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고 우수한 전문가 집단… “그게 바로 ‘소방’입니다”
강하고 우수한 전문가 집단… “그게 바로 ‘소방’입니다”
  • 노진호
  • 승인 2021.01.14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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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선호 제16대 충남소방본부장
1995년 입문… “광천 근무 때 매몰사고 구조, 방송 소개”
코로나19와 사투… “구급대원 전문성 제고 기회 삼을 것”
국가직화, 획기적 전환점… “국민들이 의지할 수 있도록”
24년여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을 12일 오후 집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24년여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을 12일 오후 집무실에서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지역특성에 맞는 안전서비스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겠습니다.”

지난 1일자로 제16대 충남소방본부장에 취임한 조선호 본부장(소방감·55)이 전한 포부다. 그는 1995년 소방간부후보생 8기 졸업생으로 입문했으며, 중앙119구조대 기술지원팀장·서울 마포소방서장·청와대 재난안전비서관실 행정관·소방청 화재예방과장·소방청 기획재정담당관·소방청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조선호 본부장과의 첫 만남은 12일 오후 충남도청 7층에 있는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우선 취임 소감부터 물었다. 그는 “충남은 저를 키우고 가르쳐준 곳이며,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첫 근무지이기도 한 만큼 공직 첫 발을 딛던 때보다 더 새롭고 책임감도 무겁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여러 여건이 녹록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이고 가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충남 당진 출신이다. 1996년 8월까지 서산소방서 태안파출소장으로 근무했으니, 24년여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충남 출신 소방본부장이기 때문에 기대도 더 클 것이다. 동시에 성과가 미흡하면 평가는 더 매서울 것”이라면서도 “지역에 대해 잘 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지역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정책 수립과 집행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것은 소방도 마찬가지다. 도 소방본부는 지난해 8월부터 ‘감염병 대응 119구급대’를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조 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힘겹기는 하지만 조만간 일상으로 회복될 것을 믿고 긍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아울러 ‘위기가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소방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염병 발생 시 대응이 이전에는 마스크 정도에 불과했다면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인식도 새로워지고 장비도 보강됐다”며 “현재까지 구급대원 감염 사례는 없다. 구급대원들의 전문성이 높아진 만큼 앞으로 다른 감염병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등 최근 몇 년 사이 대형화재가 많았다. 이 같은 아픔을 막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조 본부장은 “아마 동료들 중에서 저만큼 대형화재 현장에 가서 조사를 하고 자료를 만든 경험이 많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제가 대형화재 관련 백서와 비교분석서를 제작하며 얻은 결론은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이라며 “대형화재 직후에는 후진국형 재난이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지만 얼마 안 가 흐린 기억이 되고 만다. 대형화재를 막기 위해선 과거 사례에서 겸허히 배우고 성찰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 조 본부장은 2008년 서울 숭례문 방화사건 후 860쪽에 달하는 관련 백서 및 최초의 소방청 연보인 ‘소방백서’ 발간의 중심에 있었다.

생과 사가 오가는 화재 현장과 함께하는 소방관들이다 보니 그만큼의 어려움도 뒤따른다. 도 소방본부도 지난해 10월 천안·공주·서산·홍성 등 도내 4개 의료원에 소방관들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마음공감센터’를 설치한 바 있다.

조 본부장은 “소방공무원들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참혹한 현장을 마주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른 정신적 트라우마를 비롯해 여러 치료가 필요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것들을 방치한다면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소방관들이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보건안전은 중요 정책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충남의 경우도 마음건강 설문조사에서 3200여명의 응답자 중 148명(4.6%)이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을 겪고 있다고 했으며, 우울증과 수면장애 등 전체 응답자의 30% 정도가 마음건강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충남도는 심리상담과 힐링 프로그램, 병원 연계 치료 등 대상자를 개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열 마음공감센터에서도 개소 후 3개월간 43명이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소방관서 33개소에 심리안정실도 설치돼 있으며, PTSD 위험군 대상 국내 힐링 배낭연수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라고 보탰다.

조 본부장은 26년 경력의 베테랑 소방공무원이며, 행정학박사(한성대학교 대학원)이기도 하다. 또 지난해 11월 열린 제58주년 소방의 날 기념식에서는 새로운 정책과 아이디어 실현에 대한 공로가 인정돼 홍조근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후보생 교육 기간까지 포함해 27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겪은 사건이나 사람은 정말 많다. 대부분 기억에 남는 사람은 어려움을 함께했던 동료들이다. 특히 초임 시절 근무했던 소방파출소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잊지 못할 것”이라며 보령소방서 광천파출소 근무 당시 일화를 소개했다.

조 본부장은 “제가 소방에 입문할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했고, TV 프로그램에 세 번이나 소개될 정도로 성과도 있었다”며 “1995년으로 기억하는데 광천 철로 밑에서 공사를 하던 분들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2시간 동안 쉼 없이 구조작업을 펼쳤고 다행히 큰 부상자 없이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이 소식이 KBS ‘긴급구조119’를 통해 전국에 소개됐다”고 회고했다.

대한민국 소방은 2020년 역사의 새 장을 열었다. 4월 1일자로 지방직 소방공무원 5만 2516명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것이다. 도 소방본부 역시 3300여명이 국가직이 됐다.

조 본부장에게 국가직 전환의 의미를 물었다. 그는 “국가직 전환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는 분들은 별로 바뀐 것이 없다고도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며 “국가직화로 인력·시설·장비 등 지역별 소방에 대한 투자 격차가 줄어 전국 어디서든 균등한 소방서비스를 제공받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조 본부장은 “가장 큰 변화는 인력증원이다. 혼자서 불을 꺼야 했던 고독과 어려움을 해소해 팀을 이뤄 작업할 수 있게 된 게 국가직화의 직접적 효과”라며 “국가직 전환은 중앙정부가 관할 구분 없이 언제든 전국의 소방력을 총동원할 수 있는 국가재난관리체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소방청이 육상 재난대응 총괄기관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직이었기 때문에 추진이 어려웠던 국립소방병원, 국립소방박물관 등의 대규모 사업도 시동을 걸 수 있게 됐다”며 “국가직 전환은 국민들께서 만들어주신 것이다. 반드시 보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소방청 대변인을 맡기도 했다. 대변인은 대한민국 소방의 생각을 전달하는 역할이다. 그런 그에게 대한민국 소방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조 본부장은 “과거 소방은 인력·장비·예산 등이 열악했던 것이 사실이다. 예전에는 시속 40㎞밖에 나오지 않는 차량을 타고 출동하기도 했다”면서도 “지금도 부족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전벽해’라는 표현이 무리가 아닐 정도로 발전했다. 그래서 소방을 당당하고 전문적인 조직으로 인식시키는 방향으로 소방청의 홍보 패러다임도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얼굴에 검댕이가 묻은 채로 구석에서 컵라면을 먹는 소방관 사진이 이슈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소방의 얼굴이 아니다”라며 “국민이 의지하고 싶은 강한 조직, 우수한 전문가 집단으로 인정받고 싶다. 나아가 세계 최강소방이 되는 게 한국 소방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도 소방본부는 ‘품격 있는 충남 소방, 품질 높은 안전서비스’를 기치로 내걸고 있다. 신축년(辛丑年) 하얀 소의 해를 맞아 새롭게 충남소방의 수장이 된 조선호 본부장도 그 ‘품격과 품질’을 약속했다.

조 본부장은 “충남소방의 조직은 커졌고, 수준도 높아졌다. 그것을 잘 조합하는 게 제 역할”이라며 “고령화 시대 도시와 농촌지역에 필요한 안전서비스는 달라졌다. 지역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 충남소방이 지역 특성에 맞는 안전서비스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충남소방의 존재 이유이며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은 도민 안전이다. 충남소방이 대한민국 대표 소방이 될 수 있도록 열정을 다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은 11일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을 점검했다. 이곳은 코로나19 확진자 중 경증환자가 입소해 있으며, 의료 인력도 상주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은 11일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운영되고 있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을 점검했다. 이곳은 코로나19 확진자 중 경증환자가 입소해 있으며, 의료 인력도 상주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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