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책이랑 싸우지 마세요~”
“더 이상 책이랑 싸우지 마세요~”
  • 노진호
  • 승인 2021.01.20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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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충남도서관 엄은진 사서(정보서비스과 주무관)
‘책 읽어주는 사서’·‘사서고생’ 등 독서문화마케팅 사업 진행
“독서 흥미유발, 새로운 정보 제공… 안 읽고 오셔도 괜찮아”
충남도서관 사서 9명… “독서, 책 여는 습관부터 기르셔야”
충남도서관 엄은진 사서를 지난 15일 도서관 2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충남도서관 엄은진 사서를 지난 15일 도서관 2층 회의실에서 만났다. 사진= 노진호 기자

‘도서관에 있는 잡지… 부록은 누가 가져갈까?’

필자가 간혹 품었던 궁금함이다. 이 오랜 의문이 드디어 풀렸다. 답은 잠시 후에….

충남도서관(관장 나병준)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부터 도입된 ‘책 읽어주는 사서’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충남도서관 문화교육동 강당에서 진행된다.

내포뉴스는 충남도서관 엄은진 사서(정보서비스과 주무관)를 만나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더불어 꽤나 낭만적(?)으로 보이는 ‘사서의 세계’도 살짝 엿봤다.

‘책 읽어주는 사서’는 2000년 이후 출간된 베스트셀러 중 대상 서적이 선정됐다. 충남도서관은 1층 로비에 관련 서가를 별도로 설치해 1~12월 도서를 월별 각 10권씩 비치했다.

엄은진 주무관은 “‘책 읽어주는 사서’ 강연은 책에 대한 기본정보와 배경지식을 제공해 흥미를 유발하고, 관련 뮤지컬과 연극 등의 소개도 곁들일 예정”이라며 “사회문화·자기계발·역사·철학·경영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을 읽고 오면 ‘플러스알파’가 될 것이고, 읽기 전에 와도 강연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곁들였다.

2021년 ‘책 읽어주는 사서’ 선정 도서는 ▲리딩으로 리드하라(이지성/1월 21일)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박영규/2월 18일) ▲지리의 힘(팀 마샬/3월 18일)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센델/4월 15일) ▲소년이 온다(한강/5월 20일) ▲82년생 김지영(조남주/6월 17일) ▲총·균·쇠(제레드 다이아몬드/7월 15일)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8월 19일)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9월 16일) ▲사피엔스(유발 하라리/10월 21일) ▲그릿(엔젤라 더크위스/11월 18일) ▲혼·창·통(이지훈/12월 16일) 등이다.

첫 테이프를 끊을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2010년 출간 이래 60만명에 달하는 독자의 선택을 받으며 ‘대한민국에 인문학 열풍을 불러온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의 기본 정신은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어떻게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것이고, 그것이 인류 역사 속에서 인문학을 한 사람들의 흐름”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책 읽어주는 사서’ 프로그램은 충남도서관의 사서 주도 독서문화마케팅 사업의 하나다. 이 사업을 대표하는 것 중에는 ‘사서고생(사서들의 인문전에 대한 각)’도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월 넷째 주 목요일 문화교육동 다목적실에서 진행된다.

엄 주무관은 “‘사서고생’에서 말하는 고전은 오래된 책이 아니라 분야별 대표 서적이란 의미다. 충남도서관 사서들의 관심 분야가 반영된 것”이라며 “‘사서고생’이 누구나 들어봤지만 실제로는 많이 읽지 않은, 펼쳐보고 어려워 포기한 책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면 ‘책 읽어주는 사서’는 많은 사람이 읽은 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 읽어주는 사서’는 회당 49명쯤, ‘사서고생’은 30명 정도로 사전신청을 통해 참가인원을 제한할 예정이다. 엄 주무관은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인원 제한을 하게 됐다”며 “이후 상황에 따라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탰다.

‘사서고생’ 프로그램의 2021년 라인업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오스카 와이들/1월 28일) ▲인간의 그늘에서(제인 구달/2월 25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3월 25일) ▲멋진 신세계(올더스 헉슬리/4월 29일) ▲돈키호테(세르반테스/5월 27일) ▲광장(최인훈/6월 24일)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7월 29일) ▲이방인(알베르 카뮈/8월 26일) ▲카네기 인간관계론(데일 카네기/10월 28일) ▲변신(프란츠 카프카/11월 25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12월 23일) 등이며, 9월은 추석 연휴로 한 번 쉬어간다.

충남도서관의 누적 대출 권수는 69만 4355권에 달한다. 사진은 내부 모습. 충남도서관 제공
충남도서관의 누적 대출 권수는 69만 4355권에 달한다. 사진은 내부 모습. 충남도서관 제공

‘충남 지식 정보의 중심, 행복이 있는 문화 공간’을 꿈꾸는 충남도서관은 2018년 4월 25일 문을 열었다. 1관장 3과(운영지원과·도서관정책과·정보서비스과) 21명으로 조직된 충남도서관의 소장도서는 18만 9501권이며, 2만 1511종 10만 5883점의 전자책·오디오북과 5453점의 DVD 자료, 8047점의 특성화 자료가 있다. 이곳의 회원은 3만 3453명이며, 누적 대출 권수는 69만 4355권에 달한다(이상 2021년 1월 1일 기준).

충남도서관에는 나병준 관장까지 포함해 총 9명의 ‘사서’가 있다. 엄 주무관은 “사서는 도서관 운영 전반에 참여한다. 도서 대출과 반납은 물론이고 책을 구입해 서가에 꽂힐 때까지 사서의 손이 안 가는 곳이 없다”며 “도민들을 위한 독서 프로그램과 진흥사업의 개발과 운영도 사서의 일”이라고 전했다.

사서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엄 주무관은 “이곳과 같은 공공도서관은 사서직 공무원 시험을 봐야 하는데 사서자격증이 있어야 응시할 수 있다”며 “사서자격증은 대학 문헌정보학과를 나오거나 사서교육원을 수료하면 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면 정사서 2급, 사서교육을 수료하면 준사서 자격증을 얻는다”고 부연했다.

사서(司書·librarian)란 도서관 및 자료실, 정보기관에서 문헌을 수집·정리·보관하고 대출 서비스 및 필요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 직종을 말하며, 1급 정사서·2급 정사서·준사서·주제전문사서·사서교사 등으로 나뉜다.

충남대학교 문헌정보학과(09학번) 졸업 후 2013년 11월 천안에서 사서 일을 시작했다는 엄 주무관은 “문헌정보학은 정보의 기록과 관리·수집·목록화 등을 배우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문헌정보학과 수업 중 서지학(書誌學)은 죽편과 파피루스 등 기록의 흐름(진화)을 살피는 학문”이라며 “요즘에는 전자정보의 검색과 활용도 중요하게 다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해 ‘사서’가 됐다. 언제나 주변에 책이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고, 출판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서와 실제 업무는 차이가 있다. 일반적 행정업무도 꽤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책을 ‘너무’ 많이 접하면서 개인적인 독서는 덜하게 되는 것도 같다”고 고백했다.

공인된 사서를 만난 기회에 몇몇 궁금함도 풀어봤다.

① Q=도서관의 책 구입은 어떻게… A=연간 도서구입비가 정해지면 입찰을 통해 납품 계약을 한다. 예전에는 직접 서점에 가서 구입하기도 했다. 충남도서관은 매월 책을 구입하는데 그 비율은 신간과 기존 우수도서 9대 1 정도다.

② Q=희망도서도 접수받는데, 선정 기준은… A=기본적으로 ‘좋은 책’인지를 따진다. 그리고 이미 충분히 소장하고 있거나 미풍양속을 헤치는 내용, 기본 개론을 넘는 전공서적, 스프링 등 훼손 우려가 큰 서적 등은 제외된다.

③ Q=만화책도 가능한지… A=어떤 만화냐 인지가 중요하다.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④ Q=잡지도 있는데, 부록은 누가 갖는지… A=우선 잡지의 경우 이용자 설문 등을 통해 구비 대상을 선정한다. 그리고 부록은 보통 오지 않는다. 온다고 해도 폐기한다. 이용자든 운영자든 어떤 특정인에게 준다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랜 의문들을 해소한 후 엄은진 주무관의 ‘인생 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오랫동안 인생 책으로 꼽아온 것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며 “행복은 우리의 곁에 있다는 메시지가 좋았다”고 답했다. 이어 “최근에는 정세랑 소설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며 “도정신문에 서평을 쓰기도 한 ‘목소리를 드릴게요’라는 제목의 단편모음집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작가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전한다”고 덧붙였다.

다이어트, 운동, 금연·금주만큼이나 새해 다짐으로 많이 등장하는 것이 ‘독서’다. 어떻게 하면 꾸준히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엄 주무관은 “억지로 읽으려고 하면 안 된다. 책이랑 싸우면 이기기 힘들다”며 “가벼운 책을 골라서 생각날 때마다 3~4장이라도 읽었으면 좋겠다. 우선 책을 여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에세이 등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소소한 이야기에 공감하다보면 점점 책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엄은진 사서와의 이야기는 그의 최애 작가인 정세랑 소설가가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소개한 문장으로 마무리하겠다. ‘읽는 사람은 죽기 전에 1000번을 산다’ - 왕좌의 게임中

충남도서관은 사서 주도 독서문화마케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진행됐던 ‘사서고생’ 강연 모습. 충남도서관 제공
충남도서관은 사서 주도 독서문화마케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진행됐던 ‘사서고생’ 강연 모습. 충남도서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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