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곳 광주, 성장한 건 서울… 마음 둔 곳은 홍성
태어난 곳 광주, 성장한 건 서울… 마음 둔 곳은 홍성
  • 노진호
  • 승인 2021.02.09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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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귀농 8년차 이인천氏
서울서 20여년 직장생활… 2014년 홍성 귀농
악전고투 거듭… 제과·제빵으로 분위기 전환
청운대 사회서비스大 프로그램 참여… “대만족”
2014년 홍성으로 귀농한 이인천 씨가 그 간의 이야기를 전하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2014년 홍성으로 귀농한 이인천 씨가 그 간의 이야기를 전하며 미소 짓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지역민과 함께 가려는 지역대학의 노력… 홍성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운대학교 사회서비스대학(학장 박현옥)의 2020학년도 겨울방학 ‘비교과(비학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이인천(54) 씨의 말이다. 그는 올겨울 마련된 비교과 프로그램 중 ‘빵빵한 행복’에 함께하고 있다.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은 이번 겨울방학 기간 ▲유튜브 퍼스널브랜딩 ▲파워포인트 활용 ▲개인맞춤 운동처방 ▲미래(美來) 농업 ▲빵빵한 행복 등의 비교과(비학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중 ‘빵빵한 행복’은 홍주제과기술학원 채선병 원장이 제과기능사 자격증 취득을 돕는 것으로, 지난달 1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사실 이인천 씨는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재학생은 아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지역민을 위해 마련한 기회를 제대로 잡은 것이다.

그는 “제과·제빵 공부를 하던 중 사회서비스대학에 다니는 지인을 통해 ‘빵빵한 행복’ 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운 좋게 참여할 수 있었다”며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대학과 지역민의 소통이 ‘평생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며 “지역민과 함께 가려고 노력하는 지역대학을 보니 홍성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었고, 대답도 시원시원했다. 그런데 그 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의 미소는 귀농 후 삶이 순풍에 돛단 듯 순탄해서가 아니라 마주한 어려움을 새로운 배움으로 극복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주광역시가 고향인 이 씨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 2014년 홍성으로 귀농했다. 지금은 내포신도시에서 가까운 홍북읍 산수리의 밭 3000평에서 감자와 하우스 고추, 무 등을 재배하고 있다.

이 씨는 “서울에 있는 ‘크라운해태’에서 20여년을 근무했다. 1993년 입사해 전산실에서 프로그램 개발을 했다. 컴퓨터를 오래 해서 그런지 목 디스크가 생겼다”며 “관리 쪽으로 나와 한 5년 있었는데 병가 정도로 해결이 안 될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그래서 2013년 퇴사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귀농은 갑자기 한 결심은 아니다. 어릴 때 돌아가셨지만 아버지가 농촌진흥청에서 일하셨고, 어머니고 농촌진흥청에 계셨다. 부모님의 영향인지 작물이 자라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보탰다.

하지만 생활이 된 농사는 생각 같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처음에는 갈산에 있는 영농법인에 무작정 들어갔다. 논 16만평, 밭 4만평의 ‘대농’이었는데 그 큰 논밭을 유기농으로 해야 했다. 모내기 전 논두렁 제초작업만 세 명이서 1주일 내내 해야 했을 정도”라며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익숙해졌지만 몸은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산수리에 있는 영농법인 사무장으로 갔다. 그곳 사람들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농사도 사업인데 경영 마인드의 부족을 느꼈다. 그러다보니 정부 보조금이 결국 빚이 되는 구조였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시기였다”며 “혼신을 다해 어떻게든 해보려 했는데 뭔가 잘 안 맞았다. 기본적인 인프라의 한계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지난해 본인의 농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또 한 번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는 “난 이양기·콤바인·지게차·포크레인 등 농사에 필요한 기계는 거의 다 다룰 줄 안다. 지난해에는 농기계 운전·정비 자격증도 땄다. 기계영농을 계획했다. 땅은 임대하고 장비를 사려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귀농창업자금을 신청했지만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영농법인 등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법적으로 귀농인이 아닌 농업인이라고 하더라. 난 창업의 시행착오를 줄이는 그 경험이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나름 세웠던 정착 계획이 틀어지니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악전고투가 거듭됐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잠시 숨을 돌렸다.

이 씨는 “제과·제빵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9월부터 제빵 학원에 다녔고 12월에 끝났다. 그러다 이 프로그램(빵빵한 행복)을 알게 된 것”이라며 “제대로 하려면 계속 배워야 한다. 지난해 12월에는 혜전대학교에서 푸드트럭 창업 수업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과·제빵에 대한 관심은 조금 더 ‘아름다운 농촌생활’을 위한 것이다. 지인들이나 고객들이 오면 내가 직접 재배한 건강한 먹을거리로 빵과 과자를 만들어 대접하고 싶었던 것”이라면서도 “실력이 되면 사업 아이템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일은 모르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제과·제빵 기능사 필기시험은 이미 합격한 상태며, 제빵은 오는 23일, 제과는 다음 달 중 실기시험을 치를 예정이다.

이 씨가 귀농지로 홍성을 선택한 이유는 어쩌면 단순했고 어쩌면 명확했다. 가족들이 있는 수지(경기도 용인시)와 가깝고 교통이 편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홍성은 어떤 곳일까.

이 씨는 “홍성은 ‘유기농 일번지’다. 사실 유기농에 대한 뜻을 품고 귀농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건강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재배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면서도 “단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유기농 중심지라고 말은 하지만 진정한 ‘메카’가 되려면 그게 걸맞은 면모를 갖춰야 한다. 개인에게 뭘 더 해줘야 한다는 게 아니다. 판로 확보나 공동사업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보강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답했다. 이어 “내포신도시의 한 마트는 가락시장에 가서 채소를 사온다. 이 지역에 다 있는데 말이다. ‘내포 유기농 매대’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런 것도 아쉬운 부분”이라고 더했다.

이 기사는 귀농 6년차 이인천 씨의 ‘고난사’를 전하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배움과 도전 등을 통한,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 중인 그의 ‘극복기’를 말하고 싶었다. 더불어 지역대학의 평생교육이 가진 중요성도 알리고 싶었다.

이 씨는 수지에 부인과 딸 셋이 살고 있다. 그 중 지난해 수능을 본 막내딸은 대학 입학 전 홍성에 와 있다고 한다. 그는 “가족들 의견을 존중해야겠지만, 언젠가는 홍성에서 함께 살고 싶다. 홍성역 근처에 2층집도 장만했다”며 “아내를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계획이 있었다. 이 씨는 “2022학년도쯤에 사회서비스대학 입시에 도전할 계획”이라며 “벌써 원서는 써 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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