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홍성군의회… 군민은 알고 싶다!
베일에 싸인 홍성군의회… 군민은 알고 싶다!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08.02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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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선거 비공개 고수… “다수 의원 원해”
지방자치법 등엔 ‘공개’ 규정… “의혹 자초”
선출 방식도 문제… “정견 발표 등 거쳐야”
홍성군의회는 제279회 임시회 개막식 날인 지난달 21일, 의장불신임안을 처리하기 위해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본회의장 출입을 통제한 채 방청·방송·언론취재를 제한했다. 사진=황동환 기자
홍성군의회는 제279회 임시회 첫날인 지난달 21일, 의장불신임안을 처리하기 위해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고 본회의장 출입을 통제했다. 사진=황동환 기자

대의기관인 군의회는 군민들을 대신해 군정 운영의 잘잘못을 살피고, 군민들의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일이 없도록 집행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사한다. 또 지역 여론을 수렴해 대안을 제시하고, 조례 제정 등의 입법권도 갖고 있다.

이처럼 군민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만큼, 지방자치법은 군의회의 의정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홍성군의회의 경우 정례회나 임시회, 주요 사업장 방문 등은 대체로 공개하지만 의장 선거만은 ‘비공개’다.

현재 홍성군의장 선출은 이른바 교황 선출 방식을 따라 의원 11명 모두가 후보가 된다. 회의규칙에 따르면 의장과 부의장은 의회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하되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 득표로 결정된다. 각 상임위원회는 소속 의원을 결정한 후 소속 의원이 각 상임위원장 후보가 돼 11명 의원들의 투표로 선출한다. 이 과정도 ‘비공개’로 진행된다.

언론취재까지 제한하다보니 의장이나 부의장, 각 상임위원장이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 군민들은 알 길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책대결이 아닌 다선·친분에 의해 선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상위법령인 지방자치법 제65조는 지방의회 회의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지방의회운영 가이드북’에도 지방의회에서 진행되는 모든 회의과정 즉 의사(議事)는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돼 있다. 이 책은 투명성 확보로 의회의 정책결정 과정을 주민이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방청의 자유 △보도의 자유 △회의록 공개를 원칙으로 제시했다.

다만 의원 3명 이상이 발의하고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한 경우 또는 사회 안녕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비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홍성군의회 ‘비공개’의 주요 근거다.

의회운영위원장 이병국 의원은 “의장 선거의 비공개는 의원들이 다수결로 결정한 것이고, 다른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다만 이번 의장선거는 그다지 보기 좋은 상황이 아니라 공개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 다수의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김종신 의회전문위원과 공필재 의정홍보팀장도 “지방자치법 제65조 규정에 근거해 공개할 수도 있고 비공개할 수도 있는데, 비공개는 부의장과 의원들이 결정한 것”이라고 보탰다.

하지만 의장선거 비공개는 지방자치제 취지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홍성군의회가 ‘윤용관 의장 사태’에도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홍성YMCA 유재중 이사장은 “그들은 선출직 의원들이고 의장을 뽑는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것은 지방자치의 취지와 역행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의장선거 과정에서 상습도박 전력이 있는 의원의 자격 문제가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의회가 집행부를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점을 생각하면 도덕적 자질·리더십 등을 갖춘 의장이 선출되는지 검증할 수 있도록 선거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근 전 홍성군의장은 “비공개로 해야 할 뚜렷한 근거와 명분도 없는데 관례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다. 비공개로 인한 밀실회의, 담합 등의 불필요한 의혹을 제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장선거는 공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 최승천 회장은 “지금 윤용관 의장 문제로 홍역을 치루고 있는데, 만일 지난해 의장선거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지금과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군민들이 원한다면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사전 후보접수와 함께 정견발표 과정을 거친 후 투표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은 예전에도 제기된 바 있다. 실례로 전남지역은 순천·목포·여수시와 곡성·화순·영암·장성군 등 7개 시·군의회가 교황선출식이 아닌 후보등록 방식으로 의장단을 구성하고 있다.

홍성군의회는 의장불신임안 가결로 궐위된 제8대 홍성군의회 후반기 의장의 잔여임기를 수행할 신임 의장을 지난달 30일 임시회 폐회식 중 비공개 무기명투표를 통해 선출했다. “다수의 의원들이 원하고 있다”는 것 외에 뚜렷한 근거와 명분도 없는 비공개 선거다.

대의기관인 군의회가 군민의 알권리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군민의 지적을 귓등으로 듣는다는 비판에 대해 고심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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