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공장 옆 정육식당… “더 맛있고, 더 새롭게”
육가공공장 옆 정육식당… “더 맛있고, 더 새롭게”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7.29 1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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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게] 한돈·한우 전문점, 순만(純滿)
홍성군 금마면에… 박순민 대표 “신선한 고기 저렴하게”
부친 육가공공장 곁에… “직영관리 방식 매장 확장 계획”
음악·그림도 그곳에… “재즈·추상화 맛있게 즐겨보시길”
한돈한우 전문식당 '순만' 박순민 대표, 그는 부친이 운영하는 육가공공장 옆에 정육식당을 지난 6월에 오픈했다. 이 덕분에 순만은 신선한 고기를 저렴한 가격으로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을 확보했다. 사진=황동환 기자
한돈·한우 전문식당 ‘순만’ 박순민 대표, 그는 부친이 운영하는 육가공공장 옆에 정육식당을 지난 6월에 오픈했다. 사진=황동환 기자

식당 입구 쪽 정육 코너에서 고기를 골라 바로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정육식당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런데 이들 식당 중 아예 육가공공장을 옆에 두고 있는 정육식당은 얼마나 될까?

하루에 도축량 400마리를 가공할 수 있는 규모의 ㈜조은푸드육가공 회사를 곁에 두고 있는 한우·한돈 전문점 ‘순만(純滿)’이 지난 6월 홍성군 금마면에서 개업했다. 육가공회사 박종복 대표(58)와 ‘순만’ 박순민 대표(31)는 부자지간이다. 박순민 대표가 젊은 나이에 식당운영을 맡게 된 것은 부친의 권유도 있었지만, 스스로의 선택이기도 했다.

박 대표는 고향인 천안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후 부친의 회사 일을 돕기 위해 육가공공장에 취직했다가 ‘언제까지 아버지 밑에서 일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어 식당 운영을 배울 목적으로 서울로 향했다고 한다. 그의 표현대로 “밑바닥까지 경험해보겠다”는 각오로 서울에 있는 식당에서 경험을 쌓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마침 식당 부지를 인수하고 운영자를 찾던 부친이 박 대표에게 “식당을 직접 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권유했다고 한다.

한우·한돈 전문점 ‘순만’은 바로 옆 육가공공장 덕분에 다른 정육식당과는 차별화된 강점을 갖게 됐다. 그는 “좋은 고기, 신선한 고기를 저렴하고 신속히 공급할 수 있다는 점, 문제 발생 시 바로 반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순만’의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이런 이점에 더해 스스로 세운 식당 운영 원칙을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최고의 서비스와 좋은 고기를 제공하고 있다.

박 대표는 “보통 식당들이 시간이 지나면 맛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데, 우리는 그 맛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점점 그 맛이 좋아져야 한다는 나름의 원칙을 정립했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하루 평균 매출 500만원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우리끼리 만든 말로 ‘존·배·청’이라고 해 ‘존중·배려·청결’을 식당 운영의 원칙으로 정했고, 음식재활용 금지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 기존 맛 유지에 급급해하기 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 ‘순만’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말했다.

그는 식당 이름 ‘순만’에 대해 “서울의 유명한 고깃집 ‘몽탄’에서 영감을 얻어 두 글자 이름을 찾던 중 직원 투표를 통해 정했다”며 “‘순수함으로 가득 차다’는 의미가 저희 매장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잘 맞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32개 테이블에 한 번에 130여명이 식사가 가능한 ‘순만’은 개업 초반이지만 하루 평균 매출이 주말(금·토·일)엔 300만원, 평일엔 230만원 정도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발길이 줄긴 했지만,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 순간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힘든 상황을 견디고 있다”는 박 대표는 ‘순만’을 발판삼아 육가공공장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식재료를 활용해 ‘브랜드화’한 직영관리 방식의 매장 확장 계획도 들려줬다. 또 자신의 휴대폰 안에 저장해 놓은 100여가지의 레시피들을 조합해 탄생시킨 메뉴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학원에서 요리를 배우진 않았다. 오직 현장 경험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박 대표는 음악에 대한 남다른 재주도 있었다. 그의 자작곡이라는 재즈 음악이 귀에 닿는 순간, 식당 문을 들어섰을 때 잔잔히 울리고 있던 재즈 선율이 우연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남다른 관심이 있다. 이 두 분야 역시 독학으로 쌓은 실력이다.

박 대표는 직접 만든 음악을 들으면서 ‘순만’의 요리를 음미하고 또 직접 그린 그림을 감상하는 손님들에게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추상화와 재즈가 함께하는 한돈·한우 전문 식당 ‘순만’, 새롭고 특별한 이 식당이 행운처럼 우리 가까이에 있다.

'순만' 식당 전경. 그 옆에 (주)조은푸드육가공 회사가 자리하고 있다. 정육점이 있는 식당은 많지만 아예 육가공공장을 옆에 두고 영업하는 '순만'과 같은 식당은 드문 경우다. 사진=황동환 기자
'순만' 식당 옆에 ㈜조은푸드육가공 회사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32개 테이블에 한 번에 130명이 식사할 수 있는 '순만'의 한 테이블 위에 놓여져 ㅊ있는 메뉴판. 여느 정육식당과 달리 양주가 주류메뉴에 포함돼 있는 점이 특이하다. 사진=황동환 기자
‘순만’의 한 테이블 위 메뉴판. 여느 정육식당과 달리 양주가 주류메뉴에 포함돼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진=황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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