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사람… “그냥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고”

[인터뷰] 김기복 마음두레㈜ 가족지원실장 2016년부터 자살유가족 자조모임… “마음 털어놓고, 치유” 예상치 못한 이별… “이겨낼 수 없지만, 살아야 하니까요”

2021-09-13     노진호 기자

곧 추석이다. 명절은 가족과 집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내포뉴스는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어쩌면 조금은 낯선, 하지만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가족과 집’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 한다.

자살유가족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자살유가족 자조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마음두레 주식회사 김기복 가족지원실장(69)이다. 내포신도시에 있는 마음두레(대표 김도윤)에서 김기복 실장을 만난 건 8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김 실장이 자살유가족 자조모임에 참여하게 된 건 2016년 여름이다. 그는 “우리 모임에는 아산·대천·서산·보령·청양·홍성·예산 등지의 사람들이 와요. 전에는 한 달에 한 번 20명 정도가 모였죠”라며 “코로나 이후에는 전화로 안부를 묻고, 한두 분씩 따로 만나요”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모이면 서로 안부를 묻고, 새로 온 분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눠요. 그동안 어떻게 힘들었는지, 어떻게 서로를 도왔는지를 이야기 하죠”라며 “각자의 상황은 다 달라요. 그냥 마음을 털어놓고 서로 위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자살유가족 자조모임을 활동을 통해 당시 충청남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 있던 김도윤 대표를 알게 됐고, 올해 1월 생긴 마음두레를 통해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김 실장 역시 2015년 큰 아픔을 겪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녀가 하늘로 떠난 것이다. 그는 추적이던 그날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김 실장은 “손녀는 승마선수를 꿈꾸던 밝고 명랑한 아이였어요. 당시 고1이었죠. 기숙사에 있었는데 비 오던 그날 갑자기 집에 온다고 전화가 왔죠. ‘할머니 지금 버스 탔어’라고 했는데 기다려도 오지 않더라고요”라며 “두 시간쯤 지났을까 어떤 분들이 찾아왔어요. 형사들이었죠. 느낌이 저승사자 같았어요. 그런 건 상상도 못했던 남의 일이었는데, 순간 세상이 다 무의미 해졌죠”라고 회고했다.

유서도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극단적 선택의 이유도 알 수 없었다. 김 실장은 “왜 그랬을까하고 수없이 생각했죠. 내가 부족해서, 더 잘해주지 못해서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너무 힘들었어요”라면서도 “엄마도 없이 자란 손녀의 마지막 가는 길인 장례식만큼은 잘 해주려고 이를 악물고 버텼어요. 친구들이 정말 많이 와줬어요”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 실장은 손녀를 잃고 20일 만에 8㎏이나 빠졌다고 한다. 마음만큼 몸도 아팠다. 그는 “손녀가 외로울 것 같아서 따라가려고도 했어요. 그러다 자조모임을 알게 됐고, 그냥 여기 와서 많이 울었어요”라고 말했다.

슬픔 속에 있던 그는 금산의 한 노부부를 만난 후 한 번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아들을 잃은 분이었어요. 40대 초반이었던 그 분들의 아들은 사업 실패 후 낙향했다고 해요. 그러다 그 좌절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간 거죠. 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했다고 하시더군요. 어머니는 그 이후로 말을 잘 못하세요”라며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분들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고 여겼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마음두레 김도윤 대표님이 많이 도와줬어요. 그러면서 유가족 1대 1 상담을 시작하게 되고, 강의도 하게 된 것”이라고 보탰다.

김 실장은 “겪지 말아야 할 아픔을 겪은 많은 사람들이 자조모임을 통해 치유하고 있어요. 여긴 비난할 사람도, 뒷말할 사람도 없으니까. 그냥 같이 울고, 안아주고 그러니까…”라며 “정말 소중한 사람을 그렇게 떠나보낸 그 슬픔은 절대 이겨낼 수 없어요. 지워버릴 수도 없고.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하니까, 서로 힘이 돼 주는 거죠”라고 전했다. 이어 “새로운 가족이 생긴거죠. 빨리 다시 모였으면 좋겠어요”라고 더했다.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말했듯 각자의 슬픔은 다 다를 것이다. 김기복 실장에게 전해들은 자살유가족 자조모임의 사람들도 ‘공감(共感)’보다는 ‘공유(共有)’를 통해 스스로 치유하는 것 같았다.

끝으로 김 실장은 “뭔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을 본다면 그저 안아주고 함께 울어주세요. 어떤 말보다도 그게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