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인증샷, 외국인노동자의 인사… 행복 퍼트린 ‘공유냉장고’
청년들의 인증샷, 외국인노동자의 인사… 행복 퍼트린 ‘공유냉장고’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0.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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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공유냉장고’ 첫해… 커피오감 등 7곳 운영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백진숙 대표 만나보니…
홍성의 공유냉장고를 총괄 운영하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백진숙 대표(오른쪽)와 1호점 카페오감 김두홍 대표.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의 공유냉장고를 총괄 운영하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백진숙 대표(오른쪽)와 1호점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 사진=노진호 기자

음식 나눔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공유냉장고’ 프로젝트가 홍성에 안착했다.

지난 4월 초 출범한 비영리단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대표 혜전대 백진숙 겸임교수)’은 같은 달 12일 홍성읍에 있는 카페 ‘커피오감’을 시작으로, 9월 15일 바른치킨 홍성현모점까지 모두 7곳에서 홍성의 ‘공유냉장고’를 운영 중이다.

내포뉴스는 홍성의 공유냉장고가 시작된 커피오감에서 백진숙 대표를 만나 첫해의 이야기를 들었다.

백 대표는 “‘비영리단체’를 통한 운영이 가장 효율적이고 자율적이라는 의견이 모였고, 그 결과물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며 “무엇보다 진정성 있는 관리자(설치장소)를 선정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공유냉장고는 홍성이 유일하다고 한다.

홍성의 공유냉장고는 △1호점 커피오감 △2호점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이상 4월 12일) △3호점 홍성여성농업인센터(홍동면·6월 24일) △4호점 결성점(결성감리교회·6월 27일) △5호점 홍성성당(9월 12일) △6호점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7호점 바른치킨 홍성현모점(이상 9월 15일) 등의 순으로 탄생했다. 냉장고는 에덴재가노인복지센터(대표 김순옥)와 결성감리교회 송경섭 목사, 홍성신협(이사장 김민겸) 등에서 후원했고, 용기는 기가팩이 지원했다.

백 대표는 “기독교·불교·천주교가 모두 참여하는 것을 보며 종교의 선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개인사업장인 7호점의 의미는 남달랐다. 민간의 참여가 늘어야 그 의미도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사업장 등 민간의 관심은 있었지만 성사가 힘들었다. 7호점인 바른치킨 홍성현모점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또 아들 이름(현모)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분이라 더 믿음이 갔다”고 더했다.

공유냉장고에서 음식을 가져가며 정성스레 인사를 하고 가는 외국인노동자의 모습이 담긴 결성점 CCTV 화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공유냉장고에서 음식을 가져가며 정성스레 인사를 하고 가는 외국인노동자의 모습이 담긴 결성점 CCTV 화면.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홍성의 공유냉장고는 음식만 나눈 것이 아니었다. 이곳을 통해 이웃 간의 정(情)이 퍼져나갔고,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백 대표는 장난감과 옷, 책 등을 함께 나누고 있는 홍동과 결성의 사람들, 어르신들을 위해 모든 용기에 여는 곳을 표시한 자원봉사자, 텃밭에서 가져온 야채를 놓고 가시는 노인종합복지관 이용자들 등의 이야기를 미소를 머금고 전했다.

특히 백 대표는 “결성감리교회 CCTV에 음식을 가져가는 한 외국인노동자가 공유냉장고에 인사를 하고 가는 모습이 담긴 적이 있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소소한 나눔이라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공유냉장고의 목표 중 하나는 사회복지 수혜자의 낙인 효과를 막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는 노인복지관이 가장 좋은 장소였다”고 말했다.

커피오감 김두홍 대표는 “언제부턴가 젊은이들이 공유냉장고를 찾기 시작했다. 음식을 넣고 인증샷을 찍기도 한다”며 “아내를 데리고 와 공유냉장고를 설명해준 노신사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은 7호점을 끝으로 올해 설치를 마쳤다. 조금 빠른 마감인 것 같다는 질문에 백 대표는 ‘속도조절’이라고 답했다. 그는 “6개월간 7대를 설치했다.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된다는 수원도 첫해엔 3대뿐이었다”며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좀 시간을 갖고 운영 방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또 전담 자원봉사자 등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두홍 대표는 “접근성을 위에 밖에 설치하긴 하지만, 시설 관리는 숙제”라고 보탰다.

백 대표는 또 “몇 대라는 식의 목표는 없다. 그런 것보단 관리자와 운영자, 이용자의 공감이 중요한 것”이라면서도 “홍성 11개 읍·면에 다 생겼으면 좋겠다. 공유냉장고를 통해 행복이 어떻게 퍼져나갈지 모르는 예측불가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백 대표는 개인적인 당부도 곁들였다. 그는 “이런저런 사회활동과 정당일도 하다 보니 제 ‘출마’를 점치시는 분들이 많다”며 “서울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스물넷에 NGO를 접하게 됐고 그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명히 말하는데 정치에는 뜻이 없다”고 단언했다.

홍성의 공유냉장고는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이 총괄 운영하며, △홍성군자원봉사센터 △홍성YMCA △대한적십자사 충남지사 홍성지구협의회 △홍성청년들 잇슈 등이 함께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음식을 주고받는 손길이다. 여러분 누구나,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다.

1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1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2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2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3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3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4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4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5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5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6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6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7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7호점 개점식. 마음을 나누는 사람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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