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팬데믹 너머로
[칼럼] 팬데믹 너머로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7.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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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사)한국음악협회 예산군지부장

뇌 과학자이자 심리학자인 미국 다트머스대학 폴 왈렌(Paul J. Whalen)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뇌에서 새로운 학습이나 감정 정보를 처리하는 편도체(amygdala)가 형성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17/1000초라고 한다. 그렇게 생성되는 것이 ‘첫인상’(first impression)이다.

오늘이 바로 필자가 독자들에게 첫인상을 주는 순간이다. 첫인상은 처음 대하는 상대를 평가하는 일차적 요소이기 때문에 다소 중압감을 느끼며 시작한다. 뱃사공을 홀려 배가 침몰하는 것도 모르게 만든 로렐라이의 노래 같이 빨아들이는 어휘력과 문장력을 갖춘 글쟁이들이 부럽기만 하다. 미려하지 못한 글에 ‘좋아요(like it)’는 크게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예술의 미적 측면에서 더 나아가 ‘문화예술경영’과 ‘예술행정’에 몸담았던 경험으로 문화의 다양성과 사회적 가치로서의 예술을 사회 전반의 이슈와 살아가는 이야기에 접목해 써나가고자 한다.

서두를 ‘인상’으로 열었다. 미술사조 중 인상주의(impressionism·印象主義)가 있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일어난 근대 미술 사조다. 이 용어는 모네(Claude Monet)가 그린 ‘인상, 해돋이’(1872)를 본 비평가들이 스케치처럼 미완성품이라고 비난하는 의미에서 사용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야외에서 자연이 주는 순간의 느낌을 포착해 빠르게 그려냈다. 그렇게 기획이나 선입견 없이 눈에 보이는 대로의 인상을 포착해 그렸으니 그림이 매우 거칠 수밖에 없었다. 필자도 그러하리라.

인상주의 화가들 중 우리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화가는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가 아닐까 싶다. 그의 그림들은 화사하고 화려하고 밝고 아름답다. 그의 대표작 중 많은 풍차 방앗간과 프랑스 전통 빵 갈레트를 만들어 팔던 곳을 배경으로 1876년에 완성한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Moulin de la Galette)가 있다. 지난해 1월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마스크가 신체의 일부이자 패션이 됐을 뿐 아니라 4인 이상 모임도 금지되는 지금 우리의 처지에서 보면 그 작품 속 인물들은 너무나 여유롭고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림 속에 반전이 있다.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 프랑스는 프로이센과의 전쟁(보불전쟁)에서 패전했고, 사람들은 지배계급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된 파리코뮌의 상처를 앓고 있었다. 결코 행복할 수 없었던 때에 그는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아마도 그렇게 함으로써 당장의 아픔을 극복해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이제 완연한 여름이다. 취업포털 플랫폼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휴가를 보내는 방법으로 ‘쉼’을 선택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이에 필자는 휴가지에서든, 집에서 독서를 하든, 그 ‘쉼’에 한층 더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음악을 추천하고자한다.

미국의 유명한 재즈 작곡가 조지 거쉰(George Gershwin)의 재즈 오페라 작품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 중 1막에서 서곡이 끝나고 등장하는 ‘썸머 타임’(Summer Time)이다. 이 노래는 어부 제이크(Jake)의 아내 클라라(Clara)가 젖먹이 아기를 재우며 행복에 겨운 표정으로 부르는 노래지만, 사실 노예생활의 반어적 표현으로서 슬픔을 풍자한 것이다.

그림을 통해 행복한 모습으로 현실을 승화시키려했던 르누아르처럼, 노예생활의 슬픔을 노래로 풍자한 ‘썸머 타임’처럼. 팬데믹의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권해본다. 팬데믹 이전의 ‘벨 에포크’를 그리워하며 재즈 음악에 몸을 맡겨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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