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의 끝은 행복… 이 아이는 그래야만 합니다
터널의 끝은 행복… 이 아이는 그래야만 합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09.16 10: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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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동행] 혼자 사는… 주호
내포뉴스-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 연간기획
가정폭력·분리 조치… 지난해 1월 ‘독립’
생활고, 알바 물색… “꿈, 일러스트레이터”

내포뉴스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함께 오는 11월까지 ‘동행(同行)’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번 연간기획 제목 ‘동행’에는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내포뉴스, 지역사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편집자 주

지난 8일 홍성군청소년수련관에서 만난 여덟 번째 ‘동행’의 주인공 주호(가명).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8일 홍성군청소년수련관에서 만난 여덟 번째 ‘동행’의 주인공 주호(가명). 사진=노진호 기자

우리가 잘 아는 표현 중에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이 있다. 일도 어려움도 많다는 뜻이다. 내포뉴스 연간기획 ‘동행’의 여덟 번째 주인공 주호(고교 2학년·가명)의 지난 시간이 딱 그랬다.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동반자인 이명숙 청소년 상담사는 청소년수련관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주호를 알게 됐다. 고등학생인 주호는 ‘멘토’로서 그곳에 왔지만, 남루한 차림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이명숙 상담사는 “그 아이에게 이야기를 건넨 건 7월이었던 것 같다. 그러자 상담을 요청했다”며 “주호는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항상 혼자였다고 고백했다”고 전했다.

주호는 새어머니와의 마찰과 가정폭력 등을 겪었고, 광천읍에 있는 아동양육시설 ‘사랑샘’으로 가야했다. 이후 주호는 먼저 독립해 학교 근처에서 혼자 살고 있다.

주호를 만난 건 9월의 두 번째 수요일이었다. 약속시간에 조금 늦은 주호는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며 죄송하단 인사부터 건넸다.

주호는 “상담사 선생님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금연’이었다. 8월부터 홍성군보건소 금연클리닉에 다니고 있고, 요즘엔 2주에 한 번꼴로 간다”며 “담배는 중1 때부터 피웠는데 문득 건강이 걱정됐다. 아예 안 피운 건 3주쯤 됐는데 확실히 숨이 덜 찬다. 1년쯤 안 피우면 성공”이라고 말했다.

주호에게 지난 어려움들에 대해 물었다. 그는 “새어머니와는 중학교 때부터 문제가 생겼다. 다툼도 잦아지고 맞는 것도 심해졌다. 그러다 경찰이 오고 분리도 되고 그러다 동생들과 보육원에 가게 된 것”이라며 “지난해 1월에 아버지가 방을 구해줘 나 먼저 나오게 됐다. 동생들은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친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없는데 중2 때 돌아가셨단 이야기를 들었다. 새어머니는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났는데 처음엔 사이가 좋았다. 그러다 점점… 어떤 게 진심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지금은 그냥 가끔 연락한다. 다 지나간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 주호의 가장 큰 고민은 ‘돈’이다. 주호는 “아버지가 관리비, 월세 등을 내주고 한 달에 5만원쯤 주신다. 부족하기도 하고, 계속 손을 벌릴 수도 없다는 생각에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중”이라며 “뭐든 해볼 생각”이라고 야무지게 말했다.

주호는 어려움도 많았고, 부족함도 있는 아이였지만 참 밝았다. 그리고 즐거운 꿈도 갖고 있었다. 학교생활에 대해 묻자 “공부 빼고는 문제가 없다”며 “원래는 대학 안 가고 사회에 나가려 했는데 일러스트레이터 쪽에 관심이 생겼다. 유튜브를 보며 연습 중”이라고 답했다.

주호에게 ‘행복’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중학교 때 친구들이랑 가평에 여행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가 좋았다”고 말했다. 주호는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인제에서 자랐으며, 중2 때 홍성으로 왔다. 더불어 사귄 지 190일쯤 됐다는 여자친구에 대해 말할 때도 행복한 표정이었다.

‘돈을 많이 벌면 강원도로 혼자 여행을 가고 싶다’는 주호에게 10년 후를 상상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주호는 “아마 이곳보다는 더 도시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할 것 같고, 오피스텔 같은 곳에서 여유롭게 살 것 같다”며 “아무튼 지금보단 즐겁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4년생 주호는 지금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곧 그 끝이 보일 것이라 믿는다. 아마도 우리 어른들이 조금 도와준다면 ‘즐겁게 살고 있을 것’이란 그의 상상은 훨씬 더 빨리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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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정 2021-09-24 18:06:28
깜깜한 터널을 지나면 밝은 빛이 있습니다.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