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 틱, 따돌림… “이젠 행복할 게요”
콤플렉스, 틱, 따돌림… “이젠 행복할 게요”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8.19 14: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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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동행] 찬미의 ‘미소’
내포뉴스-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연간기획
또래 관계·건강 문제… 중1때 상담·지원 시작
고1때 자퇴 후 검정고시 합격… “상담사가 꿈”

내포뉴스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오는 11월까지 ‘동행(同行)’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연간기획 제목 ‘동행’에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내포뉴스, 지역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편집자 주

지난해 자퇴 후 검정고시에 합격, 새로운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찬미를 17일 행복나무심리상담센터에서 만났다.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해 자퇴 후 검정고시에 합격, 새로운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찬미를 17일 행복나무심리상담센터에서 만났다. 사진=노진호 기자

‘콤플렉스(complex)’는 행동이나 지각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의 감정적 관념을 말한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콤플렉스가 있다고 하며, 그 범위는 개인적인 것부터 사회와 국가적인 것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이처럼 ‘콤플렉스’는 누구나 풀어가야 할 숙제일 뿐이지, 행복을 가로막는,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내포뉴스 연간기획 ‘동행’의 일곱 번째 주인공은 스스로의 노력과 주위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이다.

이번에 ‘동행’하게 된 정찬미(17)란 아이를 만나기로 한 곳은 홍성군 홍성읍 홍남삼거리에 있는 행복나무심리상담센터(문화로 80번길59 2층·☎041-634-3601)였다. 찬미와의 대화에 앞서 오랫동안 찬미를 보아온 지의신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이곳을 운영하며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일도 돕고 있다고 한다.

지 센터장은 “찬미가 중1 때 처음 알게 됐다. 당시 찬미는 또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다수의 틱(tic) 장애도 있었다. 또 건강도 좋지 못했다”며 “복합적인 문제로 인해 학교 수학여행이나 야유회도 참여하지 못했다. 지속적인 상담과 지원을 통해 나아졌지만, 이후 고교 적응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자퇴했고, 지난해 가을 다시 만나게 됐다”고 소개했다.

지 센터장과의 짧은 대화 후 찬미와 마주했다. 첫인상은 예상과 달랐다.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밝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찬미는 충북 청주와 대전 등에서 살다가 초등학교 4학년 겨울에 홍성으로 왔다고 한다. 집안 사정도 꽤 복잡해 주로 엄마와 둘이 지냈다고 한다.

찬미는 “전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고, 건강도 안 좋았어요. 그래서인지 ‘은따(한 집단 안에서 특정 사람을 은근히 떼어 멀리하는 일)’도 당했고요”라며 “‘틱’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이 이상하게 보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많이 좋아졌죠”라고 말했다. 이어 “중1때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처음 갔고 한 1년쯤 다녔어요. 많은 도움을 받았죠. 이후 고등학교에 갔는데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했어요. 그래서 적응이 더 힘들어진 것 같아요”라고 보탰다.

찬미에게 ‘학교’의 의미를 묻자 “너무 힘들었어요. 그냥 ‘감옥’ 같았어요”라고 답했다. 찬미는 고교 1학년이었던 지난해 7월 자퇴를 선택했다. 이후 홍성군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센터장 조현정)의 도움을 받았고, 생각보다 훨씬 빠른 올해 4월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찬미에게 지금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집이 좀 힘들어요. 이래저래 복잡한 상황이죠. 그래서 빨리 자리를 잡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행복’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찬미는 “일곱 살 전”이라며 “그때 틱이 생겼어요. 그래서 그 전이 행복했던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자퇴를 한 후도 좋아요. 지금은 수능을 준비 중이에요”라고 더했다.

‘감옥’같던 학교생활이지만, 찬미는 중학교 시절 정말 소중한 친구 두 명을 얻었고, 꾸준히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 또 뜻밖의 ‘소울메이트’도 있었다. 그는 “엄마가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분의 딸이 있는데 집이 가까워요. 자주 만나 대화를 나누죠”라며 “초등학교 5학년이라 나이 차는 좀 나지만, 그 애가 워낙 조숙해요”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그냥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센터 상담도 그래서 큰 도움이 됐고요”라고 보탰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다. 찬미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해 아이들을 돕는 상담을 하고 싶어요”라며 “다이어트도 목표 중 하나죠. 단기가 될지 장기가 될진 모르겠지만요”라고 귀띔했다. ‘10년 후’의 모습에 대해서도 물으니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주변에 사람도 많고. 그랬으면 좋겠어요”라고 답했다.

끝으로 찬미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를 친구들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겪어보니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찬미와의 만남을 끝내고 나오는 길 지의신 센터장이 준 자료에는 이 같은 문구가 있었다. ‘굳어있던 내담자의 얼굴이 빙그레 웃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뿌듯했습니다.’ 찬미는 아직 숙제가 많이 남았다. 하지만 대화 중간 슬며시 보여준 미소를 보며 조금은 안심하게 됐다. 아마도 찬미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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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주민 2021-08-19 17:50:57
"‘콤플렉스’는 누구나 풀어가야 할 숙제일 뿐이지, 행복을 가로막는,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런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