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만난 ‘소리’… “홍성에 알리고, 홍성을 알리고”
운명처럼 만난 ‘소리’… “홍성에 알리고, 홍성을 알리고”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7.0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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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숙 홍성국악원장, 최영 장군 시조로 만든 ‘녹이상제’ 선봬
서른여덟 판소리 입문, 오십엔 국악과 졸업… “매력 차고 넘쳐”
10월 2일 정기발표회도 예정… “김좌진·한용운 곡도 준비中”
지난 3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최영 장군 - 녹이상제 살지게 먹여’ 공연 장면. 홍성국악원 제공
지난 3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최영 장군 - 녹이상제 살지게 먹여’ 공연 장면. 홍성국악원 제공

지난 3일 홍주문화회관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공연이 있었다. (사)소리너울이 홍성의 역사인물인 최영 장군의 시조에 곡을 붙인 ‘녹이상제’를 처음 선보인 날이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한 최영 장군의 시조는 이렇다. ‘녹이상제(綠耳霜蹄) 살지게 먹여 시냇물에 씻겨 타고/ 용천설악(龍泉雪鍔) 들게 갈아 둘러메고/ 장부의 위국충절(爲國忠節)을 세워볼까 하노라’ 여기서 녹이상제는 명마를, 용천설악은 보검을 뜻한다.

이번에 ‘녹이상제’를 초연한 소리너울은 홍성국악원의 한 파트다. 공연 이틀 후인 지난 5일 임기숙 원장(52)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임 원장은 “우리의 소리와 역사인물을 함께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최영 장군의 시조를 알게 됐고, 전주에 계신 스승님(유경수)에게 곡을 의뢰했다”며 “스승님도 최영 장군의 기상을 표현하려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했다. 그 결과 좋은 곡이 나왔고, 올해 초 홍성군 공모에 선정돼 공연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스승님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라고 반주용 녹음까지 허락하셨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보탰다.

홍성국악원 임기숙 원장. 홍성국악원 제공
홍성국악원 임기숙 원장. 홍성국악원 제공

홍성국악원은 2019년 8월 정식 출범했다. 하지만 임 원장의 우리 소리를 알리기 위한 노력은 그보다 더 오래됐다.

임 원장은 “내가 운영하던 유럽커텐 2층을 사무실로 쓰다 지금 자리(홍성군 홍성읍 문화로72번길 73-8 2층)로 이사하며 정식 출범하게 된 것”이라며 “홍성에 사물놀이는 좀 퍼져 있었지만 판소리와 민요는 거의 불모지였다. 내 고향에 우리 소리를 제대로 알리려 점차 체계화하고 규모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국악원은 현재 25명 정도의 회원이 있다. 이들은 고참반과 기초반으로 나뉘는데 지금은 80% 정도가 ‘고참반’이다.

홍성국악원 안에는 △소리너울(민요) △소리타(사물놀이·설장구놀이) △울림소리(퓨전: 장구·북난타, 트로트) △가야소리(가야금 병창) 등 4개의 소그룹이 있다.

임 원장은 “처음엔 주로 장구난타로 시작해 소리에 눈을 뜨게 되면 가야금 병창이나 민요를 하게 된다”며 “연습공간은 늘 열려 있다. 월·화·금요일은 내가 수업을 한다. 다른 건 다 내가 가르치고, 사물놀이만 대전에서 선생님이 오신다”고 말했다. 이어 “꿈나무 6명도 육성 중이다. 모두 초등학생들인데 주1회 이곳을 찾는다”고 더했다.

임 원장의 열정은 대단했다. 그는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 지금도 경기민요나 가야금 병창 레슨을 받으러 다닌다. 또 지천명(知天命)에 전주 우석대 국악과를 졸업하기도 했다.

임 원장은 “판소리 입문은 서른여덟 때의 일이다. 중학교 때 사물놀이반 활동을 하긴 했지만 제대로 시작한 건 그때”라며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판소리 선생님을 찾아 전주까지 갔다. 1년은 그냥 지켜만 봤는데 선생님이 같이 해보라고 권했다. 그렇게 빠져든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처음엔 그냥 딸만 시키려 했는데 우리 소리의 매력이 있었다. 쉬워보여도 막상 해보면 어렵고, 도저히 못할 것 같아도 조금씩 나아진다. 그러다 원하는 소리나 장단이 나오면 엄청 기쁘다. 사실 지금도 어렵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고향에 우리 소리를 알리기 위한 그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미 ‘계획’이 다 있었다.

임 원장은 “최영 장군의 시조를 활용한 ‘녹이상제’를 역사인물축제 등 지역축제에서 선보이면 좋을 것 같다. 홍성을 대표하는 노래가 되길 바란다”며 “김좌진 장군과 한용운 선생에 대한 곡도 준비 중이다. 1년에 한 분씩이라도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0월 2일에 네 번째 정기발표회를 열 예정이다. 쉽지 않겠지만 1년에 한 번씩은 정기공연을 하고 싶다”며 “코로나19가 오기 전에는 장수원 같은 곳에서 위문공연을 했는데 지금은 중단됐다. 일단 그런 것부터 다시 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전했다.

지난 3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최영 장군 - 녹이상제 살지게 먹여’ 공연 장면. 홍성국악원 제공
지난 3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최영 장군 - 녹이상제 살지게 먹여’ 공연 장면. 홍성국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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