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의 집, 잔치 앞두고…
이응노의 집, 잔치 앞두고…
  • 노진호
  • 승인 2021.01.08 16: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개관 10주년… 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들과 ‘분쟁’
결과자료집 발간 등 두고 의견 엇갈려… 양측 쟁점 정리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이하 이응노의 집)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는다. 이응노의 집은 ▲젊은 이응노를 만나는 새로운 생가기념관이라는 ‘비전’ ▲이응노 예술정신에 대한 창조적 계승과 현재화라는 ‘미션’ ▲사람과 자연, 평화, 개척, 기백이라는 ‘가치’를 기준으로 ‘10돌’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본격적인 잔치를 열기 전 풀어야할 숙제가 먼저 생겼다. 창작 스튜디오 입주작가들과의 ‘다툼’이 바로 그것이다.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제4기 입주작가들은 지난달 16일 홍성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이응노의 집 제4기 입주작가 도록 제작 업무 지연 해결 촉구’라는 공개민원을 제기했다. 또 12월 23일에는 국민신문고에도 민원을 접수했다. 이들은 이응노의 집 측 업무처리에 대한 ‘합리적 시정’과 함께 담당 문화시설팀장과 학예연구사에 대한 ‘합당한 징계’도 요구하고 있다.

12월 16일자 공개민원에 대해 해당 팀장은 ‘계약 사항에 따라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으며, 국민신문고 민원에 대한 답변을 작성한 홍성군 기획감사담당관 측도 입주작가들이 제기한 사항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두 답변 모두 이응노의 집 운영주최인 홍성군의 입장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내포뉴스는 개관 10주년을 맞은 이응노의 집을 둘러싼 갈등의 쟁점을 살펴봤다.

 

2011년 10월 12일 정식으로 문을 연 ‘이응노의 집’. 사진에는 북 카페와 기념관, 생가가 보인다. 사진= 노진호 기자
2011년 10월 12일 정식으로 문을 연 ‘이응노의 집’. 사진에는 북 카페와 기념관, 생가가 보인다. 사진= 노진호 기자

쟁점Ⅰ: “저작권 침해” vs “함께한 결과”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제4기 입주작가들은 담당 학예사 이름으로 한 언론사에 게재된 ‘창작 스튜디오 축사 이미지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란 기고문(2020년 5월 17일자)의 사실왜곡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담당 학예사는 창작 스튜디오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노동으로 만든 창작물(파사드)을 본인의 기획인 것처럼 썼고, 그대로 결과자료집에 수록해 작가들의 노력을 공무원 자신의 성과로 가로채려 한다. 특히 파사드라는 형식 자체가 작가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주장하며 “해당 신문을 통한 정정보도와 사과문 게재, 결과자료집 수록 배제 등을 요청했지만 업무를 주관하는 문화시설팀장은 이를 묵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봄·가을 오픈 스튜디오를 대체한 온라인 개인전 영상 관련 내용도 학예사에 의해 왜곡됐으며, 결과자료집 수록 시 수정을 요구했지만 역시 묵살 당했다”고 보탰다.

내포뉴스는 지난달 30일 이응노의 집 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시설팀장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해당 팀장은 “파사드는 군(학예팀)과 작가들이 함께한 것이다. 특히 창작 스튜디오가 보존한 축사 이미지 개선은 이전부터 고민해오던 내용”이라며 “학예사는 홍성군 소속 공무원이다. 개인의 이름으로 나갔다고 해서 개인의 공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고문이 나왔을 당시에는 작가들도 만족해 직접 신문을 구해다 주기도 했다”도 덧붙였다.

‘파사드(Facade)’란 건축물의 정면부로, 건물 전체의 인상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건축양식 용어이다. 창작 스튜디오 파사드는 기존 축사 원형 정면부에 천막과 각관을 사용해 가로 4m 높이 3.8m의 2개 시설물 형태로 제작됐다.

 

쟁점Ⅱ: “결과자료집, 일방적” vs “엄연히 군의 사업”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제4기 입주작가들은 지난 한 해 동안의 레지던시 활동을 담는 결과자료집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이들은 “내용과 목차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지만, 결과자료집 기획·구상·편집·제작에 대한 권한은 이응노의 집과 출판사에 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계약서에는 결과자료집 편집권이 이응노의 집과 출판사에 있다는 내용은 없다. 그럼에도 일방적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응노의 집 김학량 명예관장이 지난달 2일 우리 요청대로 수정하겠다고 구두 약속을 했지만, 해당 팀장은 명예관장이 결재권이 없다는 이유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첨언했다.

입주작가들은 또 “개인전 도록 역시 작가들이 업체를 선정해 견적서를 보내고 계약 진행을 요청했지만, 고의적으로 진행을 미루다 계약도 없이 디자인 시안만을 요구했다”며 업무상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화시설팀장은 “개인전 도록은 지난해 11월 9일부터, 결과자료집은 11월 중순부터 논의를 시작했으며, 같은 달 24일 정기회의 때는 해당 출판사 제작에 대한 협의도 거쳤다”며 “결과자료집은 이달 중 1차 편집본이 나오면 함께 협의하기로 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작가들은 목차까지 아예 못 박아서 본인들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자료집 제작은 10개월간의 창작 스튜디오 운영을 기록하는 홍성군의 사업이지 작가들과의 계약에 의한 사항이 아니다. 그리고 이응노의 집 자체 틀이 있는 것인데 이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며 “분쟁 해결에 대한 내용이 있는 계약서 13조에는 ‘상호협의 하되 협의되지 않을 때는 홍성군의 의견에 따른다’라고 명시돼 있기도 하다”고 전했다.

 

쟁점Ⅲ: “퇴실 강요” vs “계약 이행”

‘2020년 12월 31일 이전 퇴실’을 놓고도 양 측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제4기 입주작가들은 “계약서 제4조 운영프로그램 7항에 결과자료집 등 출판물 발간이 버젓이 표기돼 있다. 운영프로그램이 다 완료되지 못했는데 퇴실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라며 “계약서 3조에는 퇴실 시기를 ‘협의 하에 따로 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다. 우리는 모든 일이 제대로 마무리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퇴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결과자료집 출간을 지연해 결국 본인들 뜻대로 만들려는 속셈”이라며 “3기 때도 이런 행태가 있었다. 그래서 공개민원 등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한 3기 입주작가는 지난달 31일 이메일로 본인의 입장을 전해오기도 했다. 그는 “결과자료집의 일방적 편집과 사실왜곡 등에 대해 5회 이상 협의했지만 수정 요구는 반영되지 않았고, 2020년 2월 초까지도 발간이 되지 않았다”며 “작가들이 이응노의 집에서 보낸 1년과 다른 내용이 책으로 나와 우린 그 책을 전부 폐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4기 작가들마저 이렇게 어영부영 지나가고 덮어버리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응노의 집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문화시설팀장의 입장도 단호했다. 그는 “2020년 12월 31일까지라는 창작 스튜디오 입주기한은 일종의 ‘대전제’”라며 “협의 하에 퇴실 시기를 따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은 12월 내 시기에 대한 것이다. 작가들이 창작 스튜디오에 머물러야 하는 기간이 월간 15일인데 그 안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홍성군이 입주작가들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창작지원금, 작가제안 프로젝트 진행비, 레지던시 프로그램, 창작공간, 제세공과금 지원 등으로 이미 다 완료했다”며 “계약서에 있다해도 운영프로그램과 퇴실 문제는 무관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쟁점Ⅳ: “소극행정·갑질…” vs “작가 이기주의”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제4기 입주작가들은 담당 팀장과 학예사의 ‘소극행정’, ‘갑질’ 등도 거론하며 징계를 촉구했다. 이들은 “작가들의 요청에 대해 담당 팀장과 학예사는 무응답으로 일관하거나 논점을 회피하다가 민원을 공식 제기한 후에야 답을 내놓고 있다. 소극행정으로 계약서상 운영프로그램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며 “담당 학예사는 10개월간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작가들과의 대화를 몰래 녹취하거나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공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3기 입주작가도 이메일로 본인 입장을 보내왔다. 그는 “이응노의 집 측의 사실왜곡으로 억울한 강제 퇴실까지 당했다”며 “이후 증인·증거들을 모아 퇴실명령서 내용은 수정했지만, 작가생활 1년은 사라졌고 아직도 그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신문고 민원 제기, 예술인 복지재단을 통한 변호사 상담에, 군수 비서실장에게도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작가 한 명을 도와주는 곳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 역시 담당 팀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이응노의 집 업무 중 창작 스튜디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1명뿐인 학예사가 개관 10주년까지 준비하며 모든 요구에 응해주기는 힘든 일”이라며 “거미줄 제거, 낙엽 청소 등의 요구까지 있었다. 결국 작가들은 자기들만 챙겨달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외지 사람들은 들렀다 가면 그만이니, 지역 내에서 더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에 할 말이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팀장과 학예사는 이번 분쟁과 관련한 조언을 듣기 위해 지난달 23일 경기도미술관까지 찾았다고 한다. 문화시설팀장은 이날 방문에 대해 “그곳 역시 결과자료집은 기념관과 홍성군의 방향성과 성과 등을 담는 것이라고 했으며, 큐레이션(curation)은 협의사항이 아니라 군의 정책 방향을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고 풀이했다.

담당 학예사는 내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개인 간 문제가 아닌 기관과 작가들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별도로 말할 내용은 없다”며 “홍성군, 이응노의 집과 같은 입장이라고만 하겠다”고 말했다.

 

이응노의 집 창작 스튜디오 3·4기 입주작가 6명은 지난달 30일 오후 김석환 홍성군수와 면담도 가졌다. 면담 후 만난 한 작가는 “이 자리에서 군수님은 ‘내 잘못이 크다’며 조치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후 홍성군 역사문화시설관리사업소에 관련 내용을 문의하자 “조치 진행 중이며, 민원 관련 내용을 정리 중”이라고 답했다.

이응노의 집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창작 스튜디오 ‘9월 땡감전’ 관련 사진. 홈페이지 캡처
이응노의 집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창작 스튜디오 ‘9월 땡감전’ 관련 사진. 홈페이지 캡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