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특구에, 제초제 살포… 도대체 왜?
유기농 특구에, 제초제 살포… 도대체 왜?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4.30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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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홍동~장곡 609번 지방도 5㎞구간 ‘참변’
유기농 생산자들 ‘비상’… 인증 취소 등 우려
충남종합건설사업소 “작업 중지, 직접 피해 없다”
친환경유기농 특구로 지정된 홍동면 도로변 풀이 충남종합건설사업소가 살포한 제초제로 인해 누렇게 변해있다. 사진=주민 제공
친환경유기농 특구로 지정된 홍동면 도로변 풀이 충남종합건설사업소가 살포한 제초제로 인해 누렇게 변해있다. 주민 제공

유기농 특구에 제초제가 살포됐다.

이 ‘참변’이 발생한 곳은 홍성군 홍동면과 장곡면을 잇는 609번 지방도 약 5㎞ 구간 도로변. 이곳에 제초제가 살포되면서 이 지역 유기농 생산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도로를 관리하는 충남종합건설사업소가 친환경 유기농 생산단지가 모여 있는 지역의 특수성을 살피지 못해 발생한 사건이다.

28일 만난 홍성유기농영농조합 조대성 대표는 “귀농한 지 11년이 됐다. 그동안 사람이 예초기로 풀을 깎는 것은 봤어도 제초제를 뿌린 건 처음”이라며 “살포한 약품이 인근 농지로 날아 오면 유기농 생산자들에겐 치명적”이라고 하소연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제초제가 살포된 것은 4월 22일쯤이다. 지방도 609번 관리주체인 충남종합건설사업소가 도로변 잡풀 제거를 위해 작업한 것으로, 이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의 신고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은 홍동면행정복지센터도 즉각 제지에 나섰다고 한다.

홍동면과 장곡면의 친환경유기농 생산자들은 친환경 인증 취소로 발생할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609번 도로 인근 5000평 농지(장곡면 도산리)에 미니 단호박을 재배 중인 귀농 8년차 문형규 씨는 “인부들이 정밀하게 뿌리는 것이 아니라 도로와 가까운 곳은 제초제에 노출됐을 위험성이 큰데, 단 1필지라도 친환경 인증 요구조건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전체 필지 생산물의 친환경 인증이 취소된다”며 “제초제 살포는 충남종합건설사업소가 했더라도 친환경유기농 특구임을 내세우는 홍성군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홍동면 1800평 농지에 고구마를 재배 중인 홍성풀무채소영농조합법인 김중호 대표는 “1990년대부터 친환경 유기농을 시작한 후 제초제를 뿌린 건 처음 봤다”며 “요즘이 친환경인증 심사기간인데 심사위원들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도나 군이 친환경 메카로 소개하는 홍동면에서 어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따졌다.

충남종합건설사업소 송희진 주무관은 29일 내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마다 5월 예초작업 전에 도로 갓길 풀 제거에 제초제를 사용했고, 도로보수원들에게 유기농 농지를 피해서 하라고 지시한다”며 “이번 제초제 살포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아직까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주일 전쯤 홍동면에서 민원이 접수되자마자 홍동면 일원 제초제 살포를 즉시 중지시켰고, 2일 전쯤 장곡면에서 민원이 접수된 후 홍성군 전체 작업을 중지시켰다. 앞으로는 제초제 살포를 아예 하지 않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제초 및 예초 작업에 투입된 도로보수원은 사업소 직원이며, 2~3명이 한 팀을 이룬다. 사업소는 도로보수원의 실수로 일부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 조대성 대표는 지역농가들과 연합해 충남도에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우선 어떤 약품을 어느 정도 살포했는지, 살포된 구간은 어디인지 등을 파악한 후 피해 농가에 대한 사과와 보상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기로 했다.

조 대표는 “만일 비산돼 날아온 제초제가 유기농 생산물에서 검출되면 유기농 품질 인증기관에 그 책임이 해당 농가에 있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는 일은 오롯이 농민들의 몫”이라며 “도로는 도가 관리하고 농지는 군이 관리하는 이원화된 행정이 부른 참사다. 친환경 유기농 생산단지 관리와 관련한 공적인 논의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동면 주민들이 보내온 사진 속 도로변의 풀들이 누렇게 변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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