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소농, 기후위기시대의 파수꾼
[칼럼] 소농, 기후위기시대의 파수꾼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8.30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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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우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농부)

곡식이 익어가는 처서에 때 아닌 가을장마가 들이닥쳤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나날이 기승을 부리는 들짐승과 병해충 등 자연은 어느새 까다로운 농사파트너로 변했다. 비교적 수월했던 농사일도 해마다 어려워진다.

지난 9일 탄소중립위원회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농축수산 분야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 대비 31.2~37.7% 감축해야 한다. 우리 농촌은 계획을 실현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가을장마와 탄소중립. 서로 관계없이 보이는 두 단어는 개별 농지에서 어떻게 농사를 지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2015년 파리에서 기후정상회의가 열렸다. 당시 프랑스 농무부장관은 ‘1000분의 4’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전 세계 토양의 탄소 함량을 해마다 0.4%씩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기존 농사법을 유기농법(저탄소농법, 보전농법)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유기농 특구인 홍성에서조차 관행 농사보다 품이 많이 들어 고달프고, 돈 안 되는 유기농을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 농촌에서는 고령화와 규모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다. 많은 고령 농민들이 조만간 농사현장에서 은퇴하게 될 것이다. 한편에선 수익성을 위해 농지의 기계화와 규모화가 이뤄진다. 베테랑 농민이 은퇴한 자리를 기계와 외국인노동자 그리고 단일환금작물이 채우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소농의 농사법인 저탄소 농법에서 고탄소 농법으로의 변화를 의미한다.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농사는 기후위기의 원인이 된다. 대규모 단작재배의 증가와 경험이 풍부한 농부의 은퇴는, 현장에서 기후위기에 적합한 대응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 소농의 쇠퇴는 땅의 황폐화를 초래한다. 2019년 기준 전체인구의 4.3%, 224만명의 농민이 우리나라 면적의 18.6%(임야를 제외하면 50.6%)를 유지 관리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가 가야 할 길과 우리의 현실 사이에는 넘기 어려운 골짜기가 있다. 코로나도 기후위기도 복합적이고 각각의 재난이 서로 영향을 증폭시키며 밀려온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응 역시 복합적이고 총체적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는 땅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며, 애정을 가지고 섬세하게 농사를 지을 소농이 필요하다.

우리가 가야 하는 길이 이 길이 맞는다면 지금부터라도 각각의 땅에, 땅의 건강함을 생각하며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소농을 키워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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