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녹아있는 옛 기와… 삶을 담아내는 ‘그 사람’
세월이 녹아있는 옛 기와… 삶을 담아내는 ‘그 사람’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0.15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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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정착한 방송인 이상벽, ‘옛 기와 아트’ 펼쳐
11월 11~17일 홍주문화회관서 내포뉴스와 전시
“그림은 행운… 내 전공 찾고, 옛 기와 생명 찾고”
홍성정도휴게소 2층 작업실에서 이상벽 선생을 만났다. 그는 11월 11~17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옛 기와 아트 특별전’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정도휴게소 2층 작업실에서 이상벽 선생을 만났다. 그는 11월 11~17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옛 기와 아트 특별전’을 펼칠 예정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옛 기와’는 한 세월의 엄동설한과 뙤약볕이 녹아있는 인고의 결과물들입니다. 어쩌면 모질고 끈질기게 살아온 우리네 삶을 고스란히 투영해놓은 고난의 흔적일수도 있습니다…

신문기자와 방송인을 거쳐 화백으로서의 시간을 그리고 있는 이상벽 선생(74)이 지난해 가을 첫 ‘옛 기와 아트 특별전’을 열면서 전한 글이다. 그는 내포뉴스와 함께 오는 11월 11~17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세월의 연륜이 새겨진 예술작품을 또 한 번 선보일 예정이다.

13일 그의 작업실이 있는 홍성정도휴게소 2층 미술관을 찾아 방송인 이상벽의 어제와 홍성사람으로서의 오늘, 화백으로 그려갈 내일에 대해 들어봤다.

이상벽 선생과의 대화는 ‘홍성행’부터 시작됐다. 그는 “경찰 간부였던 지인이 있는데 나와는 형·동생 하던 사이였다. 그가 본청으로 가면서 ‘구항면에 있는 별장을 맡아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고 가보니까 참 좋았다. 그게 3년 전의 일”이라며 “한 달 전쯤 용봉산 바로 아래 예술인마을로 옮겼다. 내포신도시가 한눈에 들어오고, 홍예공원 산책의 즐거움도 있다. 또 문화·예술·방송 분야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니 소통도 원활하고 시너지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13일 홍성군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이상벽 선생은 “개인적으론 남당항이 좋다. 고향이 황해도 옹진이라 그런지 서해안 갯벌 정서가 낯설지 않았다. 금마에 집을 지어 어머니도 모셨는데 이곳에 만족하신 것 같다”며 “홍성 정착 전에는 말 그대로 떠돌이였다. 주로 바다 가까운 곳이었는데 여기가 제일 낫다”고 전했다.

2016년 7월 발간된 ‘화백이 본 세상Ⅱ’를 통해서도 이상벽이란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알 수 있다. 이 책은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진행됐던 화백 포럼에 참가한 오피니언 리더 20인의 생각을 정리한 것이다. 이상벽 선생 외에 시인 김용택과 개그맨 전유성 등이 담겼다.

책에는 선생이 생애 첫 종합검진에서 신체나이 47세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물론 지금도 그는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노익장(老益壯)의 비법을 묻자 “아침마다 용봉산 둘레길을 1시간 정도 걷는다. 용봉사에 아버지 위패를 모셨는데 아침 문안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라며 “건강은 물려받은 것도 있다. 어머니가 아흔일곱이신데 정정하시다. 참 고마운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어머니는 매일 아침 아들을 위해 ‘천수경’을 외신다.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어머니”라고 더했다.

이상벽 선생은 ‘화백이 본 세상Ⅱ’에 실린 글을 통해 인생2모작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특히 ‘남과 다른 특별함이 누구에게나 있다. 그걸 인생 2모작으로 연계하면 여한 없는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선생이 선택한 인생 2모작은 ‘그림’인 것 같았다. 그에 대해 묻자 “고교 때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미대(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진학했다. 그림이 1모작이 됐어야 하는데 뒤바뀐 것”이라며 “코로나19란 변수가 계기가 됐다. 공연·강의 등이 끊겨 대안을 찾다 선택한 게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벽 선생은 옛 기와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왜 ‘옛 기와’였을까. 그는 “어느 날 우연히 ‘옛 기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기와의 ‘기’를 기운 ‘기(氣)’자로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녹아있는 그 에너지를 그림으로 재해석하기로 한 것”이라며 “옛 기와와의 만남은 전공을 되찾을 수 있는 행운이었다. 동시에 기와에게도 다시 태어나는 행운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작품을 찾는 곳이 늘고 있다. 하루에 한 점은 하려고 하는데 어떤 건 3일씩도 걸린다”고 보탰다.

이상벽 화백이 홍성정도휴게소 2층 미술관에 걸린 자신의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이상벽 화백이 홍성정도휴게소 2층 미술관에 걸린 자신의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앞서 이야기했듯 이상벽 선생은 다음 달 11~17일 홍주문화회관에서 내포뉴스의 첫 번째 문화 프로젝트인 ‘옛 기와 아트 특별전’을 펼친다. ‘옛 기와 아트’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청했다.

그는 “난 아직 초보라 여러 장르를 한다. 추상과 반추상, 구상이 다 있다. 그림의 바탕이 회색(기와)이라 어떤 색도 잘 어울린다. 요즘엔 2~4장의 연작을 시도하기도 한다”면서도 “‘기와’가 가진 제한성도 있다. 표면이 왜곡돼 있고 거칠어 작업에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는 옛 기와에 어울리는 풍경을 떠올려 주로 지난 계절의 흔적을 담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화려함을 더했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것”이라며 “한동안은 닭 그림도 많이 그렸다. 닭은 아침을 여는 상서로운 동물이다. 또 싸움닭과 같은 역동성도 있다. 재밌는 작업”이라고 부연했다.

내포뉴스와의 전시에 대해선 “한 30점정도 선보일 예정이다. 3~4가지 테마로 나눠 전시를 구상 중”이라며 “최근 우연히 만난 김용복 문인화가와의 협업도 하고 있다. 그는 내게 ‘벽송(碧松)’이란 호(號)도 지어줬다”고 전했다.

그는 신문기자와 방송인으로 대중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반세기가 넘은 방송생활에 대해 묻자 “‘아침마당’ 15년이 정점이었다. 아마 신문기자 출신으로 MC로 활동해 한국방송대상을 받은 건 전무후무할 것”이라면서도 “장수시대라고 말하면서도 왠지 조금 비켜나있는 느낌은 아쉽다. 얼마 전 송해 선생이 ‘전국노래자랑’ 차기 MC로 지목해줘 화제가 됐는데, 내심 ‘가요무대’가 더 맞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벽 선생은 방송에 대한 소신도 전했다. 그는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 전문MC가 설 곳이 줄었다. 국민들의 표준 언어를 이끄는 게 방송이고 그렇기에 전문MC가 필요하다. 그래야 자랑스러운 우리말을 제대로 전달하고 그게 생활 속에 스밀 것”이라며 “내 딸(이지연)이 열심히 하고 있으니 믿고 있다”고 보탰다. 그러면서 JTBC ‘인생토크쇼 터닝포인트’ 등 딸이 하는 프로그램 홍보도 살짝 곁들였다.

화백으로서의 계획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상벽 선생은 “우선은 옛 기와에 매진할 것이다. 오랜 세월이 담긴 그것이 흙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인연을 만드는 일이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그림은 50년 넘게 성원을 보내준 팬들에게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TV로 보던 이상벽이 그린 그림이 소장가치가 있길 바란다. 많이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상벽 선생은 이 사회의 어른으로서 팬데믹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삶은 파도타기와 같다. 지금 내리막이 깊지만 그 만큼의 반등도 올 것”이라며 “힘이 되는 한 내 재주를 사람들을 위해 많이 나누고 싶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홍성정도휴게소 2층 미술관에 걸린 이상벽 화백의 작품들. 사진=노진호 기자
홍성정도휴게소 2층 미술관에 걸린 이상벽 화백의 작품들. 사진=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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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 2021-10-28 11:14:36
특별한 옛기와 아트 전시회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