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화선지, 담백한 먹빛… “어머니의 선물이죠”
하얀 화선지, 담백한 먹빛… “어머니의 선물이죠”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4.30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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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들길 이윤희 문인화가
속동전망대 갤러리 짙은서 5월 1~15일 전시회
5월 1~15일 갤러리 짙은에서 문인화를 선보이는 이윤희 작가. 사진=노진호 기자
5월 1~15일 갤러리 짙은에서 문인화를 선보이는 이윤희 작가. 사진=노진호 기자

‘들길’은 마을에 들다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하략)

봄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김영랑 시인의 ‘오월’ 중 일부다. 바람과 햇빛, 바다 내음이 이랑 이랑거리는 천수만 한울마루 속동전망대 ‘갤러리 짙은(홍성군 서부면 남당항로 689)’에서 붉어지고 푸르러지는 봄의 아름다움을 품은 전시회가 열린다.

이윤희 작가 작품. 본인 제공
이윤희 작가 작품. 본인 제공

5월 1~15일 진행되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문인화를 그리는 ‘들길’ 이윤희 작가(66)다. 이 작가는 “문인화 하면 신사임당이나 사군자를 떠올릴지 모르지만, 내 작품은 조금 다르다”며 “기존 문인화에 나만의 ‘색’을 더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흰 화선지에 염색을 한 후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을 애용하고 있다.

이 작가와 문인화의 인연은 강산이 두 번 변한 것보다 더 오래 됐다. 하지만 그저 그 세월이 길다고 소중한 것은 아니다. 하늘로 떠난 어머니가 남겨준 선물이기에 더 값진 것이었다.

이 작가는 “오빠가 먼저 떠나고 안산에 살던 내가 어머니를 돌보게 됐다. 그런 이유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홍성에 오게 됐다”며 “당시 서예를 하고 있었는데 여기서도 해볼 수 없을까 해서 홍주문화회관을 찾았다가 문인화를 알게 됐다. 우병완 선생님께 배웠다. 참 고마운 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어머니는 2년 전 하늘로 가셨다. 그리고 얼마 후 동생도 그 곁으로 갔다. 너무 버거웠던 슬픔을 이겨낼 수 있던 건 그림 덕분”이라며 “수덕사 선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할 때였는데 ‘이 길을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수덕사는 어머니와 동생을 모신 곳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지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다가도 심란하면 꽃 한 송이라도 그린다. 어머니 덕에 만난 그림은 이제 내 삶의 전부라 해도 좋다”고 더했다.

이 작가는 한 6년쯤 공을 들여 2015년 ‘초대작가’가 됐다. 그는 “초대작가가 됐다고 뭔가 특별해진 것은 아니지만, 붓질을 정말 열심히 오래 했다는 게 내 장점”이라며 “개인전은 이번이 여덟 번째쯤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요양병원 등에서 재능기부도 하고, 1년에 한두 번 전시회를 연다. 최근엔 짬을 내 (사)한국미술협회 홍성지부 회원들과 하상주차장과 전통시장을 꾸며주고 있다.

담백한 ‘먹빛’으로 삶을 그려가고 있는 이윤희 작가의 꿈은 ‘지금처럼, 이대로’다. 그는 “난 예전부터 시골길과 들꽃이 좋았다. 그래서 내 아호(雅號)도 ‘들길’”이라며 “지금처럼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이 길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 길을 가다보니 좋은 인연들도 생긴다. 이번 전시를 하는 갤러리 짙은도 우연히 만난 인연”이라며 “이들과 동행하며 좋은 일도 더 하고 싶다”고 전했다.

‘들길’ 이윤희 작가는 5월 3~28일 예산군청 전시관에서도 전시회를 연다. 월간 서예문화 2020년 6월호에 실린 이 작가에 대한 글 중 일부로 마침표를 찍겠다.

“‘들길’의 작품에서는 어색함이나 거부감이 전혀 풍기지 않았다. 작가가 그려낸 삶의 진솔한 풍경이 마치 내 이웃의 일상적 삶의 모습인양 정답고 친밀하게 다가왔다” - 문종선 서예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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