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아들 ‘친자’ 논란
장군의 아들 ‘친자’ 논란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1.10.18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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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독립운동사연구회, 15일 충남보훈관서 학술토론회
전재진 사무총장 ‘백야 김좌진 장군 사후음해’ 주제발표
역사 왜곡 주장에… 김을동 반발 “유전자 검사 해보자”
광복회충남지부대한독립운동사연구회가 15일 개최한 제1차 만주항일독립전쟁사 정립에 관한 학술토론회에 참석한 김을동 전 국회의원이 아버지 김두한에 대한 김좌진 장군의 친자 진위 문제가 제기되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광복회 충남지부 대한독립운동사연구회가 지난 15일 개최한 제1차 만주항일독립전쟁사 정립에 관한 학술토론회에 참석한 김을동 전 국회의원이 아버지 김두한에 대한 친자 문제가 제기되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사진=황동환 기자

광복회 충남지부 대한독립운동사연구회(대표 유병성·이하 연구회)가 지난 15일 충남보훈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 제1차 학술토론회에서 백야 김좌진 장군 사후 음해로 그 가족 및 후손 관련 역사가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구회는 일제강점기 만주지역에서 무장항쟁을 전개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주축이 된 역사 연구단체다. 연구회 김성태 수석연구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연구회 전재진 사무총장이 준비한 ‘백야 김좌진 장군 사후음해 고찰’이라는 108쪽짜리 책자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최한규 한국인문사회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고, △전일옥 단국대 공공정책학과 부교수 △김상균 백석대학교 교수 △이강민 (사)국학원 국학연구소 연구위원 △김용수 대전기업평가원장‧중국산동성연태시정부 주한국대표자 고문 △김미경 고려대학교 교수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외에 독립운동가들의 후손, 광복회 회원, 김을동 전 국회의원, 양복모 김좌진장군학술문화사업회 사무총장 등 50여명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 전재진 사무총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홍성군이 발간한 것을 포함해 지금까지 김좌진 장군을 다룬 다수의 책들이 왜곡된 사실을 담고 있다”며 “이는 일제가 독립전쟁의 의미를 변형‧축소‧축약 등 왜곡하면서 전쟁이 아닌 게릴라전으로 기억하게끔 만든 게 1차 원인이고, 청산리전투 패배 후 10년 동안 김좌진을 추적했지만 체포하지 못한 일본이 4명의 가짜 부인을 조작해 김좌진 염문설을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충남도, 홍성군 그리고 학자들은 이를 바로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김좌진 장군의 역사가 바로 정립되지 않으면 만주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도 바로 세울 수 없다”고 보탰다.

 

김을동 전 국회의원이 6살 때 찍은 사진이라며 제시한 가족사진에 대한 김장춘氏의 반박을 정리한 자료. '제1차 만주항일독립전쟁사 정립에 관한 학술토론회' 자료집 62쪽에서 발췌.
김을동 전 국회의원이 6살 때 찍은 사진이라며 제시한 가족사진에 대한 김장춘 씨의 반박을 정리한 자료. '제1차 만주항일독립전쟁사 정립에 관한 학술토론회' 자료집 62쪽에서 발췌.
'제1차 만주항일독립전쟁사 정립에 관한 학술토론회' 료집 67쪽에서 발췌.
'제1차 만주항일독립전쟁사 정립에 관한 학술토론회' 료집 67쪽에서 발췌.

장군의 증손자라 밝힌 김장춘 “피 한 방울 안 섞인 이가 후손 행세”

논란의 발단은 충남 보령에 김좌진 장군과 합장된 부인의 묘가 오숙근 여사의 묘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발제 자료에서 본인을 김좌진 장군의 증손자라고 한 중국 길림성 거주 김장춘 씨는 “오숙근 할머니는 한국에 가지 못하고 두 아들과 손자와 만주에 머무르다 돌아가셨다”며 “김좌진의 피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가짜들이 진짜 행세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재진 사무총장은 중국에서 김장춘 씨 등을 인터뷰한 내용을 제시하며 △김좌진 장군 유해 홍성군 밀장 △오숙근 여사 1958년 사망, 김좌진 장군 유해와 보령으로 이전 합장 △김을동 나이 6세 때 촬영된 가족사진 등 오숙근 여사와 관련해 지금까지 알려진 사망 장소‧연도 등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 사무총장은 김장춘 씨의 증언을 빌려 “오숙근 여사는 장남 김창렬이 토지개혁심판대에서 맞아죽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사망한 게 1947년이고, 현재 보청현에 모셔져 있다”며 “1950년 김을동 전 국회의원이 6살 때 촬영된 사진에 어머니(이재희), 이소사(김좌진 모친)와 오숙근(김좌진 본부인) 여사가 등장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고, 1958년 오숙근 사망 및 김좌진 유해 합장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라도 정부와 학계가 나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 왼쪽 가계도는 홍성군이 발행한 '백야 김좌진 장군 전기'에 기술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재진 사무총장이 재구성한 것이고, 오른쪽 가계도는 김장춘氏가 진술한 가계도다. 국내 자료에는 김좌진 장군-오숙근 여사 사이에서 출생한 두 아들(김창렬과 김창규)의 기록이 없다. 전 사무총장은 오숙근 외 4명의 부인들에 관한 국내 자료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으로 기록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1차 만주항일독립전쟁사 정립에 관한 학술토론회' 자료집 87‧107쪽에서 발췌
사진 왼쪽 가계도는 홍성군이 발행한 '백야 김좌진 장군 전기'에 기술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재진 사무총장이 재구성한 것이고, 오른쪽 가계도는 김장춘氏가 진술한 가계도다. 국내 자료에는 김좌진 장군-오숙근 여사 사이에서 출생한 두 아들(김창렬과 김창규)의 기록이 없다. 전 사무총장은 오숙근 외 4명의 부인들에 관한 국내 자료는 확인할 수 없는 내용으로 기록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1차 만주항일독립전쟁사 정립에 관한 학술토론회' 자료집 87‧107쪽에서 발췌

유전자 검사로 논란 종식될까?

첫 토론자로 나선 전일옥 단국대 부교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송일국 씨를 장군의 외손자로 알고 있었는데, 전재진 사무총장 발표대로 김장춘 씨가 김좌진 장군의 중손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미경 고려대학교 교수는 △김두한이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기 때문에 일제가 요주의 인물로 감시했던 점 △안동김씨가 김두한을 김좌진 장군의 아들임을 인정했다는 기록 등을 들며 “만일 김두한이 가짜라면 그래서 김을동, 송일국이 김좌진 장군의 후손이 아니라면 과연 정치권이나 언론, 학계에서 가만히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전재진 연구자의 발표자료는 수집된 자료의 나열 위주인데, 가설로 역사를 또 바꾸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김을동 전 국회의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일제강점기 당시 언론에서도 김두한이 김좌진의 아들임을 보도한 바 있다. 우리 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한 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김미경 교수는 논란 종식을 위한 ‘유전자 검사’를 제안했고, 김 전 의원 역시 찬성했다. 유전자 대조 검사는 김장춘 씨도 요구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서 김두한과 김철한(나혜국의 아들-김좌진의 5부인 중 1명)이 김좌진의 배다른 아들로 증명된다면 김좌진의 둘째아들 김창규의 유전자를 내놓겠다”며 대리인 ‘김좌진장군역사정립회’를 통해 지난해 5월 홍성군에 제출한 바 있다.

김두한이 김좌진의 아들이냐에 대한 논란은 오래됐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대한민국사’ 1권에서 “안동김씨 역시 김두한을 높이 평가하지는 않지만, 일가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면서 “확증도 없이 김두한이 장군의 아들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한 교수가 이 글을 발표한 때는 2002년이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중국에서 본인이 장군의 증손자라고 밝힌 김장춘 씨는 “홍성군에서 발행한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백야 김좌진 장군 전기’에 기록‧명시한 장군의 가계도는 완전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 토론회 현장(사진=황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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