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지우고, 생각하고
아픈 역사… 지우고, 생각하고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4.1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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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임시정부수립 기념일, 12~16일 독도교육 주간
충남도교육청 일제 잔재 청산 사업 올해 2기 스타트
2018~2020년 1기 사업선 교장 사진·머릿돌 등 철거
충남도교육청의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은 2018년 시작, 2023년까지 이어진다. 사진은 4월 역사달력과 철거된 일본인 교장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충남도교육청 제공
충남도교육청의 일제 잔재 청산 사업은 2018년 시작, 2023년까지 이어진다. 사진은 4월 역사달력과 철거된 일본인 교장 사진을 합성한 것이다. 충남도교육청 제공

어제(4월 11일)는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오늘(12일)부터 5일간은 독도교육 주간(해마다 4월 셋째 주)이다. 더불어 4월은 제주4·3항쟁, 화성 제암리 학살사건(15일), 세월호 참사(16일), 4·19혁명, 전봉준 장군 순국(24일), 윤봉길 의사 상해 의거(26일) 등 ‘잊어서는 안 되는 날’이 많은 ‘역사적인 달’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셨다. 역사적인 4월, 내포뉴스는 충남도교육청의 ‘일제 잔재 청산’ 작업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번 기사는 시민교육팀 성원기 장학사의 도움을 받았다.

충남도교육청(교육감 김지철)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2018년 일제 잔재 청산에 돌입했다.

성원기 장학사는 “일단 일본인·친일 학교장 사진 게시 여부와 교훈, 교표, 교가, 학교생활규정 등의 기초자료 조사 후 교체 작업에 들어갔다”며 “교훈이나 학교생활규정의 경우 근면·성실·순결·동맹휴학·백지동맹 등이 일본식 용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까지 일제 잔재 청산 1기 사업을 진행했다. 1기 사업은 일제 잔재 청산 자문회의, 새로운 학교문화운동 토론회, 일본어 투 우리말 순화자료 보급, 지역별 컨설팅 등의 과정을 거쳤다.

도교육청은 1기 사업을 통해 29개 학교의 일본인·친일 교장 사진과 100곳의 학생생활규정 중 징계항목에 일본식 용어 사용을 바로잡았다. 또 친일파가 작사·작곡한 교가 24곡을 확인해 4개를 교체했으며, 일본식 교훈 44개를 찾아내 논산여고와 강경여중 2곳을 개선했다.

더불어 56개 학교의 일본식 향나무(가이즈카)를 뿌리 뽑았으며, 4개교의 머릿돌을 철거했다. 머릿돌의 경우 합덕고와 조림초는 도교육청으로 이관했고, 사곡중은 학교에서 보관 중이다.

독재 시대의 상징물인 홍성서부중의 머릿돌은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제공
독재 시대의 상징물인 홍성서부중의 머릿돌은 교육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충남도교육청 제공

이 중 안내문을 설치해 교육자료로 활용 중인 홍성서부중의 경우는 특히 눈여겨 볼만 하다.

홍성서부중 머릿돌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집권기인 1985년 세워진 것으로, 그의 민주주의·인권 탄압과 권력형 비리 등을 전하고 있다. 성 장학사는 “일제 잔재가 독재 체제로 계승돼 강화된 것이므로 독재 시대의 잘못된 유습과 상징물도 함께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의 일제 잔재 청산 작업은 올해 새 장을 열었다. 도교육청은 지난달 29일 제2기 청산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앞선 2월 22일 친일인명사전을 편찬한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와 협약을 맺었다.

2기 청산위원은 △최훈 충남도의원 △권희용 민족문제연구소 충남지부장 △전병철 동학농민전쟁우금티기념사업회 이사 △김헌영 독립기념관 교육부장 △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 △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이정순 과장·김종하 장학관·성원기 장학사 △길준용 부석중 교장 △윤세병 공주대 교수 △안광진 면천중 교사 등이다. 이들은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자료 수집과 지원, 일제 잔재의 범위·정리·보존·활용 방안 논의 등의 임무를 맡는다.

성 장학사는 “2기 활동은 크게 학교장 연수, 자료 조사, 연구용역, 공감대 확산, 중간보고(2022년), 최종 발표(2023년) 등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교육가족은 물론 지역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교가나 교훈 교체 시 동문회 등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그렇기에 성공적인 청산을 위해서는 공감대 확산이 중요하다”며 “학교장 연수도 그를 위한 과정이다. 개선 의지만 있다면 도교육청은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7일 초·중·고 학교장 725명 대상 연수를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8차례로 나눠 진행키로 했다.

일제의 흔적을 지우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교육적 활용일 것이다.

성원기 장학사는 “일제 잔재 청산 방법에 대한 합의 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해 그 의미를 되새기고 민주시민의 역량을 키웠으면 좋겠다”며 “관련 수업과 학생 자치활동 연계, 교원·학생 동아리, 사진전과 온라인 전시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충남도교육청은 올해 근현대사의 주요 기념일과 지역 독립운동가 순국일 등을 기록한 ‘역사달력’도 배포했다. 특히 역사달력에는 매월 역사 돌아보기를 통해 주요 사건 중심의 고민할 사항도 정리해 교육적 효과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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