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분을 상징하는 초상사진의 의미
[칼럼] 신분을 상징하는 초상사진의 의미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6.2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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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현 청운대학교 교수

1839년 8월 19일 파리의 과학아카데미와 예술원에서 최초의 실용적인 사진술에 관한 설명을 발표했다. 이 발표는 근대 이미지 기록 방식에 결정적인 변화를 줬다. 그것은 루이 자크 망데 다게르가 공인된 세계 최초의 실용적인 사진법 발명자로 그의 이름을 따서 ‘다게레오타이프’라고 명명된 사진에 관한 연구였다.

이것이 오늘날 사진발명의 시초가 된 것이다. 이 매혹적인 도구에 매료돼 이 새로운 도구를 갖고 직업적으로 초상사진을 제작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사진 탄생 초기에는 모델에게 매우 엄격한 자기 통제를 요구하는 고문과도 같은 인내심이 필요했다. 오랜 노출시간 때문에 초상화 사진 1장을 얻기 위해선 카메라 앞에서 몇 분 동안 움직이지 않고 포즈를 취해야 했던 것이다.

18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진을 소유한다는 것과 사진을 본다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중산층의 자의식은 점점 강해졌고, 그들은 사진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1849년 파리에서만 10만장의 다게레오 타입 인물사진이 만들어졌다. 이것은 당시 인구대비로 볼 때 엄청난 숫자였다. 또 상업화의 과정에서 사진은 예술로, 값비싼 제품으로서의 위상이 확립됐다.

다윈은 1872년 발표한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The Expression of the Emotions in Man and Animals)’이란 책에서 여러 동물과 인간의 표정을 사진으로 제시한 후 “인간에게 감정과 연민은 보편적인 것으로, 우리 인간 종(種)이 자연스레 선택해온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모습을 직접 기록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담긴 사진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과 자기 존재의 증명 즉 정체성(Identity)을 찾고자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

알프레드 뒤러(Albrecht Durer)는 초상사진에서 여러 분위기와 자세로 자아의식을 표현했다. 그뿐 아니라 현실의 자기모습 재현이 아닌 자기가 표현하고 싶은 모습도 표현했다. 이러한 방법은 자아탐구의 새로운 방향이며,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에 대한 욕망을 동시에 표현한 초상사진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얼굴은 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의 모습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내 모습을 의미한다. 내 것이지만 완전히 내 것은 아닌, 혼자 있을 때 얼굴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얼굴은 내가 속한 집단과 나의 주관성이 만나는 곳이다. 내 사회적 환경이 내게 부여하는 역할과 표지가 얼굴에 새겨진다. 얼굴은 내게 씌우는 가면이자 내 개성이 담긴 정신의 입구이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Emmanurl Levinas)에 의하면 ‘얼굴은 말한다’. 얼굴을 통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구축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얼굴이 내게 건네는 첫 마디는 ‘죽이지 말라’는 엄중한 명령이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는 것과 동시에 그 사람을 통해 본질 즉 우리안의 인간성을 구현하는 ‘얼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다. 얼굴과 사회적 관계는 존엄함 명령 혹은 가면이도 하다.

장례식장에 걸려있는 영정사진은 얼굴과 죽음의 그리스 신화에서 ‘죽음’을 의인화(擬人化)한 신(타나토스)의 장소이다. 영정사진을 볼 때 우리의 기억에 의해 만들어지고 고정된 ‘죽은 사람들’이다. 과거에 얼굴 죽음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다. 즉 결국 죽을 수밖에, 늙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얼굴에서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라는 뜻의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를 마주치기 때문이다.

영정사진은 이별, 죽음, 기억, 소멸을 전제로 한다. 또 사진에는 영원한 젊음이 담겨 있다. 사진은 영원히 젊게 보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얼굴의 동질성이 가장 뜨겁게 묻어 나오고, 자기만이 특징이 가장 잘 나타나는 사진이 바로 영정사진이다.

초상사진은 이미지화된 자신과 사회적 신분을 나타낸다. 지금은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서 다양한 수단으로 존재한다. 자신을 세상에 표현하는 중요한 소통 수단이며, 외부와 소통을 통해 고립감을 해소하며 자기애를 통한 치유의 수단이며, 자신의 욕망과 상상을 채워주고 해소의 수단이자 이러한 결과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유희의 수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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