 해법을 찾지 못했다. 그러한 상황에서 그는 내포에 지점을 개설했고, 대형유통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내포신도시가 충남 혁신도시로 지정되기 3년 전의 일이다. 그에게 혁신도시는 어떤 의미일까?

“밤잠을 설칠 정도로 좋았죠. 기대감이 아주 큽니다. 혁신도시 지정 전에도 신도시 성공에 대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홍성군수와 예산군수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제언했죠. 두 지자체가 힘을 합해 내포신도시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말이죠. 먼저 내포신도시를 채운 다음에 홍성과 예산 발전을 도모해야 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김 조합장을 처음 만나면 삼국지의 장비 같은 풍채에서 저돌적으로 일처리를 할 것 같은 인상을 받기 쉽다. 그런데 몇 마디를 주고받자 의외의 섬세함과 배려가 몸에 배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농촌 현실을 이야기하며 마음 아파하는 모습이 특히 그랬다.

“조합장이 된 후로 각 마을을 다녀보면 가구가 줄어들어든다는 것에 심각성을 느껴요. 고령이 되신 두 분이 사는 가구가 있는데 한 분이 돌아가시면 다른 한 분이 집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러다보면 그 집은 폐가가 되는 거죠. 시골 어르신들에게 아침 겸 점심, 점심 겸 저녁 식사를 제공하고 집에서는 잠만 주무실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조합장을 마무리하면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김 조합장은 선친과 관련한 기억의 편린을 전했다. 짐짓 숙연해진 분위기 속에서 그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버지는 제 ‘롤모델’이예요. 완고하셨지만 정직하게 거짓 없이 살아가고자 하셨던 아버지가 생각납니다. 뭐라도 있으면 나눠주시고자 하셨던 분이셨죠. 제가 늦게 철들었는지…, 사실 살아계실 때는 잘 못 느꼈는데, 돌아가신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정직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그는 한마디를 건넸다.

“우리 센터가 내포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조합원들에게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우물이 꼭 필요할 때 우물을 파주는 역할이 됐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잘 준비했으니 많이 찾아와 주시길 바랍니다. 첫 번째도 친절, 두 번째도 친절, 직원의 친절로 다시 찾는 유통센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종래 삽교농협 조합장(왼쪽 두 번째)이 이사들과 함께 개점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김종래 삽교농협 조합장(왼쪽 두 번째)이 이사들과 함께 개점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황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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