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아름다움, 묵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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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0.2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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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포문화조각가협회, 11월 6~18일 예산서 ‘충남조형작품展’
주제 ‘추사묵향 따라 내포까지’… 이진자 회장 “상생의 꿈 담아”
지난해 더 뮤지엄 아트진 개관… “예산 원도심 부활 희망 보인다”
11월 6~18일 예산군문예회관에서 ‘충남조형작품展’을 펼치는 (사)내포문화조각가협회 이진자 회장을 더 뮤지엄 아트진에서 만났다. 내포뉴스 독자들을 위해 미리 공개해준 작품 ‘내포의 꿈’도 보인다. 사진=노진호 기자
11월 6~18일 예산군문예회관에서 ‘충남조형작품展’을 펼치는 (사)내포문화조각가협회 이진자 회장을 더 뮤지엄 아트진에서 만났다. 내포뉴스 독자들을 위해 미리 공개해준 작품 ‘내포의 꿈’도 보인다. 사진=노진호 기자

충남도청이 자리한 내포신도시는 홍성과 예산을 모두 품고 있다. 적어도 계획은 그랬다. 지금 내포신도시에 홍성과 예산이 어우러져 있는지 혹은 그저 뒤섞여 있는지를 예술작품을 통해 생각해볼 기회가 곧 열린다.

(사)내포문화조각가협회(회장 이진자)는 오는 11월 6~18일 예산군문예회관에서 ‘충남조형작품展’을 펼친다. 이번 전시는 ‘추사묵향 따라 내포까지’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내포뉴스는 지난 19일 이진자 회장(62)이 운영하는 더 뮤지엄 아트진(예산로 176번길 14)을 찾았다. 방문 당시 이 회장은 이번 전시 주제작품 작업이 한창이었다.

그는 “예산문화원장(2004년 11월~2006년 6월) 일을 하며 추사 김정희 선생에 대해 더 알게 됐고 그 매력에 빠졌다. 휘호대회도 그 때 만든 것”이라며 “예술도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창조하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이 필요하다. 예술가들에 의해 추사의 예술혼이 묵향처럼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이번 전시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충남조형작품展’에는 27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이 회장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내포의 꿈’이란 작품을 준비했다.

이 회장은 “용봉산과 수암산, 하나가 된 사람들의 손, 홍성과 예산 그리고 내포의 건물들을 작품에 담았다. 작품 속 주인공을 건물들보다 크고 높게 한 건 미래 내포의 꿈을 상징한 것”이라며 “내포는 홍성과 예산으로 양분된 게 아니라 하나다. 작품을 받치는 원형 회전대도 융합과 상생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내포문화조각가협회는 현재 충청권 작가 31명이 활동 중이지만 시작은 33인이었다. 이 회장은 “3·1운동 때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민족대표 33인을 떠올렸다. 충남은 애국지사가 많은 곳이다. 그 정신과 힘을 받으려 한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2017년 창립전도 예산 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었다”고 말했다.

예당호 조각공원 조성의 불씨가 된 이진자 회장의 작품 ‘탄생’. 내포문화조각가협회 제공
예당호 조각공원 조성의 불씨가 된 이진자 회장의 작품 ‘탄생’. 내포문화조각가협회 제공

이 회장은 조각과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예산 출신인 그는 목원대 미술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후 홍익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했다. 그는 “입체 예술인 조각은 짧으면 2~3개월 길면 1년도 걸린다. 공간 속에서 입체의 아름다움을 뽑아내는 게 조각”이라며 “아무리 급해도 정해진 과정을 건너뛰곤 작품을 완성할 수 없다. 그래서 조각은 ‘질서의 예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예당호 조각공원 조성의 불씨가 된 ‘탄생’, 1999년 충남미술대전 대상을 받은 ‘상생 2000년’, 대전지검 홍성지청 이전 기념으로 기증한 ‘삶의 향기’ 등의 작품을 소개했다. 그리곤 더 뮤지엄 아트진 한편에 걸린 사진을 가리키며 “2003년 미국 텍사스주 킬린시 시민회관 광장에 설치한 ‘UN참전기념비’는 특히 의미가 크다”며 “당시 미국 현지 언론이 ‘한국인의 민간외교’라는 제목의 기사로 조명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이 회장의 프로필은 그의 작품처럼 다채롭다. 그는 1981년 9월부터 1991년 12월까지 예산 대흥중·고교 교단에 섰으며, 예산문화원 원장을 역임한 후 제5대 예산군의원으로도 활약했다.

이 회장은 “아들만 둘인데 둘째가 어릴 때 많이 아팠고 결국 미술교사를 그만두게 됐다. 교사는 접었지만 미술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래서 차린 게 ‘아트진 미술학원’”이라며 “학원은 1992년부터 더 뮤지엄 아트진을 개관한 2020년까지 계속했다. 그만큼 제자도 많아 미대에 간 아이만 403명이다. (사)한국미술협회 예산지부 함숙찬 지부장도 교사 시절 제자”라고 말했다.

자리를 잡은 학원 대신 왜 미술관을 연 것일까.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예산군 인구가 줄면서 원도심도 쇠퇴했다. 오후 7시면 깜깜해질 정도였다. 이곳의 문화 활성화에 대해 고민하다 만든 게 이곳”이라며 “사실 세심천 쪽에 미술관을 지을까도 생각했다. 그런데 나까지 떠나면 안 될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지역에서 미술관을 한다는 건 너무 힘든 일”이라면서도 “예산은 물론 천안·아산 작가들에게도 전시 문의가 오고, 외지 방문객들이 느는 것을 보며 조금씩 희망을 찾고 있다”고 더했다.

예산군의원 시절에 대해 묻자 “여성과 아동, 교육과 문화예술 발전의 기반을 다지고 지원 근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가장 힘든 건 여성이란 점이었다. 보수적인 지역에서 여성은 기회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해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서울에서 조각 개인전까지 연 것도 그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내포문화조각가협회가 펼치는 ‘충남조형작품展’ 첫날인 다음 달 6일에는 눈에 띄는 이벤트도 예정돼 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예산군문예회관 마당에서는 ‘추사체 모빌 만들기’와 추사체 대가인 가상 최영환 선생의 ‘휘호 퍼포먼스’, 아리랑 음악과 함께하는 박소정 선생의 ‘한국무용 공연’ 등이 열린다.

이진자 회장은 “무·량·수라는 3개의 작품에 걸린 한지 줄에 하나씩 글씨를 더하며 모두 함께 모빌을 완성하게 된다. 이 모빌은 내포에 있는 도청에서도 전시할 예정”이라며 “개막 테이프커팅 역시 몇몇 ‘특별한 사람’을 위한 게 아닌 함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준비 중이다. ‘모두 함께 참여하는 추사’, 그게 이번 전시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사)내포문화조각가협회 이진자 회장이 ‘충남조형작품展’에서 상영할 아카이브 영상을 보고 있다. 협회 제공
(사)내포문화조각가협회 이진자 회장이 ‘충남조형작품展’에서 상영할 아카이브 영상을 보고 있다. 협회 제공
2020년 3월 개관한 더 뮤지엄 아트진. 올해 전시는 △인추회 그림여행 △인석헌 작품전 △현암 이병우 서예전 △이진자 개인전 등의 순으로 예정돼 있다. 더 뮤지엄 아트진 제공
2020년 3월 개관한 더 뮤지엄 아트진. 올해 전시는 △인추회 그림여행 △인석헌 작품전 △현암 이병우 서예전 △이진자 개인전 등의 순으로 예정돼 있다. 더 뮤지엄 아트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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