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정당의 것일까?
[칼럼] 민주시민교육은 특정 정당의 것일까?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4.26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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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

2019년 충남도와 충남도교육청에 각각 민주시민교육 관련 조례가 제정되면서 2020년 충청남도 평생교육진흥원이 2020~2025년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수립과정과 실무과정에서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명칭에 특정 정당의 이름이 들어가 있고, 그 특정 정당이 집권당일 때 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많아졌다.

다행히 충남 민주시민교육 종합계획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시민교육이 ‘필요 없다’고 대답한 비율이 2.1% 정도로 지역의 정서가 민주시민교육을 크게 부담 느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한 설문 결과를 주목해봐야 한다.

설문 결과는 1위 ‘잘 모르겠다(35.7%)’, 2위 ‘다른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것 같다(21.4%)’, ‘생활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21.4%)’, 4위 ‘특정 정치이념의 주입을 위한 교육 같다(14.3%)’, 5위 기타(7.1%) 등이다. 해당 설문 조사를 통해선 ‘민주시민교육은 필요 없지만, 그 이유는 모르겠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필자는 이같은 결론이야말로 민주시민교육이 필요한 결정적 이유가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주의 사회는 일반적으로 ‘갈등-소통(협의)-합의-실천’의 시스템을 따르고 실천이 진행되지 못하면 신뢰가 깨지고 갈등 비용이 증가하지만, 반대로 실천이 잘 진행되면 신뢰가 두터워지면서 갈등 비용이 줄어든다. 그래서 갈등을 잘 조정하거나, 실천력을 높이는 것이 성숙한 민주주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학습을 갖지 못하면 소통의 부재가 발생하는데 ‘민주시민교육은 필요 없지만, 이유는 모르겠다’는 결론은 소통의 부재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일 수 있다.

좋은 민주주의 사회는 소통이 잘 되는 사회라고 생각해 본다면 민주시민교육은 시민들이 소통을 잘 할 수 있도록 평생학습 시키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당장 주민들이 서로 자주 만나고 소통하는 동네는 마을 단위에서 서로에게 이로운 일을 많이 하고 마을에 소란이 있거나 문제가 생겨도 굳이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자신의 현관 밖에 누가 있는지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마을은 사소한 문제가 큰 갈등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항상 주변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 관심은 내 생각을 투영하게 해서 반대하면 반대의 이유가 있고, 찬성하면 찬성의 이유가 생긴다. 그래서 반대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민주시민교육이 지역에서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민의회 틀로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할 때 사회에서 문제 제기된 이슈를 토론에 부치는데 시작, 기조 발언, 종료 시기에 각각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 설문 조사는 단순히 찬성, 반대, 무응답을 묻는데 대부분은 시민의회가 종료되는 시점에 이르면 무응답의 비율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게 된다. 해당 이슈가 교실에서 함께 정한 주제라고 하더라도 관심 혹은 알고 있는 것이 없다가 시민의회라는 형식을 빌려 소통하면서 자기 생각이 정리되고 견해를 밝히면서 소통이 시작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충남 민주시민교육 조례 제정부터 순탄하지 않았지만, 모처럼 어렵게 시작한 충남 민주시민교육이 왜곡되지 않고 역할을 충실하게 감당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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