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백진숙 대표 만나보니…
음식 나눔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공유냉장고’ 프로젝트가 홍성에 안착했다.
지난 4월 초 출범한 비영리단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대표 혜전대 백진숙 겸임교수)’은 같은 달 12일 홍성읍에 있는 카페 ‘커피오감’을 시작으로, 9월 15일 바른치킨 홍성현모점까지 모두 7곳에서 홍성의 ‘공유냉장고’를 운영 중이다.
내포뉴스는 홍성의 공유냉장고가 시작된 커피오감에서 백진숙 대표를 만나 첫해의 이야기를 들었다.
백 대표는 “‘비영리단체’를 통한 운영이 가장 효율적이고 자율적이라는 의견이 모였고, 그 결과물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며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관리자(설치장소)를 선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공유냉장고는 홍성이 유일하다고 한다.
홍성의 공유냉장고는 △1호점 커피오감 △2호점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이상 4월 12일) △3호점 홍성여성농업인센터(홍동면·6월 24일) △4호점 결성점(결성감리교회·6월 27일) △5호점 홍성성당(9월 12일) △6호점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7호점 바른치킨 홍성현모점(이상 9월 15일) 등의 순으로 탄생했다. 냉장고는 에덴재가노인복지센터(대표 김순옥)와 결성감리교회 송경섭 목사, 홍성신협(이사장 김민겸) 등에서 후원했고, 용기는 기가팩이 지원했다.
백 대표는 “기독교·불교·천주교가 모두 참여하는 것을 보며 종교의 선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개인사업장인 7호점의 의미는 남달랐다. 민간의 참여가 늘어야 그 의미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사업장 등 민간의 관심은 있었지만 성사가 힘들었다. 7호점인 바른치킨 홍성현모점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또 아들 이름(현모)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분이라 더 믿음이 갔다”고 더했다.
홍성의 공유냉장고는 음식만 나눈 것이 아니었다. 이곳을 통해 이웃 간의 정(情)이 퍼져나갔고,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백 대표는 장난감과 옷, 책 등을 함께 나누고 있는 홍동과 결성의 사람들, 어르신들을 위해 모든 용기에 여는 곳을 표시한 자원봉사자, 텃밭에서 가져온 야채를 놓고 가시는 노인종합복지관 이용자들 등의 이야기를 미소를 머금고 전했다.
특히 백 대표는 “결성감리교회 CCTV에 음식을 가져가는 한 외국인노동자가 공유냉장고에 인사를 하고 가는 모습이 담긴 적이 있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소소한 나눔이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공유냉장고의 목표 중 하나는 사회복지 수혜자의 낙인 효과를 막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는 노인복지관이 가장 좋은 장소였다”고 말했다.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는 “언제부턴가 젊은이들이 공유냉장고를 찾기 시작했다. 음식을 넣고 인증샷을 찍기도 한다”며 “아내를 데리고 와 공유냉장고를 설명해준 노신사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은 7호점을 끝으로 올해 설치를 마쳤다. 조금 빠른 마감인 것 같다는 질문에 백 대표는 ‘속도조절’이라고 답했다. 그는 “6개월간 7대를 설치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된다는 수원도 첫해엔 3대뿐이었다”며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좀 시간을 갖고 운영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또 전담 자원봉사자 등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두홍 대표는 “접근성을 위에 밖에 설치하긴 하지만, 시설 관리는 숙제”라고 보탰다.
백 대표는 또 “몇 대라는 식의 목표는 없다. 그런 것보단 관리자와 운영자, 이용자의 공감이 중요한 것”이라면서도 “홍성 11개 읍·면에 다 생겼으면 좋겠다. 공유냉장고를 통해 행복이 어떻게 퍼져나갈지 모르는 예측불가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백 대표는 개인적인 당부도 곁들였다. 그는 “이런저런 사회활동과 정당일도 하다 보니 제 ‘출마’를 점치시는 분들이 많다”며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스물넷에 NGO를 접하게 됐고 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는데 정치에는 뜻이 없다”고 단언했다.
홍성의 공유냉장고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총괄 운영하며, △홍성군자원봉사센터 △홍성YMCA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 △홍성청년들 잇슈 등이 함께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을 주고받는 손길이다. 여러분 누구나,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