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좋은 봄… 의미 있는 여정
걷기 좋은 봄… 의미 있는 여정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4.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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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 터 6곳 잇는 1.5㎞… 홍성의 성지순례길
걷기 좋은 봄, 홍성의 성지순례길을 권한다. 사진= 노진호 기자
걷기 좋은 봄, 홍성의 성지순례길을 권한다. 사진= 노진호 기자

참 걷기 좋은 계절이다. 가족과, 연인과 손잡고 혹은 친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한걸음씩 옮긴다면 이 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걷는 것 자체로 재미겠지만, 함께 생각해 볼 의미가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내포뉴스는 독자들을 위해 ‘내포천주교순례길’을 권한다.

내포천주교순례길은 홍성성당부터 김좌진장군 동상과 홍성전통시장 등을 거쳐 홍성군청까지 오는 2.1㎞ 코스(1시간 소요)지만, 이번에는 6곳의 순교 터(1.5㎞)를 잇는 성지순례길을 답사했다.

여정의 시작은 홍성군청 앞 안회당이었다. 조선시대 홍주군의 동헌인 안회당은 숙종 4년(1678년) 건립됐다. 안회당 뒤편 잔디밭을 지나 고즈넉한 여하정에 다다르면 한편에 순교 1터 목사 동헌 표지석이 있다. 이곳 동헌은 홍주의 순교자들이 잡혀와 처음으로 신앙을 증거 하던 장소다. 동헌 인근에는 홍주성역사관과 홍주읍성도 있다. 기왕 여정을 시작했다면 꼭 들러보길 바란다.

홍주아문을 지나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순교 2터 홍주감옥이 나온다. 이곳은 충청도의 첫 순교 터이며 113명의 순교자가 발생한 곳이다. 담 밖에서 보면 그저 조용한 한옥 같이 보이지만 이곳은 굶주림과 목마름, 교수형 등 죽음으로 얼룩졌던 잔인한 공간이다. 하지만 그 잔인한 역사와는 달리 담 안에서 보이는 홍주읍성의 봄 풍경은 그저 아름답기만 했다.

순교 2터를 뒤로 하고 한일약국과 홍주성지성당을 지나면 홍성군통합관제센터 간판이 보이는 곳에 순교 3터 진영 터가 자리해 있다. 여기는 홍주읍성 진영장이 머문 곳으로, 가장 많은 고문과 박해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그저 지나치기만 했을지도 모를 홍주읍성 4대문 중 가장 중심인 조양문도 다시 한 번 눈에 담길 바란다.

진영 터에서 KT플라자 정문을 지나 조금만 가면 서문세탁소와 선우 건너편에 순교 4터 옛 저잣거리가 있다. 저잣거리는 지금의 시장을 뜻하며, 당시 순교자들이 관아로 끌려가거나 처형되기 전에 이곳에서 조림돌림, 침 뱉음, 돌팔매질 등 조롱을 당했다고 한다. 다음 코스까지 가려면 이전보다는 조금 더 이동해야 하니 이곳 벤치에 앉아 잠시 쉬어 감을 추천한다.

순교 5터를 향하다보면 홍주읍성 북문(망화문)이 나온다. 조선 초 축성 당시부터 출입문 역할을 한 홍주읍성 북문의 문루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 서문과 함께 소실됐으며, 주변 성벽은 일제강점기 도시화 과정서 대부분 훼손됐다. 홍성군은 향후 고증을 거쳐 문루 및 북문 일대를 복원할 예정이다. 다음 코스로 가기 전 잠깐 사진 한 컷 찍어도 나쁘지 않겠다.

홍주읍성 북문을 지나 북문교를 건너면 벚꽃 하얀 그늘이 펼쳐지고, 곧 순교 5터인 참수터가 나온다. 이곳은 신유박해때 황일관(시몬)과 병인박해 때 유(마르타)가 참수형을 받은 자리다.

하얀 그늘 속에서 월계천 물소리를 따라 봄바람 노래를 들으며 가다보면 한국유림독립운동파리장서비가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대교공원을 가로질러 홍성여고 사거리를 건넜다면 마지막 코스까지 25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마지막 여정인 순교 6터 생매장터는 천주교 4대 박해 중 최대 규모인 병인박해 때 천주교인들을 수용할 감옥이 부족하자 일부 신자들을 생매장한 곳이다. 이곳은 월계천과 홍성천이 만나는 모래사장이 있어 생매장하거나 시신을 버리는 곳으로 선택됐다고 전해진다. 이곳에는 십자가의 길 14처 조형물도 설치돼 있으며, 길만 건너면 조선 후기 의병들이 잠들어 있는 홍주의사총도 있다.

봄기운 가득한 1.5㎞ 성지순례길 곳곳에서는 우리 이웃들의 쉼을 볼 수 있었다. 또 믿음과 자유를 위해 희생한 우리 조상들의 삶도 돌아볼 수 있었다. 시간은 우리 생각보다 빠르다. 더위가 찾아오기 전 그 길을 따라가 봤으면 좋겠다.

 

☞순교 1~6터의 모습을 사진으로 전한다. (사진= 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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