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제품만이 성공 비법… 사랑 받은 만큼 돌려드릴 것”
“좋은 제품만이 성공 비법… 사랑 받은 만큼 돌려드릴 것”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1.06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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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미순 ㈜백제물산 대표
1978년 작은 당면 공장으로 출발… 연매출 250억 기업으로
원료비 곱절 드는 햅쌀만 고집… 즉석 쌀국수·쌀떡국 대성공
경영학 전공 두 아들도 합류… “돈 번다는 생각 말라고 조언”
즉석 쌀국수, 쌀떡국 등 쌀가공식품의 성공으로 국산 쌀소비의 새로운 활로를 연 (주)백제물산 김미순 대표. 사진=황동환 기자
즉석 쌀국수, 쌀떡국 등 쌀 가공식품의 성공으로 국산 쌀 소비의 활로를 개척한 ㈜백제물산 김미순 대표. 사진= 황동환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1970년 1인당 136.4㎏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9년 한 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통계 작성 후 최저치인 연간 59.2㎏을 기록했다. 쌀 소비의 감소는 곧 쌀 산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새로운 쌀 수요를 늘리고 판로를 확대하는 획기적인 방안은 찾는 일이 정부와 농민들의 과제다.

‘아침밥 먹기 운동’과 같은 쌀 소비 촉진 캠페인도 병행해야겠지만, 식생활의 급격한 서구화로 ‘쌀=주식’이라는 인식이 약해져 가는 상황에서 국민의식 변화에만 기대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하지만 햄버거나 피자처럼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쌀 가공식품이 있다면 어떨까.

㈜백제물산(이하 ㈜백제)은 쌀로 만든 식품이 밀가루 음식과 겨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회사는 쌀의 소비구조와 소비주체·대상을 적절히 선택해 소비자의 욕구에 맞춘 창의적인 쌀 가공식품을 개발해 쌀 소비 활로를 찾았다.

㈜백제는 1978년 충남 홍성군 광천읍에서 작은 당면 공장으로 출발해 현재 200여 품목의 가공식품으로 지난해 400만불의 수출실적을 낸 홍성군 대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1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백제는 전국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쌀국수와 쌀떡국은 쌀 가공식품 시장에서 독보적 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994년 법인으로 전환한 ㈜백제는 1998년 미주와 유럽에 냉면을 판매하며 해외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이후 2003년 개발한 쌀떡국과 2004년 내놓은 즉석 쌀국수도 수출 품목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8년 무역의 날에는 300만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홍성 쌀로 만든 쌀국수와 쌀떡국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해마다 홍성에서 생산한 쌀 400여t을 사용한 제품생산으로 농가소득 증대에도 공헌하고 있는 ㈜백제는 지난해 연매출 250억원을 올렸으며, 올해는 3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백제 김미순 대표는 “글루텐으로 대표되는 밀가루가 즉석식품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쌀로 만든 국수와 떡국을 처음 시장에 내놓았을 때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회고했다

“사실 제가 쌀국수나, 쌀떡국을 개발할 당시만 해도 시장에선 생소한 음식이었고 기술도 없었어요. 개발 과정에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내가 맛있으면 소비자도 맛있다는 것과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햅쌀로 만들었을 때 가장 맛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수많은 실패 속에 이뤄낸 결실입니다.”

김 대표는 판로 개척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기업 제품들이 즐비한 대형마트에는 끼어들 틈이 없었다. 그는 직접 발품을 팔며 박람회나 지역행사장을 찾아 홍보했다.

“쌀 가공식품 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값싼 중국제품들이 밀려들면서 기초가 부실한 상당수 동종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 역시 어려움이 컸지만 ‘고품질’을 앞세워 해외시장 진출로 활로를 뚫었어요.”

김 대표는 구곡(舊穀)을 쓰지 않고 그 두 배 값인 햅쌀만 쓴다. 그는 “원료비가 더 들긴 하지만 좋은 음식이 우선입니다”라고 말한다. 그 결과 홍성군과 함께 계약재배를 통해 만든 쌀 떡국이 2011년 이후 수차례 ‘우수 쌀 가공제품 TOP10’에 선정되기도 했다.

㈜백제의 해외수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20년 수출실적은 미국·일본·호주 등 14개국, 약 300만 달러에 달한다. 코로나19가 덮친 상황에서도 전년대비 수출은 20%, 내수는 10%가 늘었다.

밀가루와 달리 쌀은 가공이 어렵고 신선도도 금세 떨어져 공정이 까다롭다. 쌀을 방앗간에서 쓰는 떡 찜통으로 쪄내 찰기부터 다르다. 찜통에서 쪄낸 떡을 말린 다음에는 자동화된 생산 라인을 따라 쌀국수와 쌀떡국으로 만들어진다. 쌀국수의 경우 수입쌀 90%와 국산 10%를 미분회사에서 분말 형태로 받아 반죽을 하고 기계에 익혀 사출한 뒤 48~72시간의 숙성 과정을 거친 후 24시간 냉동, 건조 6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포장 작업에 들어간다. 일주일에 쌀 40㎏ 350포를 소비한다. 또 즉석 쌀떡국에 들어가는 떡은 직접 시루에 쪄서 가래떡을 만든다.

“우리 제품은 대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쌀떡국은 2004년 개발했는데 여전히 블루오션이예요. 공정이 복잡해 남들이 따라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원료인 쌀을 선별하고 불리는 데서 시작해 완제품이 나오기까지 24단계를 거쳐야합니다. 그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안 됩니다. 면이 불어서 혹은 쉬어서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가령 김이 원료인 원초를 가지고 제품화하는데 30분이면 충분하다면 쌀떡국은 5일이 걸립니다.”

㈜백제에는 이 회사만의 특별한 공간이 있다. 회의실 안쪽 아일랜드 형태의 주방이 그것이다. ㈜백제의 시식 테스트 공간이자 연구실이라고 한다. ㈜백제가 만든 모든 제품은 반드시 이곳을 거쳐야만 한다. 또 회사를 방문한 바이어들이 이곳에서 제품을 직접 끓여 맛을 볼 수 있도록 했다.

농식품은 자동화가 쉽지 않다. 수작업이 필요한 공정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백제의 강점으로 ‘오래된 관리능력’을 꼽았다. 그는 “복잡한 공정을 관리하는 것 자체가 원천기술이고 이러한 기술력으로 대형 유통체인점에도 납품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우린 경기불안정 때문에 경영적인 리스크가 발생되지 않도록 품질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2021년에는 매출신장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려고 합니다. 품질관리가 결국 매출신장으로 이어집니다. 요즘에는 거의 현장에서 살다시피 해요. 신제품을 만들 때는 모든 공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김미순 대표는 회사의 이익을 지역사회에 다양한 방법으로 나누는 일에도 열심이다. 김 대표의 집무실 한 쪽엔 그동안 김 대표가 나눔 실천을 인정받아 수상한 각종 상패들이 놓여져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김미순 대표는 회사의 이익을 지역사회에 다양한 방법으로 나누는 일에도 열심이다. 김 대표의 집무실 한 쪽에 놓여있는 각종 상패들. 사진= 황동환 기자

김 대표의 고향은 경상도 포항이다. 결혼과 함께 홍성과 인연을 맺게 됐다. 35년 전 일이다.

그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스마트경영을 바탕으로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며 “경영학을 전공한 두 아들이 이미 생산 공정과 영업에 참여, 백제물산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35년간 남편이 끌고 제가 뒤에서 밀다가, 제가 끌고 남편이 뒤에서 밀고하는 식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회사 일에 집중하다보니 아이들에게 소홀했던 것 같아 마음 한 곳에 늘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 아이들도 회사 일에 동참하고 있어 고마운 마음입니다. 아이들에게 돈 번다는 생각으로 기업경영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줍니다.”

㈜백제는 나눔과 배려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도 이어오고 있다.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채용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남아시아 어린이들을 위한 봉사도 지속하고 있으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정을 위한 집수리 사업, 생활자금 기부 등의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백제가 큰 사랑을 받아 이만큼 성장했으니 그 사랑을 지역민들에게 되돌려 드리는 것은 당연하죠”라며 “더불어 살아가며 행복을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랑을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랑스런 한국인, 위대한 CEO(최고경영인)에 선정되고 대통령표창도 받았다. 또 홍주문화대상 농업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김 대표는 “다른 훌륭한 업체들이 많은데 제게 이런 상들은 과분하다”며 “앞으로 더 잘해달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국내 쌀 가공식품 업체가 넘어야할 산은 많다. 가격경쟁력, 가공의 어려움 등의 악조건을 극복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다수의 밀가루 제품을 쌀로 대체하는 것이다. 밀가루로 만든 제품이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시장의 주를 이룬다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쌀은 여전히 주식(主食)이다. 다양한 쌀밥 대용식품을 선보인다면 분명 승산은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기존 제품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제품개발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백제에는 20년 넘게 근무한 직원이 20여명이나 된다. 김 대표는 “그 분들은 회사의 발전을 함께 기다려온 고마운 분들”이라며 “농식품 기업이 50년 가는 것은 거의 기적인데, 우리는 이제 40년 됐다. 50년까지 갔으면 좋겠다. 제 역할은 직원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회사를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좋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만이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그리고 제가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김미순 대표의 말에서 ㈜백제의 뚝심과 끈기가 느껴졌다.

3세대 경영을 준비 중인 김미순 대표는 자녀들에게 돈번다는 생각으로 경영하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해준다고 한다. 사진=황동환 기자
김미순 대표는 회사 경영에 동참한 자녀들에게 “돈 번다는 생각으로 경영하지 말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사진= 황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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