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는 배추 셀 때나… 명동상가는 ‘진화中’
‘포기’는 배추 셀 때나… 명동상가는 ‘진화中’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8.02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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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 갤러리·체육관 등 조성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도… 상인회 “2년 연장 도전”
서울 명동 견줘 붙은 이름… “우리 변화, 전국 주목”
홍성 명동상가 상인회 김병태 회장이 ‘홍홍체육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 명동상가 상인회 김병태 회장이 ‘홍홍체육관’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코로나의 시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지역경제가 어렵다는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많이 걱정해주고, 각종 지원책이 나오지만 그런 걸로 다 해결되긴 힘들다. 홍성 명동상가 상인회(회장 김병태)는 팬데믹 속에서 그리고 내포신도시 조성과 군청사 이전 등 달라지는 대내·외 여건 속에서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에어컨이 은인(恩人)처럼 느껴졌던 7월 29일, 명동상가를 찾았다.

이날 명동상가를 찾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이다. 우연히 ‘홍홍갤러리’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고, 기억에 남아있던 ‘리어카 데이’ 등의 이벤트와 겹쳐지며 명동상가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은 행정안전부 공모사업 선정의 결과로 지난 6월 9일 개소식을 가졌다. 상인회 김병태 회장은 “빈점포를 잘 꾸며놓으면 새 주인을 찾기가 더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그런 곳을 사람들이 찾고 싶은 장소로 만들어 고객 유입을 늘리겠다는 뜻도 담겼다”며 “명동상가가 지역민을 위한 곳이 되고, 또 그곳을 찾은 김에 쇼핑도 하게 되고… 이래저래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홍성 명동상가 네 곳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 명동상가 네 곳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 사진=노진호 기자

이 프로그램을 소개하면, 첫째는 지역작가들이나 학생들에게 전시 장소를 제공하는 ‘홍홍갤러리’다. 취재 당일에는 디자인 UFO 입시미술학원 학생들의 전시회가 진행되고 있었다(7월 17일~8월 1일). 다음 전시는 8월 17~30일 김성무 작가의 사진전 ‘홍성에 머물다’로 이어진다.

두 번째는 체험형 프로그램인 ‘홍홍뚝딱클럽’이다. 7월에는 테라리움, 소원매듭팔찌, 라탄바구니 등의 수업이 진행됐으며, 8월에는 압화, 시나몬캔들, 실버반지 등이 예정돼 있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에서 ‘홍홍뚝딱클럽’ 친구등록 후 신청하면 참여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최소한의 재료비만 받고 있다. 그 돈은 홍성군에 기부할 방침”이라며 “재료비를 받는 것도 코로나19로 인원이 제한된 상황이라 ‘노쇼’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누구나 시원한 실내에서 탁구와 농구를 즐길 수 있는 ‘홍홍체육관’이다. 상인회는 시설물을 조금만 더 아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누구나 지역 농특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홍홍상회’와 녹색 공간에서 쉬어갈 수 있는 ‘홍홍가든’이다.

명동분식과 조양문 실내포차 인근에 있는 ‘홍홍쌀라’와 ‘홍라운지’도 빼놓을 수 없다. 바다를 테마로 한 홍홍쌀라는 오후 4~10시 머리끝까지 짜릿한 생맥주를 마실 수 있는 호프집으로 변신한다. 이곳 수익금 역시 임대료만 빼고 기부할 예정이다. 홍홍쌀라 위층 홍라운지는 회의, 독서 등 다목적 공간이다. 특히 이곳 창가엔 함석지붕을 달아놓아 비 오는 날의 운치를 예약해놓고 있었다.

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은 2020년 7월 14일 선정돼 올해 연말까지 진행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문화관광형 시장 공모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이 사업을 통해 마련된 게 ‘리어카 데이, 할로윈 데이, 크리스마스 같이 삽시다’ 등의 이벤트다.

김 회장은 “가장 최근(6월 25~26일)에 진행됐던 리어카 데이는 전통시장·특산물과의 콜라보였다. 리어카도 10대나 추가해 30개를 운영했다”며 “이런 이벤트는 시즌별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준비한다. 연중 운영하길 원하는 분들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명동상가 상인회의 노력은 사실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2004년 명동상가 번영회로 출발한 상인회는 2006년 상인회로 개명한 후 선로 지중화, 가로등 설치, 특화 테마거리 조성, 주차 환경 개선 등의 사업을 이어왔다. 특히 2020년 스마트시범상가 사업을 통해 명동상가 내 매장과 주변 관광지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가 CNA와 동해루, 디어베이비, 나이키 등 4곳에 설치됐다.

‘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을 취재하면서 상인회가 걱정한 건 ‘빈점포’만 부각되는 것이었다. 언제부턴가 명동상가가 그저 쇠락해가는 곳으로만 비춰지는 것 같다는 불만이었다. 명동상가 점포는 총 245개이며, 현재 빈 곳은 54개다.

상인회 박옥란 매니저는 “코로나19가 터지고, 시급은 올라가고, 물론 우리도 힘들다. 하지만 명동상가의 빈점포 비율은 타 지역보다 낮다. 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 등 우리의 노력은 여러 곳에서 주목하고 있다”며 “어렵다고만 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잘 살아보려는 노력을 봐줬으면 좋겠다. 그런 걸 응원해주고 더 많이 찾아주시면 된다”고 당부했다.

상인회는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도전을 진행 중이다.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의 2년 연장이 그것이다. 김 회장은 “12월쯤 결정된다.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며 “공모를 통해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상인들의 노력도 더할 것이다. 그럼 좋아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홍성군은 1970년대 충남 서해안권의 중심이었고, 그만큼 상권도 컸다. 당시 서울 명동을 다녀온 사람들이 ‘여기도 명동 못지않다’고 한 데서 ‘명동상가’란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여러분이 함께해준다면, 홍성의 거리백화점은 ‘옛 명성’을 곧 되찾을 것이다.

홍성 명동상가 상인회의 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홍홍갤러리’.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 명동상가 상인회의 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 중 하나인 ‘홍홍갤러리’.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 명동상가 상인회의 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 중 ‘홍홍뚝딱클럽’에 서 있는 김병태 회장.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 명동상가 상인회의 빈점포 활성화 프로그램 중 ‘홍홍뚝딱클럽’에 서 있는 김병태 회장. 사진=노진호 기자
오후 4시부터 호프집으로 변신하는 ‘홍홍쌀라’. 사진=노진호 기자
오후 4시부터 호프집으로 변신하는 ‘홍홍쌀라’. 사진=노진호 기자
홍홍쌀라 위층에 마련된 홍라운지. 사진=노진호 기자
홍홍쌀라 위층에 마련된 홍라운지.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 명동상가는 벽화로 더 밝아졌다. 사진은 1978년도 모습.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 명동상가는 벽화로 더 밝아졌다. 사진은 1978년도 모습. 사진=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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