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저도 행복했습니다”
고향을 위해, 아이들을 위해… “저도 행복했습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5.05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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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청운대 전예숙 교수
급식 관리 지원·다문화가정 교육 등 지역-대학 상생 앞장
2023년 2월 정년퇴임… “우리 음식 알리는 책 쓰고 싶다”

대학과 지역의 ‘상생’을 오랫동안 실천해온 교육자가 있다. 주인공은 바로 청운대학교(총장 이우종) 식품영양학과 전예숙 교수<사진>이다.

전예숙 교수는 30여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많은 인재를 배출한 것은 물론 지역의 영양‧위생 교육을 책임져왔고, 농·특산물을 활용해 지역경제도 돕고 있다. 그간 묵묵히 지역 교육자로서의 책임을 다 해온 전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다.

청운대 제공
청운대 제공

 

-‘지역상생’과 ‘바른 먹거리’를 위해 교내식당을 직영으로 전환했다는데.

“대기업 위탁운영은 본사의 제품만을 쓰기 때문에 지역에 돌아가는 이득도 없고, 단가 절감으로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자식 같은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데, 먹고 자는 것만큼은 잘 챙겨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지난해 식당운영관리위원장을 맡아 지역 기업과 손잡고 ‘유기농 특구’인 우리 지역 농산물을 수급해 운영하고 있다. 사실 개교 초창기에도 직영을 했었다. 당시 직접 시장을 돌며 좋은 식자재를 찾았고, 2000포기 김장을 담그기도 했다. 교직원의 85% 이상이 교내 식당을 이용했고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던 중 위암 수술로 휴직하게 됐고(1999년), 이후 위탁운영이 된 것이다.”

 

-홍성군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활동은.

“2014년부터 맡고 있다. 지역의 모든 어린이집에서 친환경 식자재를 사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당초 20인 이상 어린이집만 위생과 식단을 관리해주는 역할이었는데, 인원과 관계없이 지역 내 모든 어린이집과 아동센터를 포함하고 있다. 총 120여 곳이다.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고, 결국 지역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전국 모범사례로 꼽혔고 표창도 2번 받았다.”

 

-다문화가정 교육도 하고 있는데.

“농촌지역이라 국제결혼도 많고 외국인 노동자도 많다. 아무래도 한국음식은 잘 못하고, 집에만 있는 경우도 많아 답답할 것이다. 1년에 두 번씩은 다문화가정을 위한 요리교실을 열고 있다. 우리 대학 개교(1995년) 때부터 해온 일이다.”

 

-많은 활동의 시작점인 청운대 부임 계기는.

“모교 은사님의 제안을 뿌리치고 고향으로 왔다. 가치가 있는 곳,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과 지역민을 위해 이곳에 학교를 세운 초대 이사장님의 취지에도 공감했다. 지역의 아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지역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힘을 쏟고자 마음먹었다.”

 

-청운대에서의 뜻 깊은 일을 꼽는다면.

“학생들이 영양사, 조리사 자격증을 100% 취득하게 했다. 학교 급식이 활발히 시작될 때였기에 학교 영양사로 많이 취직할 수 있었고, 모두 영양교사로 승격됐다. 학교가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격증을 따고, 취직을 하고, 지역은 물론 국민의 영양관리와 위생관리에 보탬이 될 수 있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제자 중 최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급식 대통령’ 김민지 학생에 대한 기억은.

“야무지고 똘똘한 아이였다. 성적이 최고는 아니었지만(웃음). 내가 수업에 엄격한 편이라 지각도 봐주지 않았는데, 언젠가 조금 늦게 강의실에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 ‘교수님, 조금 늦었지만 열심히 수업 듣겠습니다!’라고 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김민지 GS그룹 사내 식당 총괄 매니저는 ‘자랑스러운 청운인상’을 수상했으며, 오는 17일 모교를 찾아 그 유명한 ‘랍스터 급식’을 선보이고, 특강도 할 예정이다.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청운대 교훈이 인의·예지·신애인 만큼 인성이 중요하다. 성실함과 규칙을 강조한다. 지각이나 결석, 레포트 마감 등을 지키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 미워서가 아니라 사회 진출에 앞선 훈련 과정이기 때문이다. 4년 동안 생활습관, 가치관, 사고훈련, 소통법 등이 준비돼야 한다.”

 

-2023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어떤 교수로 남고 싶은지.

“특별히 어떤 교수로 남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이다. 재능을 최대한 나누고 많은 사람들의 행복에 기여하고 싶다. 정직하고 바른 교수였다, 본분을 충실히 지켰다는 평가면 감사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리 음식을 알리는 책을 쓸 생각이다. 우리 식단은 채식이 많고, 삼면이 바다라 해산물이 풍부하다. 세계적인 트렌드와도 잘 맞다. 더불어 질병을 치료하는 음식으로써 건강에 어떤 도움이 되고 또 어떤 환자에게 좋은지도 소개하려고 한다.”

 

-끝으로 청운대와 함께한 소회를 전한다면.

“1996년 1월 부임해 2023년 2월 정년퇴임까지 2년여를 남겨두고 있는데, 고향에 학교를 세워주고 일할 기회를 준 혜전학원 재단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학교로 인해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들, 고운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모두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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