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아이, 반가웠던 어르신… 행복했던 20여년”
“다시 만난 아이, 반가웠던 어르신… 행복했던 20여년”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2.26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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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 황정애 회장
올해 2월 취임… “봉사원들과 성장하며 행복한 한 해 만들 것”
2000년 홍성에, 2001년 적십자에… “봉사원, 대단한 사람들”
홍성적십자봉사관에서 만난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 황정애 회장이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홍성적십자봉사관에서 만난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 황정애 회장이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사진= 노진호 기자

지난 설 연휴 전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는 ‘뽀송한 이불은 사랑을 싣고… 홍성적십자봉사관 설맞이 이불세탁봉사 눈길’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에는 지난 2월 4~9일 하루도 쉬지 않고 희망풍차 결연세대와 독거어르신 60세대를 위해 이불세탁 봉사를 펼친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회장 황정애·이하 홍성지구협의회) 봉사원들의 활동이 담겨 있었다.

더불어 설을 앞두고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이 보도자료는 올해 2월부터 홍성지구협의회를 이끌게 된 황정애 회장(57)과 지역민들의 ‘상견례’이기도 했다.

내포뉴스는 설 연휴가 끝난 후 홍성적십자봉사관(홍성읍 내포로146번길 12-16)을 찾아 황 회장과의 만남을 가졌다. 그의 첫인상은 적십자 봉사원이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뭔가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푸근했다.

우선 회장 취임 소감부터 물었다. 그는 “20여년 동안 왜 적십자 활동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이 일은 내게 보람과 행복을 주고 있었다”며 “언젠가는 한 번 (회장을) 하겠지 생각은 해봤지만 내 예상보다 빨리 현실이 됐다”고 답했다.

황 회장은 “봉사는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고, 우리가 행복하게 활동하려면 배려와 환영, 격려가 필요하다”며 “봉사자들의 귀한 시간과 품을 고마워하고, 고마운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며 행복한 한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황 회장은 무엇보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밑반찬 봉사를 하다보면 서류에 이름에 있는 분들만 찾게 되기도 한다. 또 우리가 모르는 어떤 아이들이 굶지는 않나 걱정도 한다”며 “복지제도의 빈틈을 우리가 보완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지구협의회는 1994년 12월 부녀봉사회 결성으로 시작됐으며, 초대회장은 광천봉사회 김명옥 회장이었다. 홍성지구협의회는 이듬해 1월 20일 공식 현판식을 했으며, 20년쯤 세월이 흐른 2016년 3월 29일 지금의 봉사관이 생겼다. 현재 회원은 400여명 정도라고 한다.

황 회장이 홍성지구협의회와 함께한 것은 2001년 8월부터다. 고향인 인천에서 생활하던 그는 그즈음 홍성에 자리를 잡았다.

황 회장은 “홍성에 온 것은 2000년이다. 서부면에 사는 남편 친구 집에 놀러왔다가 눌러앉게 된 것”이라며 “적십자는 주변 권유로 들어오게 됐다. 그저 어르신들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고 하는 게 좋아 지금까지 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월드컵 4강의 기적(2002년)을 꿈도 꾸지 못하던 시절부터 적십자 봉사원이었으니, 정말 오랜 시간이다. 그 오랜 시간만큼, 황 회장은 참 많은 기억과 사람을 품고 있었다.

그는 “예전엔 밑반찬 봉사를 하려해도 만들 때가 없어서 각자 집에서 해오기도 했다. 또 어렵게 마련한 장소가 못 쓰게 돼 버린 일도 있었다. 밑반찬 봉사를 하며 경찰서 순찰차도 타보고 면사무소 공무차도 얻어 탔다”며 “이 일을 오래 하려면 남편도 잘 만나야 한다. 운전도 해주고, 집에서 혼자 알아서 밥도 차려 먹고 해줘야 한다”고 넌지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봉사원 일을 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도 했는데 불평·불만 없이 따라 다니고, 엄마 일을 참 많이 도와줬다”며 “그게 영향을 줬는지 큰 애는 사회복지사가 됐다”며 아이들에 대한 대견함도 전했다. 황 회장은 가족으로 남편과 아들 둘이 있다.

황 회장은 또 “3년 전쯤 홍동봉사회 회원들과 속동마을로 야유회를 갔던 일도 잊을 수 없다. 한 12명쯤 갔는데 양푼에 비빔밥도 비벼 먹고, 아무튼 정말 즐거웠다”며 “연탄·수해복구 등 힘들었던 적도 많다. 봉사원들은 다들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보탰다.

그러면서 그는 특별한 기억 하나를 더했다. 황 회장은 “알고 지내던 학교 선생님을 통해 아이 넷이 사는 집을 찾은 적이 있다. 첫째가 중학생이고, 막내가 네 살이었다. 엄마는 안 계시고 아빠는 타지에 일하러 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반찬도 주고, 요리법도 가르쳐주곤 했는데 네 살이던 막내가 고등학생이 돼 만났다. 정말 반가웠다”고 전했다.

봉사라는 게 20여년 세월 동안 늘 만만치만은 않았지만, 요즘엔 경험해보지 못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로 ‘코로나19’다.

황 회장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 우리 일도 차이가 크다. 밑반찬 봉사만 해도 사실 어르신들은 그 음식보다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을 더 좋아하신다. 그런데 요즘엔 그냥 두고만 와야 한다. 어쩔 수 없지만 아쉽다”며 “회장이란 자리를 맡고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긴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코로나 이후 후원 유치도 더 어렵다. 다들 어려우니 말 꺼내기도 미안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해오던 걸 계속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게 먼저다. 열심히 해보겠다”며 “회원들 모두가 즐겁게 할 수 있게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앞서 말했듯 황 회장과의 만남은 설 연휴 전 이불세탁 봉사로 인해 이뤄졌다. 홍성지구협의회는 지난 22일 한 차례 더 이불세탁 봉사를 이어갔다.

황 회장은 “겨우내 쓴 이불을 지금 안 빨면 1년 후에 그대로 다시 나온다. 그래서 일단 그걸로 시작한 것”이라며 “밑반찬을 나누는 봉사회가 올해 2개 더 늘어 9개가 됐다. 이 밖에도 하고 싶은 일이 참 많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적십자 봉사원들이 선물 받고 돈 받으며 한다고도 하는데 절대 아니다. 내꺼 가져다, 몸으로 때우며, 내 돈으로 기름 값 쓰며 하는 ‘힘든 일’….”

황정애 회장과의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옆에 있던 홍성지구협의회 회원들이 꼭 기사에 넣어 달라며 전한 말이다. 직접 봉사를 하진 않았지만 옆에서 꽤 많이 지켜본 필자도 보증한다.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가 펼칠 ‘힘들지만 좋은 일’, 그것들이 쌓이면 자연스레 다 사라질 오해일 테지만 말이다.

지난 설 연휴 전 펼쳐진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의 이불세탁 봉사 당시 모습.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제공
지난 설 연휴 전 펼쳐진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의 이불세탁 봉사 당시 모습.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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